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한 달 살기] 구름

by 김현영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축축한 날씨는 이제 끝이다.

본격적인 여름 시작.


하늘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가장 먼저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구름.


이런 뭉게구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 하늘엔 있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보기 힘든 걸까?



구름을 보면 하늘이 아주 가까이 내려와 있는 것 같다.


어떤 풍경은 가슴에 오래도록 박힌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마치 유화 붓으로 그림자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놓은 듯한 구름이 눈에 보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았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인도네시아 길리 섬에서 패들 보트 요가를 한 적이 있다. 한참을 물 위에서 아슬아슬 균형 잡으며 요가를 하다 패들에 누워 옆을 바라봤다.

바다 넘어 보이는 롬복섬의 커다란 산, 그 위로 새파란 하늘. 뜨거운 볕 아래 더욱 채도 높아진 파랑, 초록, 파랑의 연속.


‘천국이구나’


누워 있으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천국에 있구나. 그 풍경은 두고두고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산책 중에 본 구름의 풍경도 그런 성격의 것이었다.


보면서 알았다.

나는 평생 이 풍경을 기억할 것이란 걸.


매일 하늘을 바라본다.

한국에서도 하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곳의 구름은 내가 잊고 있던 어떤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엄마아빠도 그러셨다.

“아주 어릴 적에 봤던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어디선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어린 시절의 내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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