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잠겨버린 거울

한 마디

by 황웨이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일도, 인간관계도 엉망이었다.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 무작정 밖을 돌아다녔다.


돈이 없을 땐 무작정 걸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차를 몰았다.


캠핑 장비를 차에 싣고 조용한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몰래 들어가 펑펑 울었고,

한적한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밤낮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차를 타고 한참을 돌아다니던 어느 날,

갑자기 탁 트인 경치가 보고 싶었다.

마침 어떤 도로 옆에 있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 같아 조금은 꺼려졌지만,

이 카페 뒤로 펼쳐져 보이는 강가의 풍경을 가만히 보고 싶었다.


널찍한 주차장도 있는 꽤 큰 건물이었고,

끊임없이 차들을 안내하는 주차요원도 있었다.

며칠을 못 자서일까,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굶주린 걸까,

속은 너무나 메스꺼웠고, 머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위태롭게 차를 세우던 중, 주차요원과 눈이 마주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운전을 잘 못해서..."

민망해하는 나에게, 그는 조용히 말했다.


"많이 힘드신가 봐요"


그 말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말투는 무심한 듯했지만,

그가 꺼낸 한마디에 나의 마음 한쪽이 저려왔다.


누군가가 내 상태를 알아봐 준다는 것,
그걸 깨달은 순간 눌려있던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사실 그는 특별한 말을 한 것도, 깊은 위로를 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건넨 짧은 한마디는, 시들어가던 나를 붙잡아 주었다.


일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 그 한마디는, 나를 조금 더 지탱해 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서로의 삶을 바꿔버릴 수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우연한 만남이 방향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당신의 한마디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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