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사장 Jul 06. 2021

직장인이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이유

괜히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최근 들어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10K 랜선 마라톤을 뛰기로 한 날 오늘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괜히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온몸을 감싸는 귀찮음으로 파투를 낼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약속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섰다.


평소 3km도 끝까지 뛰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완주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10K 마라톤을 신청하였다. 최근 너무나도 나태해진 내 삶에 새로운 자극과 만족감을 채워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10K의 달리기는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귀찮고 힘들어도 해보는 것이 낫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본 마라톤이었다. 매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 뛰지도 못하는데 나가서 민폐만 끼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러닝화를 신고 나가는 게 귀찮았다. 막상 나가면 잘만 뛰고 올 텐데 안 하던 것을 하려니 관성이 전혀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보고 나니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만큼 뿌듯한 것이 없더라.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적어도 귀찮음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잘했어?'에 대한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해봤어?'에 대한 대답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다.

어릴 적 농구가 너무 좋아서 비가 억수같이 내려오는 날에도 농구공을 들고 야외 코트로 나갔던 기억이 있다. 비를 맞으면서 뛰다 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른이 되고 나서 무언가를 할 때 변명거리가 무척이나 많아졌다. 하지만 그건 딱히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하고 싶고 기다려왔던 일이라면 아침부터 일어나서 바로 할 것이고, 날씨가 좋든 나쁘든, 같이 할 사람이 있던 없던 시간만 나면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다면 우선 정말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 추월당하면 따라잡기는 어렵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다 같이 뛰게 된다. 그러다가 자기 페이스에 맞춰서 뛰게 되면 어느덧 사람들과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간격을 맞춰보려고 뛰어보지만 힘들다고 잠깐 걷기 시작하면 앞에서 뛰던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날 때까지 다시 보기 힘들어진다.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가 되었던, 취업이 되었건 어느 기점으로 차이가 벌어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다시 따라잡기 위해서는 같이 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열심히 뛰어야 되고 쉬어서도 안된다. 그래야지 다시 앞사람의 등을 볼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도착점이 다르다.

마라톤은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같은 곳에서 끝난다. 그렇기에 같이 뛰는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추월당하면 마음이 아프고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인생은 다르다. 시작점도 다르고 도착점도 다르다. 그렇기에 딱히 주변 사람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을 추월해야 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추월당하면 다시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 뛰어왔다. 아등바등 한 사람이라도 더 잡아보겠다고 살아왔던 인생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10K를 뛰고 집에 왔을 때는 무릎도 아프고 습한 날씨 탓에 온 몸이 찝찝했다. 하지만 씻고 나니 무언가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마음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요즘 같이 루틴 한 직장 생활 속에서는 이 사소한 감정조차 소중하게 느껴지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을 한 뒤100일 동안해야 하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