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만들어서 이직할 거야.”
제이는 테이블에 노트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올리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 둘의 대화를 듣는 중이었다. 한 명은 it회사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 같았고, 한 명은 일러스트와 포토샵으로 제품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이너인 듯했다.
제이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자본주의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었다.
블로그에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한 말이나 행동을 비공개로 종종 적어놓은 것들. 이런 건 한국의 취업시장에서는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가 대학생 때, 그녀와 같은 과인 사람들은 남미새라는 둥, 여왕벌이라는 등 그녀의 뒷얘기를 나눴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을 진정한 위너라고 생각했다.
제이는 21살 때 독서모임에서, 음악을 하려고 했다가 23살 이후 접었다는, 지금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31살 남자 k를 만난 적이 있다.
"음악은 어린애들 아니면 안 들으니까요."
그는 음악도 sns중독 같은 중독의 일환이라며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제이는 음악이 없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동생이 스무 살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독립해 살게 된 이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살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제이는 음악 식견이 넓은 같은 학교 밴드부 선배를 꼬시기 위해 노력 중이었는데 제이는 그녀의 엄마의 영향이었는지 그쪽 방면으로 소질이 있는 듯했다. 4월부터 크리스마스 2주 전까지 8개월 정도 선배와 교제한 끝에 그녀는 그 당시 아직 국내에는 아직 친숙하지 않았던 해외의 테크노, 하우스 음악과 그녀가 태어나기 30년 전에 만들어진 재즈와 록 음악에 안목이 깊어져 다음 해 카페 알바를 할 때 카페에 자주 오던 1살 어린 화학공학과 새내기와 사귈 수 있었다.
*
인간은 언제 지루해질까.
그건 돈을 모으기 시작할 때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제이는 그걸 다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미스터리와 불가사의를 풀기 위해 우울 해졌는가를 생각했다.
그녀는 희생된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k 같은 사람이 있어 내가 다른 나라에 갔을 때 체면을 차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k와 만났을 때 그가 알려준 투자 기술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잘 써먹고 있다. 900만 원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반은 재투자를 했고, 반은 태국 항공권을 예매하고 이번 달 스포티파이를 결제했다.
어쩌면 k가 맞았을지도 모른다. 밴드부 선배와 헤어진 후 제이는 펑크스타일 옷을 정리하고 팔만 구천 원으로 산 lp턴테이블과 보라색 립스틱과 고스룩을 당근에 팔고 쉬고 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제이는 분명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남자들을 잘 매수한 후 매도하는 능력이 있었다.
제이는 자신도 포트폴리오 정리를 해볼까 생각하고 한글파일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켜고 밴드부 남자친구가 사귀기 전 과방에서 알려준 총과 장미의 11월의 비를 틀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익과 손절의 그래프가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액슬로즈의 고백을 들으며 지난 남자들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