‘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는 도시
인생 최고의 기네스
장시간 비행으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에 호텔 체크인을 한 후 씻고 기네스 하우스에 갔다. 예약 시간에 늦지 않는 것보다 나의 이 찝찝함을 씻어내는 게 더 간절했고 시급했다...
기네스 하우스 주변 거리는 지나온 다른 거리들에 비해 클래식한 무드로 꾸며져 있었고, 입장을 위해 사람들이 건물 밖에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예약해 둔 시간에서 30분 정도 늦었지만, 예매한 티켓으로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기네스 하우스는 맥주 만드는 과정을 공정별로 전시해 두고, 기네스 맥주를 활용한 각종 기념품을 팔며, 실제로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각 과정을 지루한 연대표나 이미지 위주의 전시가 아닌, 미디어 아트와 같은 형태로 전시해 두었고 체험형 전시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놓은 전시품과 포토스폿들이 많아서, 기네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나는 평소 맥주를 좋아하고, 국내에서도 기네스의 인증을 받았다는 몇몇 가게를 찾아가서 맥주를 마셔볼 정도로 관심이 있었다.
더블린은 기네스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기네스가 유명한 곳이라 어느 펍에 가도 기네스는 맛이 보장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기네스 하우스에서 원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기네스 하우스를 사전 예약하면, 예약 티켓에 맥주를 1잔 시음해 볼 수 있는 시음권이 포함된다.
맛있는 맥주를 기대하며, 전시물과 관련 굿즈가 꾸며진 층들을 천천히 관람하며 시음장이 있는 맨 위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시음장은 건물 맨 위층에 있어서, 더블린 전망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뷰가 좋은 곳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마치고 맨 위층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시음권을 주문 카운터에 제시하고 드디어 맥주를 받아서 마셨는데...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맥주가 유명한 나라도 가봤고, 기네스 하우스와 같은 맥주 공장에서 직접 맥주를 마셔본 경험도 있었다.
당연히 현지에서, 그것도 제조지에서 바로 마시는 게 맛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접했던 맥주와 맛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도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을 하고 마셨음에도, 기네스 하우스에서 마신 기네스는 기존에 내가 마셨던 기네스 맥주와 맛이 다른 것을 넘어서 그냥 다른 브랜드의 술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태국에 가면 태국 망고는 달라 병에 걸려온다더니... 더블린에 와서 기네스 하우스에서 마시는 기네스는 달라 병에 걸리고 말았다.
내가 기네스를 만든 사람이라면, 지금 전 세계에 팔리고 있는 기네스를 마셔보고 분노를 금치 못할 것 같을 정도로... 시중에 파는 기네스와는 그냥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술이었다.
처음 마셨을 때 신선하고 고소한 맥아향이 느껴지고, 맥주라기보다 콜라 같으면서(정확히 표현하자면 맥콜), 커피 같기도 하면서 또 끝내주게 부드러웠다.
단순히 맛이 더 뛰어나다기보다는 다른 종류의 고급술 같았다.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한 잔을 비우고, 아쉬워서 바로 한 잔을 더 시켰다.
시간 여유가 있고 내 주량이 조금 더 셌다면, 그리고 같이 마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하루 종일 실없는 농담이나 하면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시고 싶을 정도로,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술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마셨던 기네스는 기네스가 아니었다.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는 도시
기네스 하우스에서 나오니 해가 슬슬 지고 있었다.
다른 관광지에 가기엔 늦은 시간이라 더블린 시내를 목적 없이 걸어 다니며 구경했다.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일상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더블린은 펍의 도시답게 개성 넘치고 특색 있는 펍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더블린에 살았다면 하나하나 다 가봤을 텐데...
도란도란 모여 술 한잔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넉살 좋게 혼자 있을 자신은 없어, 저녁거리를 사 들고 호텔로 천천히 돌아갔다.
더블린에서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기보다,
그냥 서로를 잘 아는 편안한 사람과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혼자 와도 즐거운 곳이지만,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