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골웨이 여행 1

비 내리는 골웨이의 저녁, B&B체험기

by missnow

구불구불 마을길을 달려 골웨이로


모허 절벽을 관광한 후 해가 지기 전에 골웨이에 도착하기 위해, 점심은 차 안에서 간단히 간식으로 때운 뒤 바로 출발했다. 모허 절벽까지 오는 길에는 고속도로를 타고 와서 운전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골웨이로 가는 길은 마을을 통과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몹시 평화롭고 아름다웠지만, 운전하고 있던 나에게는 스릴러와 다름없는 긴장감 넘치는 현장이었다.

도로 폭이 너무 좁아 도로변 나무나 담벼락에 차가 닿을까 봐 바짝 긴장한 채 거북이처럼 천천히 운전했다.

이 지역 주민들임이 분명한 다른 운전자들은 묘기 경주를 하듯 트럭을 몰고도 좁디좁은 길을 거침없이 지나갔고, 천천히 가는 내가 답답했는지 내 차를 앞질러 지나가기도 했다. 이럴 것 같아서 일부러 경차를 예약해 둔 건데...

다음에 아일랜드에 오게 된다면 이번에는 늦지 않게, 꼭 경차를 렌트해 여행하리라 다짐하며 아름답지만 긴장감 넘치는 마을길과 숲길을 구불구불 넘어 골웨이로 향했다.

조심히 운전한다고 했음에도 나뭇가지와 돌담에 아주 살짝 긁히긴 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골웨이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니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일랜드에서의 첫 비였다.


골웨이의 비 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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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호텔보다는 B&B 형태의 숙소가 많고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블린을 제외한 전 일정 숙소를 B&B로 예약했다.

가격도 호텔보다 저렴하고 아침 식사까지 포함되어 있어 경제적으로도 이점이 있었다. 다만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골웨이에 도착해 숙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체크인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와는 달리 가정집 형태의 숙소라, 숙박을 하러 왔다기보다는 홈스테이를 하러 온 느낌이 더 강했다.

핼러윈 시즌이어서 집 안은 소소한 호박 조형물과 핼러윈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었고, 주인아저씨가 친절히 수기로 체크인을 해주었다. 내일 아침 시간, 메뉴, 출입 방법까지 설명을 들은 후 전달받은 열쇠로 방에 들어갔다. 숙박객이 아니라 이 집의 ‘손님’으로 초대된 듯한 느낌을 주는, 작지만 따뜻하고 정겨움이 느껴지는 방이었다.

짐을 방에 두고 저녁을 먹을 겸 골웨이 시내로 나갔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인 듯 우산을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아 나도 비를 맞으며 걸었다.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골웨이에도 특색 있는 펍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미 펍에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더블린의 펍들이 개성 강한 힙스터 느낌이었다면, 골웨이의 펍들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낯선 여행자라도 너그럽게 품어줄 것 같은 푸근한 곳들이었지만, 여전히 그 푸근함을 파고들 주변머리가 없었던 나는 길을 걷다 발견한 아일랜드 식당 ‘Dela Restaurant’에 들어갔다.

레스토랑 안은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였고, 직원은 단골손님을 맞이하듯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아일랜드 음식과 창작 요리, 그리고 수십 종이 넘는 골웨이 맥주를 파는 곳이었고, 직원의 추천을 받아 주문했다. 아일랜드에서 먹은 제대로 된 첫 끼였고,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해서인지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하루 종일 낯선 길을 운전하느라 쌓인 피로와 긴장이 따뜻한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솜사탕이 녹듯 스르르 녹아내리는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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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를 위한 준비해 준 아침식사를 먹는 행복


오후에 이니시모어 섬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 조금이라도 골웨이를 더 관광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라디오 소리, 주인 내외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무언가 익어가는 ‘치지직’ 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늘 조식을 챙겨 먹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직접 아침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식당에는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나의 인기척을 듣고 주인아저씨가 “굿모닝”이라고 인사하며 곧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훈제연어와 스크램블에그, 그리고 토스트 몇 조각이 전부인 특별할 것 없는 조식이었다.

하지만 돈을 내고 제공받는 ‘조식’의 느낌보다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 나를 위해 아침부터 정성스레 만들어 준 아침 식사를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주인아저씨는 요리를 하는 틈틈이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뜰히 챙겨 주셨고, 메뉴는 심플했지만 든든하고 맛있었다. 내가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다른 숙박객들도 하나둘씩 식당으로 들어왔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꼭 하숙집의 룸메이트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B&B 숙소를 이용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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