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골웨이 여행 2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골웨이

by missnow

골웨이 주말시장과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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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만족스러운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짐은 렌터카에 미리 실어두고, 운 좋게 골웨이 주말시장이 열리는 날이라 주말시장이 열리는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와중에도 해가 떴다가 갑자기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이게 아일랜드 날씨구나... 를 몸소 체감하며, 아일랜드인이 아닌 나는 우산을 접었다 펼쳤다 하며 한산한 거리를 걸어 나갔다.

비가 와서인지 물로 씻어낸 듯 거리의 풍경이 더 깨끗하고 맑게 보였다.

주말에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 주변에서 열리는 골웨이 주말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먹거리, 기념품들을 팔고 있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장을 보러 온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몰려 골목이 붐비고 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나를 위한 선물로 아일랜드의 상징인 네잎클로버가 인쇄된 작은 판화 소품을 산 후, 비를 피할 겸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를 관광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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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북에서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중세 양식의 교회라는 정보를 봤는데(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다녀갈 정도로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들어가 보니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고, 옛 모습이 잘 보존된 소박한 교회였다.
외부와 내부 모두 돌의 질감을 살려 만들어져서 담백하고 절제된 안정감을 주었고, 창문은 종교화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었다.
건물의 느낌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담고 있는 의미로 인해, 화려하고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도 차분하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교회 안은 어떤 행사를 준비하는 듯 다소 분주해 보였다.

종교는 없지만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그녀의 검진 결과가 이상 없기를 바라며 기도를 했다.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골웨이, 솔트힐 해변

스페니시 아치, 코리브 강변의 평화로운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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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니콜라스 교회에서 나와 코리브 강을 산책하러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고 한적했다.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다행히 비는 완전히 그쳐 날씨가 맑아졌다. 린치스 성과 스페인 광장, 스페니시 아치까지 걸어갔다.
아침을 먹고 나오긴 했지만 날씨가 춥고 출출해져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Nimmo's에 들어가 팬케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다들 추워서 안으로 들어와 있었는지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기대를 했었는데, 여기는 서비스나 음식 퀄리티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쩌면 유명한 곳이라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지도...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여유롭게 쉬고 싶은 마음과 좀 더 관광하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던 중, ‘여길 다시 언제 와보겠냐’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스페인 광장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솔트힐 해변이 나와서, 여기까지 온 김에 좀 더 걸어가 보기로 했다.
골웨이 자체가 높은 건물이 없긴 했지만, 중심지를 벗어나니 더더욱 단층 주택들 외엔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하늘 반, 듬성듬성 낮게 이어진 집들 반이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좋긴 했지만, 관광지가 아닌데 괜히 여기까지 걸어왔나 싶은 마음이 들 때, 뜬금없이 야자수 같은 나무와 넓은 잔디밭이 나타났다.
그리고 좀 더 걸어가니 솔트힐 해변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 같은 관광객들은 별로 없고 현지 주민들이 주말 오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싶은 풍경이었다.

어떤 관광지보다 나는 이들이 주말 오전을 보내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평화롭게 일상을 보낼 수도, 이런 삶을 살 수도 있는 거였구나...

언젠가 내게 평화가 간절히 필요한 날이 오면, 나는 솔트힐 해변의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그곳으로 지쳐 있는 나를 보내, 바다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뛰어든 강아지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바다의 일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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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들과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라틴 구역

떠나온 자들과 자유로운 영혼들의 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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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힐 해변에서 돌아와 골웨이 문화의 중심지이자 가장 번화가인 라틴 구역에 갔다.
라틴 구역은 골웨이 전통 펍, 카페, 레스토랑 및 상점이 밀집되어 있어 다소 붐비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골목 곳곳에 배어 있었다.

어딘가에서 떠나온 자들이 모여드는 곳, 떠나온 자들을 환영하는 거리의 악사들의 음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곳.
이곳에 깃든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어딘가에서 떠나온 자들을 편안하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골웨이가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음번에 아일랜드에 여행을 오게 된다면, 골웨이에서 평화가 지겨워지고 심심해질 때까지 지내고 싶었다.
짧게 머물기는 너무 아쉬운 곳이었지만, ‘이니셰린의 밴시’의 초청장을 받은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니시모어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