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용기내는 사람

나를 소개하는 글쓰기

by 구구

그녀는 한 젊은 부부의 둘째로 태어났다. 오매불망 딸을 기다려왔던 그녀의 아버지는 대서양 한 가운데서 그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징어를 잡는 원양어선의 통신사였기 때문이다. 몇 달 만에 육지에 내려 딸을 만난 그녀의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어준 회사를 이듬해 그만두었다. 배를 향해 흔들던 딸의 작은 손이 눈에 밟혀 더는 떠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새로 구한 일은 바다를 지키는 경찰이었다. 홀로 몇 달씩 먼바다로 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몇 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5살 때부터 부산과 제주를 여러 번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는 사투리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말보다 글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을지 모르겠다.


그녀는 학교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다. 대단히 공부를 잘하지도, 특별히 말썽을 피우지도 않는 그녀를 주목하는 선생님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시절, 그녀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 나가 상을 받던 날,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상금으로 받은 2만 원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


대학 원서를 쓸 때, 그때 받았던 상장이 떠오른 건 우연이었을까. 그녀는 그렇게 한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그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대단한 재능도 엄청난 노력도 없이 그녀는 4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졸업 후 보도자료나 기사를 쓰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자신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살았다. 그저 이렇게라도 읽고 쓰며 산다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내년이면 그녀의 나이 마흔, 처음 작가를 꿈꾸었던 때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완전히 실패하느니 그저 가능성으로라도 남아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제나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20년 뒤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어떤 글이든 세상에 내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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