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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현 Aug 19. 2020

오늘의 표현: 'My Soul Food' 영혼의 양식

여태 껏 수고한 당신에게 글 한 끼 대접합니다.


My Soul Food!


소울 푸드의 근원은 아프리카 요리, 그중에서도

서아프리카의 식문화입니다.

노예무역을 통해서 미국으로 전파되었고

흑인 노예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지요.

그후 흑인들은 남부의 백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남부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울 푸드’입니다.


직역하니  ‘영혼 음식’ 이네요.

한국과 일본에서는 ‘지친 영혼을 달래는 음식’

의미로 사용합니다.

‘소울 푸드..’ 듣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다들 소울푸드 한 가지씩은 있으시죠?


뼛속까지 지쳐있을 때 영혼과 심신을 달래주는

soul food는 열 친구 못지않습니다..





저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혀가 타들어갈 듯한

매운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시뻘건 양념이 버무려진 떡볶이를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식후엔 항상 달달한 디저트를 먹어줘야

완전체 식사를 한 기분입니다.

달콤한 케이크이나 바삭한 마카롱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입속에 퍼지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갖가지 소울푸드는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혼으로 맺어진 관계인가 봅니다.



마음이 허 할 때는 자주 가는 맛집에 꼭 들립니다.

맛집은 음식뿐 아닌 즐기는 시간적 여유,

낭만적 분위기들이 어우러져 향수를 자아냅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맛집인 사람이 있습니다.

자주 찾아가고 싶고

온종일 눈에 아른거릴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긴 외국생활 중 잠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는 고등어구이에 된장찌개

끓여주시곤 했습니다.


고단한 타지 생활의 애환을 달래주던

엄마표 된장찌개는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지금도 여전히 제 영혼을 달래주는 소울푸드입니다.


삶의 깊이와 무게를 다 알아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세상에 혼자 버려진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가 끓여주시는

된장찌개를 먹으면 힘이 납니다.


누군가가 항상 제 뒤를 봐주고 있는 것처럼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

남들은 등을 돌려도 늘 내 편인 엄마.

무뚝뚝 경상도 여성이신 어머니는

굳이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하시지 않는 대신

아픔을 공감하며 묵묵히 함께 걸어주십니다.




영원한 내 편이 나를 위해 끓여주는 된장찌개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찌개를 한 숟갈 뜰 때마다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갖가지 재료들이

숟가락을 한 가득 채웁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찌개를 한 입 먹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어깨에 뭉쳐있던 긴장이 완화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깨닫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로 만들어진

이 소울 푸드는 지친 영혼을 달래줍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저의 멘토 윤 사장님과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장 시간 대화를 마친 후 전화를 끊기 전

윤 사장님께서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하시더군요.


“힐러리 씨, 총알이 날아다녀도 먹던 밥은 끝까지 먹어야 합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있다가

갑자기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상상하니 너무 웃겨서 전화를 붙들고 서로 어찌나 웃었는지 아마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웃었을 거예요.


의역을 하자면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동요하지 말고 하던 일을 무던히 해라’는

격려의 표현이 아닐까요.


‘네~ 꼭 그래야겠어요’라고 웃음 섞인 대답을

했지만 제 속 사람은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로 행로가 꼬였는데

밥을 끝까지 먹으라니요...'

'강의와 강연이 모조리 취소되었는데

밥을 끝까지 먹으라니요....'

'그 외 모든 계획들이 자꾸 궤도를 이탈하는데

밥을 끝까지 먹으라니요....'

'자꾸 슬프고 우울한 생각이 드는데

밥을 끝까지 먹으라니요....'




엄마가 얼려서 보내주신 올갱이 된장찌개 해동


오늘은 소울 푸드로 지친 영혼을 먼저 달래 봅니다. 친히 택배로 보내 주신 홈메이드

엄마표 올갱이 된장찌개입니다.

한 숟갈만 먹어도 든든합니다.


심리적 포만감을 얻습니다.




답이 없는 시간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못 해도

얼굴에 웃음이 생깁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마음의 안정을 되찾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코로나로 인해 통제받는 일상, 제한된 활동,

예전 같지 않게 줄어든 것만 같은 기회..



그 속에서 식사는 잘하고 계신 거죠?



멘토 윤 사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총알이 날아다녀도

 먹던 밥은 끝까지 다 먹으렵니다..


동참하시겠어요?



조율이 안 된 피아노로 명곡을 칠 수 없듯이


헝클어진 몸과 마음으로는

일상의 진행이 매끄러울 리 없습니다.




왠지 위로가 필요하실 거 같아

이렇게 글로 나마 소울 푸드 한 끼를 선물합니다.

(영 부족하지만..)


오늘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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