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연습

by 연하

다음 날 그녀는 또 다른 남자와 동성로에 있는 카페에 갔고, 1시간 만에 나왔다.

그녀는 매일 다른 남자를 만나 카페에 갔고, 대부분의 돈은 상대방이 냈으며, 딱 한 번 그녀가 낸 적이 있는데, 그 남자는 약속 시간 10분 전에 먼저 도착해 자신의 커피를 먼저 시켰다며, 제이에게 커피를 한 잔 시키면 된다고 했다. 제이는 그와의 대화를 30분 내로 끝내고, 그녀를 지하철로 데려다주겠다는 그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제가 아직 이성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 중 가장 예의 있는 분이셨어요.”라는 말을 문자로 했다. 제이는 반드시 좋은 인연을 만나실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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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로테이션 소개팅과 블라인드 암흑 소개팅, mbti소개팅, 약 40명이 함께하는 와인모임, 옷을 맞춰 입고 가는 게더링 모임 등 한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모임에 모두 갔다. 그녀는 때로는 몇 십 년 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말할 사람을 찾은 사람처럼 마주치는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말을 했고, 남은 예산을 털어야 해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공공기관의 직원처럼 돈을 썼다.


마지막으로 간 소개팅에서 제이는 왜 인간이 노동을 해야 하는지 남자에게 물었고, 자신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앞에 있는 남자에게 설파했다. 그들이 만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 참 자유로운 영혼이시네요. 10분 뒤에 일어날까요?

그 소개팅남은 고개를 미세하게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 지금 가도 괜찮아요.

제이는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라 조금 더 놀다갈 것 같다고 했고, 그는 오후 4시인 이른 시간임에도 내일 회사로 인해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후로도 제이는 일주일 정도를 매일 표본조사를 하는 조사원처럼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는 별다른 기록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일종의 빅데이터가 쌓이는 듯했다. 만나는 사람의 표본을 늘리면 정확도가 올라가는 듯 사람을 만났다. 대화를 하고 싶은 듯해 보이기도 했고, 어쩌면 단순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 듯도 했다. 짧으면 30분 만에, 길면 6시간 동안 같이 있기도 했다.


서강대 출신인 남자를 만나 서강대 투어를 하고 신촌에 있는 베트남 국수를 먹고, 그 앞 술집에 갔다. 그녀는 이 모든 체험과 밥이 무료인 투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제이는 2년 만에 자신에게 어떠한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쓸 필요가 있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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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해. 그녀가 문득 이 생각이 든 것은 2월을 일주일 남겨 둔 어느 오후였다. 이런 생활에 왜인지 약간 신물이 났다. 그녀는 집에 있는 귤 박스에서 귤을 쟁반에 8개 정도 담아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았다. 그리고 처음 썼던 자기소개서를 복사 붙여넣기한 후, 마지막 문단의 학교이름을 제대로 바꾸었는지 더블체크 후 네 곳의 학교에 메일을 보냈다. 면접을 본 학교 측에서는 그녀를 배려해 주었기에 그녀는 업무 없이 수업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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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제이는 3월 첫날부터 선생님이 병가를 내신 6학년 반을 들어갔다. 대구에서 학군이 좋은 s구였다. 아이들은 시끄러웠지만 제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환상이 없었기 때문에 딱히 실망하지는 않았다. 생각했던 대로 아이들은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제이의 목소리는 묻혔고, 마지막에 그녀는 이대로는 수업을 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첫날 수업이 끝난 후 그녀는 악몽을 꿨다. 자신이 아무리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도 아이들 목소리에 묻혀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우는 꿈이었다. 마치 인어공주의 슬픔이 이런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알바보단 낫군. 그녀는 삼일을 연달아 악몽을 꿨다. 두 번째 날 꿨던 악몽은 그녀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볼펜을 집어던졌는데 그것이 학생의 팔에 맞았다. 그 학생의 팔이 완전히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학생의 팔은 말라버린 석고상같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비현실적이야, 그녀는 꿈속에서 생각했다. 3일째 꿨던 악몽은 그녀가 늦잠을 자서 잠에서 깨니 오전 11시 12분이었던 것이었다.


3일간의 악몽 후 사흘 째 제이가 한 일은 가죽재킷을 사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와 밖을 분리하는 견고한 막이었다. 그 후 학교에 가서 책상을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모든 짝을 없앴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 종을 사고, 눈빛으로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학생들에게 한 번 설명한 것은 절대 여러 번 설명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대답을 안 한다는 건 이미 말한 적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 경우, tv에 떠있는 알림장을 보거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선생님 화장실 가도 돼요?"

"안 돼요."

"물 뜨러 가도 돼요?"

"안 돼요."

3개월 후 지나가는 선생님은 제이에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 반 애들은 어떻게 그렇게 스스로 청소를 잘하고 말을 잘 들어요?”


그날도 몇몇 아이들이 교실에 남아 책가방을 매고 서있자 제이는 말했다.

“여러분, 수업이 끝나고는 교실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이는 5일 연속으로 조퇴를 냈다.

‘내가 2년 동안 하루 종일 앉아서 책만 봤는데, 앉아서 수업 연구를 해야 한다면 2년 동안 공부한 건 의미가 없는 게 되잖아?’

제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자본주의적 사고를 완벽하게 탑재한 듯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적응을 해야지.


그녀는 2차 수업 실연 때 처음 보는 수업을 즉흥적으로 5분 만에 구상해 심사위원 앞에서 선보인 연기를 바탕으로 매교시 수업 1분 전 수업을 준비했다. 마치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같이 프리스타일로 수업을 했다. 역시 인생에 필요한 것은 기세군. 임기응변이 녹슬지 않게 프리스타일 춤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그녀는 다음 날 바로 동네 춤 학원을 등록했다. 실행력이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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