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의 길
하늘은 말없이 내 발끝에 은은한 빛을 내려놓았다
우주는 눈동자 깊숙이 어두운 길 하나를 숨겨두었다
하늘은 길을 잃은 내 그림자를 조용히 붙잡아 주었고
하늘은 바닥에 흩어진 내 파편들을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
두 귀인이 내민 손은
내 안의 짐승들을 어루만져
비로소 걷는 법을 배우게 했고
걸음을 뗀 짐승들은 깨달아 버렸다
하늘을 부수지 않고 견디는 법을
세상에 무너지지 않고 흔들리는 법을
사람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내딛는 법을
빛을 남기는 발걸음으로
별을 가리키는 눈짓으로
내 안에 울지 못한 것들
내 안에 부서지다 남은 것들
내 안에 길들여지지 않은 숨결들을 등불 삼아
어디인지 모를 새로운 끝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