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십년만에 새내기가 되었다. 13학번이었던 나는 오늘23학번을 달았다. 뭔가 신기했다. 다시 0에서 시작하는 이 기분. 지난 십년간 뭘 했나 잠시 생각에 빠졌다. 누구보다 알찬 대학 생활을 했던 나였고, 취업 준비도 치열하게 또 여행하고 노는 일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그때를 추억하면 웃을 수 있다.
다시 채우는 이번 십년은 새로운 공부로 시작한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 그동안 하고 싶어서 마음에 간직하고 있던 그 분야에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
전에 친오빠랑 20대 끝자락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약간의 걱정어린 마음으로 이런 저런 얘길 나눴었다. 오빠가 진로를 바꿨던 때도 29살 이랬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일이 뭐였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게 진짜 너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그때 나는 전공을 살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늘 나의 버킷리스트는 책방에 가는 것이고 책을 쓰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건 찾았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는지를 몰라서 막연하게 미뤄왔었다.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돌아돌아 갔던가.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면을 마주하니 후련하다. 그래도 지난 십년은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니 과거의 도전에는 후회도 미련도 없다. 이제 앞만 보고 나가면 된다. 시작은 언제나 좋다.
오늘 입학식 순서에 축사가 있었다. 만남을 귀하게 여기라는 말씀이었다. 우리의 희노애락은 만남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그저 지나치지 말고 그 만남을 잘 쌓아가려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도움이 될거라고 하셨다. 꼭 도움을 바라고 관계를 쌓는건 아니겠지만 관계를 소중히 하다보면 자연스레 좋은 기회들도 따라오는 것이겠지.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명심해 보자. 오늘만 해도 새로운 교수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이런 새로움이 좋다. 나는 이 만남에 어떤 가치를 쌓아갈까? 기대가 된다. 잘 부탁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