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헬싱키 스탑오버 험난한 시작

호텔 바우처는 입국 게이트 나가기 전 항공사 카운터에서!

by missnow

얼떨결에 결정된 헬싱키 스탑오버 여행


떠나기 전 항공 일정을 한 번 더 확인해 보려고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귀국 편 항공 스케줄 변경이 필요한 상태였다. (항공 스케줄 변경 관련 알림을 내가 놓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택지는 귀국 일정을 앞당기거나, 아니면 헬싱키에서 스탑오버를 하고 다음 날 저녁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선결제해 둔 것들이 많아 일정을 당기는 건 손해라 후자를 선택했다.
출발하기 직전에 알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더블린의 마지막 날 숙소를 취소하고 헬싱키 공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5년 만에 헬싱키에 가게 되어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던 곳들 위주로 반나절 여행 계획을 다시 짰다.


여행 가기 전 회사 동료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아찔했던 항공 스케줄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항공사 사정에 의해 스케줄이 바뀐 거면 호텔 바우처를 제공해 줄 수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 봐. 나도 여행 스케줄 바뀌었을 때 호텔이랑 밀 바우처 받은 적 있어.”
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호텔 바우처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미 헬싱키 호텔을 예약해 두긴 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항공사 측에 문의를 했고, 여러 번 확인을 거친 결과 호텔 바우처를 제공해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호텔 바우처는 헬싱키 공항 카운터에서 제공될 예정이며 출국 전 미리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확히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확인이 어려웠다)

과연 영어가 짧은 내가 현지에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몹시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만 스케줄이 변경된 게 아니니 분명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있을 거고, 안내가 있겠지...
호텔 바우처 제공이 확실함을 확인했으니 미리 예약해 두었던 헬싱키 호텔은 취소했다.


호텔 바우처는 입국 게이트 나가기 전 항공사 카운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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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로 유명한 아일랜드답게 면세점에서도 아일랜드 위스키를 판매하는 존이 있었다. 한참 구경을 하다 여행 기념으로 마음에 드는 위스키를 한 병 구매한 후 헬싱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감 직전인 일들이 있어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떠나온 곳의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마감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다.
모르겠다, 이제... 죄책감과 책임감만으로는 무거운 내 몸을, 회피하고 싶고 달아나고 싶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해야 했던 모든 일들을 뒤로 제쳐 두고 나는 잠으로 도피했다.


헬싱키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나니 오후 11시 30분이었고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공항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입국 게이트를 나와 호텔 바우처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항공사 카운터를 찾았는데, 1층에 있던 항공사 카운터는 이미 닫아 있었다.
설마... 운영 중인 다른 카운터가 있겠지 하는 마음에 안내 데스크에 항공사 카운터를 문의했더니 2층으로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2층에 올라가 보니 그곳은 출국장으로 보였고,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 내 사정을 설명하며 호텔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항공사 직원분은 내 엉터리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호텔 바우처는 도착 카운터에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여기서 받는 건 아닌 것 같아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더니 진이 다 빠졌고 몹시 피곤했다. 그냥 호텔 예약했던 걸 취소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됐다.


이미 확인한 대로 1층에는 열려 있는 항공사 카운터가 없었다. 눈치로 보아하니... 아마도 입국 게이트로 나오기 전에 그 안에서 해결했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이를 어쩐다... 입국 게이트 문은 나올 때만 문이 열리는 구조라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냥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 자리가 남아 있기를 바라며 당일 숙박이 가능한지를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입국 게이트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이 열린 틈에 잽싸게 핸드 카트를 밀어 넣어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행히 짐 찾는 곳 근처에 항공사 도착 서비스 카운터가 있었다!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내 차례가 되어 번역기를 활용해 가며 부족한 영어로 내 사정을 설명했다.
항공사 사정으로 출발 전 항공편이 변경됐고, 그래서 호텔 바우처를 제공해 준다고 했다고 설명했는데도 직원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 더블린에서 항공 스케줄은 변경 없이 제시간에 운행되었고, 당신은 제시간에 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최초 예약했던 항공 이티켓을 보여주며 다시 설명했지만, 왜 내가 항공 스케줄이 바뀌었다고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직원분이 상사로 보이는 분께 내 티켓을 가지고 가서 상의했다.
상사분이 오셔서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항공 스케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그 직원분과 나누는 것 같았다. 그제야 직원분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를 도와주셨다.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고 눈치로 알아차렸다...)

공항 근처 조식이 포함된 호텔 숙박 바우처 티켓을 인쇄해 줬고, 비행기 티켓도 새로 뽑아 주면서 안에 17달러(달러였는지 유로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정도의 바우처가 들어 있어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었다.

유아 수준의 영어 실력이었지만 어찌어찌 사정을 설명해 무사히 호텔 바우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공받은 호텔 바우처를 확인해 보니, 내가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바로 그 호텔이었다.
진이 빠질 대로 빠져서 터덜터덜 호텔을 찾아갔다. 헬싱키 공항 안에 이름이 비슷한 호텔이 있어서 처음에는 그곳으로 갔다가 다시 안내를 받아야 했지만... 이전의 고난에 비하면 이 정도는 사소한 해프닝 수준이었다.

아마 국가마다, 항공사마다 조건은 다르겠지만 제공받을 서비스가 있을 경우 입국 게이트를 나가기 전에 항공사 카운터에서 먼저 확인해 보는 게 고생을 덜 하는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꼭 입국 게이트 나가기 전에 확인하리라 다짐하며 이번엔 호텔을 제대로 찾아가 체크인을 했다.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호텔 바우처와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가 바우처까지 얻었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겐 약간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 모습에 자괴감이 느껴지는 한편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려 침대를 보자마자 눕고 싶었지만, 더 이상 떠나온 곳에서의 일들을 외면했다가는 돌아가서 수습이 불가할 것 같아 메일과 메신저에 로그인했다. 지금부터는 늘어져 있으면 안 된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만 마무리하고 다시 헬싱키로 돌아와, 우연히 주어진 헬싱키 여행,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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