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계획을 안 세우는 이유

계획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by 연하

원래는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해가 가면 말일에 지난 연도에는 무엇을 했는지 쭉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 보면, 내 인생에는 항상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대학생 때는 교환학생, 토플공부, 연합동아리 이런 식으로 대학생 때 꼭 해야 할 것을 리스트업 했고,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 때 무조건 대학교에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고 싶었고, 고등학생 시절을 그때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했었다.


중학생 때는 아이돌 덕질에 빠져있었는데 나는 사람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다. 즉,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무언가에 홀리거나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취업을 하고 얼마 안 된 지금은 어떤가.

직장에서의 뚜렷한 승진계획도 없고, 그냥 평교사로 쭉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하고 싶지도 않은 다이어트라던가, 재테크 계획을 갑자기 무리하게 잡지도 않는다. 원래 살았던 대로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원래 해왔던 대로, 내 페이스 대로.


작년에도 러닝 한다는 사람들 얘기를 조금 듣게 되었고, 한 번 해볼까? 에서 시작해서 3km도 힘들어했던 내가 10km 대회에 나간 것처럼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한 해가 지나가보면 '어 내가 이것도 했네?' 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새해가 되었다는 것은 당연하게 새롭고 좋은 기분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빨래 건조대에 이불을 햇볕에 소독하는데,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인 만큼 1월 1일의 해를 받으라고 글을 쓰고 있는 부엌테이블 옆에 있는 빨래건조대에 이불을 널어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젯밤에 주문해 놓은 떡국 재료를 문을 바로 열고 나가 가져왔고, 고기 육수를 30분 끓이는 동안 설거지, 빨래 걷기, 방 쓸고 닦기를 했다. (오늘은 데이터가 다시 들어오는 날이라 좋다. 폰을 바꾼 뒤에 학교 와이파이 안 쓰고 데이터를 쓰는 바람에 3일 정도 데이터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원래 오늘 아침 7시에 런크루 새해런을 갈려고 했는데 어제 점심때부터 갑자기 목이 아파서 저녁을 집 앞에 있는 해물 칼국수를 먹고 저번에 목 통증 때문에 먹었던 남은 처방약을 한 번 먹었더니 다행히 나았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생리도 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그냥 취소를 했다. 그리고 20km라서 최대 뛴 거리가 대회 때 뛴 10km이고, 러닝을 쉰 지가 오래되어서 괜히 무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1월 1일에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1일 1 포스팅 같은 목표는 딱히 세우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그래, 새해에는 하루에 하나정도는 글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걸 못 지켰다고 딱히 나에게 실망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연말에 너무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나서일까, 거창한 목표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외로운 기분을 최대한 느끼지 않는 것이 내가 올해 바라는 바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방법까지 내가 지금 정의하고 거기에 맞추어 빡빡하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글 또한 내가 좋아하니까 쓰는 것이고, 오늘은 아까 말한 청소를 하면서 아이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이어폰 말고 스피커로.


올해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주 과식하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자주 먹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작년보다 더 많이 웃는 것이다.


커리어에서 목표 같은 건 없다. 커리어라는 것, 역사적으로 보면 생겨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조선시대에 '자네, 커리어를 참 잘 쌓아왔군'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듯이, 그냥 하나의 개념일 뿐이고, 그냥 오늘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계획을 하는데 인생의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Best laid plans

Sometimes are just a one night stand

I'll be damned


https://www.youtube.com/watch?v=8XDI2kk6q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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