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취향과 감각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것이 결국 그를 사랑하는 걸까.’ 그녀는 며칠 새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해야할 의무가 있다, 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 나오셔야겠어요. 중요한 걸 확인해야해서,”
“뭘 확인해야 하는데요?”
“전화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3번 출구에 있는 자주 가는 바로”
그는 노란 우비를 입고 바로 들어왔다. 바람 종이 은은하게 울렸다. 바 안에는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누더기 같은 검정색과 회색을 레이어드한 가벼워보이는 코트를 입고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킁킁 거리더니 정적을 깨며 물었다.
-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요.
- 시간이 타는 냄새네요.
그녀는 가방에서 말보로 레드를 한 개비 빼서 물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는 언제부터 피우셨나요? 그가 물었다.
- 제작년이었나. 인생을 알게되었을 때 부터.
- 코미디언이신가요?
-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녀는 그를 향해 담배 연기를 보냈다.
- 이거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는데, 아시죠
- 이정도 무례는 범해도 되는 사이 아니었나요 우리.
-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으신 분이었구나.
- 사랑, 해보신 적 있어요?
- 사랑이요? 해 본 적 있죠.
-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자아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을 나라고 생각하는 것.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창문 너머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 저 궁금한게 있어요. 그 분홍색 가발은 왜 쓰고 다니시는 거예요?
- 프라이버시 보호 같은 거랄까. 아니면 일종의 해방이랄까. 연극 같은 것. 이러고 다니면 좋대요.
- 누가요?
- 또 다른 나라고 해야하나. 말로 하기가 좀 그렇네. 이건 못느끼면 그냥 끝이라. 설명이 소용이 없어.
- 전남자친구가 그랬는데. 내가 잔잔히 미쳐있는 것 같대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언제부터 그랬을까 그 스프링을 하나하나 따라가봤어요. 그러니
그녀는 갑자기 책상을 큰 소리로 탁 치며 말했다.
그는 놀라서 어깨를 들썩였다.
-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구요
도대체 왜!!! 어떤 것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난 절망에 빠졌어요
그녀는 흐느끼는 듯, 말투는 마치 연극배우 같이 과장되어 있었다.
- 스탠딩 코미디 같은 거 해보시는 거 어때요? 남자친구랑은 왜 헤어지셨어요?
- 소설 쓸 시간이 없어서.
- 평일에 저는 일하고 그 애와 대화를 해야해요. 거기엔 어떠한 영감도 없죠. 그리고 주말엔 데이트를 나가야해요. 거기에도 어떠한 영감이 없어요. 무엇보다 글을 쓸 시간이 없어요. 그와 달리, 나는 낮에는 일을 해야하는 직장인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했어요. 헤어지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클럽을 가보고 싶다. 그런 생각? 나는 너무 기뻤던 거야. 내가 하고 싶은게 생겼어. 그 바운스에 몸을 맡겨보고 싶다. 그게 나를 살아있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는 그런 생각? 그래서 나는 금요일에 조퇴를 내고 금토일 연속으로 서울 호텔에 방을 잡고, 클럽을 갔어. 클럽에 다니는 삶이 어떤지 궁금했던 거지. 그리고 그 이후 제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어요.
- Positive?
- Sure.
- 기생충의 연교를 흉내내시는 건가요?
- 그런데 당신은 내가 안무서워요? 알고보니 내가 막..막 미친 사람이엇을 수도 있잖아.
그녀는 머리를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며 미친 사람 흉내를 냈다.
그는 그녀가 과거에 큰 충격이 있었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단순히 나를 웃기려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