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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현 Apr 18. 2020

오늘의 표현: 'Post Corona' 코로나 이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하지만 올 것은 알차게! 여생 꿀팁 best 5


거리를 걷다 보면

한 번씩 비대한 몸집의 비둘기들이 지나다닙니다. 사람과 거리가 꽤 가까워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던 길을 걸어갑니다.



가누기 힘들 정도의 몸집으로 인해

날아오르기보다 걷는 것을 선호합니다.

땅에 떨어진 음식물 외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차가 달려오는데도 날기는커녕

뒤뚱뒤뚱 걷기만 하는 비둘기는

미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


보폭이 좁고 걸음새가 둔탁한 비둘기는

생명의 이유와 본질에서 벗어난

무능함의 상징 같기도 합니다.



나름 삶의 터전을 잃은 도심 속 동물에게

이렇게 잔인한 의미부여를 해서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지쳐서

제정신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저는

생산성으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요즘 따라

나와 비둘기가 다른 게 뭔가...

극단적 상대를 골라

씨름을 했더랬습니다.


조금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이 시국은 빨리 끝날 것이라 기대하며 나름 해피엔딩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긴 여정,

코로나의 끝 자락에서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호흡기가 없어도 멀쩡히 숨을 쉬고

더디지만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수고로움이 정지된 이 자리가

영 불편하기만 합니다.


생활이 불편해져 불평을 늘어놓다가 도

늘어만 가는 사망자수를 보며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괜찮은 것이

갑자기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에이, 이때 아니면 언제 푹 쉬어보겠어?’라는

위안과 ‘이러다 평생 쉴 것만 같아’라는 불안이

동시에 텃세를 부리는데,

왠지 둘 다 맞는 말 같아

제대로 말릴 수도 없었습니다.


명철함의 상징인 철학자들도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다가

정신이 돌아버린 이들도 많다는데.


지나간 시간들은 그렇다 치고

끝자락에서 라도 나름 긍정을 찾고 싶었습니다.


쥐어짜 낸 식의

혹은 보여 주기식의 깨달음이

아닌 앞으로의 삶을 반전시킬 만한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하지만 올 것은 알차게.



주변에 즐비한 긍정과 용기의 글귀들이

마음에 확 와 닿다가도

당장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낼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시국에 목숨은 연명했으니

앞으로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 될 텐데요..


되는대로 어영부영 사는 것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코로나의 끝자락마저

무용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축 쳐져 있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나름 집콕 생활이

안겨준 저 만의 개똥철학을 나눕니다.



기대하시라~~~~




코로나가 남겨 준 개똥철학 시리즈


 <코로나 이후 여생 꿀팁 BEST 5>




1.     현실은 거의 매번

자신이 설정한 과녁을 비껴갑니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해서

 ‘쨘!’ 하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고

인생의 모든 아픔과 고통이 사라질 일은 없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매번 현실을 비관하기 전에

 ‘완벽’이라는 허상에 속아

현실을 홀대하는 자신을 돌아보세요.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은 난감한 문제까지도

안고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니 때때로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요.

지나친 속력의 추구에는 항상 욕심이 묻어납니다.


시기의 고유한 특성을 알아보고 알맞게 누리세요.

동시에 긴 호흡으로 준비하세요.


.....


그대는 언제나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늘 악착 같이 살지 않아도

죄짓는 거 아니니

한 시름 놓는 건 어떠신지요.


....



시종일관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오히려 태연한 상태를 꼭 거쳐야만 합니다.

매번 일희일비하며 오두방정 떨어도

성공의 입장에선 영 부담스러워

비껴가게 되니까요.



2.    코로나 잠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의 나태하고 권태로운 삶이 물꼬를 틀 것입니다.


‘난 절대 그렇지 않아’라고 하기엔

인간이란 본질 자체가 망각의 동물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축적된 습관과

학습된 감정의 지배를 받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권태를 저항하고

창조적 일상의 반복으로 물꼬의 방향을 틀어보세요.


깨어 있는 것도 숙달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좀비들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깨어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각성입니다.



3.    사회적 거리로 인해 잡아 주지 못한 손,

지금부터라도 따듯한 말 한마디로 대신해 주세요.


어느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한 지난 몇 달은 없었답니다.

여럿은 겁에 질려 갇혀 지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누군가는 평생 준비해온 중요한 시험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신과 마주 앉은 사람도

지나온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겉으론 멀쩡하게 웃고 있어도

정녕 속은 다 썩어 빠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몇 달째 수입이 끊기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걱정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쉬운 삶이란 없습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좀 잘해달라는

이야기를 돌려 돌려한 것 임 haha;;)




4.       거대한 성공보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기쁨들을

줍는 일을 의도적으로 하세요. 


이것은 결코

패자들이나 하는 자기 위안이 아닙니다.


....


오히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안정감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의 근간입니다.


 (根幹)의 사전적인 의미는

 ‘뿌리와 줄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뿌리는 노출되지 않고 깊게 심겨 있어야 합니다.  

야망을 품고 높이 솟으려 하기보다 

오히려 아래로 깊숙이 내려가야 합니다.

줄기는 그제야 비로소 더 높게 자랍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심지어 건물이나

지면을 딛고 서 있는 것의 원리는

매 한 가지인가 봅니다.

...



불안장애와 수면장애로 잿빛 20대를 보냈습니다. 좀처럼 몸과 정신이 온전히 이완된 채로

잠들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이 아닌 현실에 뿌리를 견고히 내린 후 저를 괴롭히던 온갖 증상들은 종적을 감췄습니다.


날씨가 꽤 맑았던 어느 날

여유 있게 낮잠을 잤습니다.

생전에 낮 시간에...... 잠이 들었습니다....

근 10년 만에 낮잠을 잤습니다.


그 행복감이 아직도 마음을 평안하게 합니다.



5.     코로나로 허송세월 보낸 거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틀어진 체형처럼

각자의 틀어진 사고방식과 일상이

....


재 창조되었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인류 역사상

손꼽힐 정도의 중요한 시간을 지나온 당신...


조금은 차분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당신은 다시 빚어졌습니다.

....


알게 모르게 삶의 관성에

주인 자리를 내어주고 살아왔다는 것을,

가족이 소중하다는 말은

단지 흔한 미사여구가 아니라는 것을,

이 세상에 유토피아 란 없다는 것을,

이 곳은 헬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뉴욕 물 좀 먹은 사람도

기어이 내 조국으로 와서 치료받겠다고

너도나도 비싼 값을 주고 티켓을 샀다는 것을…  

유럽 여행, 무조건 부러워할 필요 없다는 것을..

....


돈 주고는 못 배우는 알짜배기 교훈을

몸소 체득하셨으니

절대 이전과 같을 순 없겠죠.


세상 이치들의 민낯을 파악한 사람은

더 이상 두꺼운 메이컵에 속지 않으니 말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담금질을 통해

더욱 견고한 사람으로 거듭 난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성서>

고린도후서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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