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by MissP

쓰다의 사전적 의미.

1. 붓, 펜, 연필과 같이 선을 그을 수 있는 도구로 종이 따위에 획을 그어서 일정한 글자의 모양이 이루어지게 하다.
2.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혹은 이와 유사한 대상 따위에 글로 나타내다.


무언가를 쓴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타고난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적어간다는 건

내 삶의 여기저기에

흔적이 남기에 좋다.

사실 '어떤 것'을 적고 싶은 것보다,

'적고 싶다'에 더 주목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써내려간다는 것.

그게 좋은 거다.



세상살이에 막연히 답답할때가 있다.

그때는 하나, 하나,

집어가며 생각해본다.

나의 삶, 사랑, 가족, 일, 인간관계 그리고 돈.

분명 나의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이 없는데,

가슴 안에는 검은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채우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마땅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것들은 언제나 내 안에, 내 곁에 있다가

어느순간 고개를 드민다.

비오는 날에, 고요한 밤에,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때로는 밥을 먹거나 수다를 떨다가.



고독인가.

외로움인가.


프로이드의 의자(정도언)에서 고독은 혼자만의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만의 슬픔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무언이던간에

좀 더 근원적인 것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것을 채울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그럴때는 쓰는 것이 더 좋아진다.

무언가를 끄적끄적 대다보면

내 안에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며

나를 그 소용돌이 안으로 잡아당긴다.

그 무차별적인 힘에는 절대 저항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기쁨이다. 어쩌면,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환희일지도 모르겠다.


쓴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쓰는 것은 말하는 것과 같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의 주인은 내가 아닌 것처럼

손을 떠난 글자의 주인도 내가 아니다.


사람은 하루에 약 10,000개에서 25,000개의 단어를 말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소모되지 못하고 남은 단어들은 어디로 갈까. 그리고 그 단어를 모두 소모해버리면,

나머지는 어디에서 올까.


나는 읽는다.

읽고 타인의 단어를 삼킨다. 그 단어는 내 안에서 나와 뒤섞이며 새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 단어가 나를 만든다.

나는 쓰고 말한다.

나에게 있어 읽고 쓰는 것은 결국 소통이다.

내 자신을 누군가에게 살며시 드러내는 과정이다.


쓴다.

투박하고 거칠고 매끄럽지 못해도,

나를 드러내는 과정이 매우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