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잠겨버린 거울

돕지 않는 조력자

by 황웨이



군대 시절,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너는 사람들 인생을 다 책임지려고 하는 거야?"




우리 소대에는 흔히 말하는 '관심병사'들이 많았다.

담당 간부가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걸 알게 된 중대장이,

문제가 될 병사들을 우리 쪽으로 다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자신들이 왜 손가락질을 당하는지,

왜 자신들을 다른 사람들이 피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불편했다.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게 견딜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내가 알고 있는 작은 방법으로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후임들은 나를 잘 따라주었고,

전역할 때까지 무사히 군생활을 이어가 주었다.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기특한 친구들이었다.




전역을 하고 사회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갔고,

나는 그들의 삶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 후임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무리를 가더라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꼭 한두 명씩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고통의 그림자가 짙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도,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섣부른 조언은 관계를 망칠 수도 있으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내게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왜 나였을까.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는 밤을 새울만큼 길었고,

그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말로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들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해결책을 줄 수 없었다.


어떤 위로가 되었던 것인지,

이야기를 마친 친구들의 얼굴은 후련해 보였다.

나도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서러움을 듣는 일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싶어 했고,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썼다.







이것은, 방관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역할은 침묵하는 조력자였다.

그들은 감사하게도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조용히 그들의 삶을 읽으며,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말해주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내 조언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나는 침묵한다. 하지만 확신한다.

나는 그들의 고통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며,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작은 위로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 인생을 책임지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들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지.

말할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들어줄 거야.

내가 그들의 삶을 대신 살 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은 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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