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어도 그만인데
언제부터 내가 감투 같은 걸 애지중지 껴안고 있었을까.
처음엔 스레드에서 만난 친구들이
'글을 쓴다'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브런치에 지원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내게 덜컥 글을 쓸 공간을 내어준 브런치를 보며
마음속으로 우쭐했던 건 사실이다.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건가?
그런 오만한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하는 내가 보였다.
어떻게 하면 멋있어 보일까,
어떻게 써야 Like it을 많이 받을까,
어떻게 해야 책을 낼 수 있을까.
그저 나를 찾아내고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언젠가부터 남이 읽을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좋아요 받으려고 글을 쓰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 되었고, 그게 싫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도 많다.
자기만의 이야기로 책을 내고
당당히 작가 소리를 듣는 친구.
브런치에 지원했다 계속 떨어지고
결국 스레드를 접은 친구.
그리고 책은 내지 않았어도
묵묵히,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는 친구.
여러 친구들을 지켜봤지만,
딱히 부러운 친구는 없었다.
아마도 나에겐,
친구들만큼의 열정이 없었던 거겠지.
그래도, 글을 완전히 놓진 않았다.
불현듯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스레드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올렸다.
심지어 최근에는 노래 가사들도 쓰고 있다.
내 글 같은 건,
사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사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지 않아도 괜찮다.
사실,
글을 쓰는 이유가 내게는 없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고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다.
그래도 아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글을 쓸 것 같다.
쓰고 싶을 때는 쓰고, 쉬고 싶을 때는 쉬고.
도저히 작가라고 부를 수도 없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글쓴이를
구독하는 사람들도 없겠지.
그래도 괜찮다.
최소한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조금은 더 나답게 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