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생소함에서 고소함으로

이직 후, 여전히 조금은 어색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by 옆집여동생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꽤 여러 번 이직을 했다.

어디를 가던 새로 온 사람을 보는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딱 봐도 허술하게 생겼는데, 일이나 제대로 할까?
또라이 보존 법칙의 비율을 채우러 온 바로 그 또라이는 아닐까?
여기 완전 그지 같은데 도대체 왜 왔지? (거의 모든 회사는 그지 같다)



그럴 때가 바로 빵을 꺼내 들 타이밍이다.

무슨 빵이든 좋다.

다 같이 티타임 할 때 꺼내놓을 수 있는 어떤 빵이든 괜찮다. 그래도 내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스토리가 있는 빵이 좋겠다. 하나만 꺼내놓아도 금세 조잘조잘 얘기할 거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빵집에서 산 까눌레인데 그 집 사장님도 회사 다니다가 까눌레에 미쳐서 가게를 오픈했다던지, 웨이팅 2시간씩 하는 베이글집인데 오늘 새벽부터 이거 사러 갔다 왔다던지 하는. 그러면서 내가 빵순이라는 사실을 슬쩍 흘리면 앞으로 모든 팀원들이 빵을 먹을 때마다, “누구 씨, 나 어제 ㅇㅇ에서 빵사먹었는데, 여기 엄청 유명한 데래요. 먹어봤어요? “라고 먼저 말을 건네야만 하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일은 제발 열심히 하도록 하자) 하지만 조금 더 빠르게 새로운 사람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건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쉬는 시간에 빵을 함께 먹는 것보다 고급 스킬을 하나 더 알려주겠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을 잘해야겠지만, 쓸모라는 게 꼭 업무적인 것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회사에서 내가 속해있던 팀에는 2명의 특기자가 있는데, 가끔 팀원들을 점심때 회사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맛집에 데려다주는 운전병과, 약속이 있거나 여행을 갈 때 지역별 맛집을 추천해 주는 쩝쩝박사 학위 소지자(=나)였다. 특히 빵집 정보는 전국구를 넘어 해외 DB도 꽤 구축해 놓은 상태이므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재로 분류되었다. 이런 대우를 계속 받기 위해 나도 내 나름대로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 갑자기 맛집을 추천해 주려면 잘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가본 곳이나 믿을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수집된 맛집을 구글 맵에 열심히 찍어 놓고,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1년 단위로 맵을 관리 해 항상 최신의 정보를 제공한다.



꼭 이런 특기가 아니더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잘하는 것 중에 사람들에게 도움 될만한 게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예전 회사의 팀원이었던 분은 재테크로 부동산 경매를 열심히 하는 분이었는데, 동료들에게 종종 경매 강의를 해주셨다.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업무 회의 보다도 더 뜨거운 토론의 장이 열리곤 했다. 핵심 인재는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 일하기도 바쁜데 동료들에게 또 다른 쓸모가 되기 위해 고심해 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내가 평소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다면, 회사를 너무 일만 하는 곳으로 선 긋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래도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여기서도 잘할 수 있다고. 어려울 것 없다고. 나를 믿고 조금의 어색한 시간들을 견뎌내다 보면, 오븐 속 크루아상 사이사이에 버터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료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누군가를 험담하는 어엿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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