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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Apr 05. 2016

프라하 그리고 올림푸스 PEN-F

언제라도 찾고 싶은 도시, 그리고 쭉 함께 하길 꿈꿔보는 카메라

두 번째 여행, 이번엔 내가 너를 선택했어


올림푸스 PEN-F와 M.ZUIKO 12mm F2.0

얼마 전, 제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도시 체코 프라하를 다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 한국 못지않은 매서운 날씨 덕분에 따로 날씨에 적응할 필요 없이 도시의 낭만을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을 기록해준 것은 클래식 디자인이 맘에 쏙 든 검은색 PEN-F와 올림푸스의 대표적인 단초점 렌즈 12mm F2.0 / 17mm F1.8 이었습니다.

출국 직전에야 이 카메라를 겨우 받아 들었습니다

떠나기 직전 챙긴 카메라는 도착하고 나서도 손에 익지 않았고 적응하는데 며칠을 보냈습니다. 때문에 낯선 이 카메라로 담는 장면 역시 무척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종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가벼움과 원할 때 즉각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기동성, 가장 기대가 됐던 흑백 모드, 사진만의 아쉬움을 달래 줄 동영상 촬영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짧은 여행 기간이었지만 늘 이 카메라가 저와 함께했고 정말 많은 장면을 남겼습니다. 짧은 시간 사용한 터라 정확한 평가를 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여행기간 동안 다양한 장면을 마주하고 많은 사진을 찍으며 이 카메라의 느낌 혹은 '맛'을 진하게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푸스 PEN-F


- 2000만 화소 Live MOS 이미지센서

- 5 스텝 보정 효과의 5축 손떨림 보정

- 다중 촬영을 이용한 5000만 화소 사진 촬영

- ISO 200 - 25600

- 1/8000 - 60초 셔터 속도 지원, 전자식 셔터 1/16000초 지원

- 236만 화소 유기 EL 뷰파인더

- Full HD 동영상 촬영

- 인터벌 / 4K 타임랩스 동영상 촬영

- 초당 10매 연속 촬영

- Wi-Fi 무선통신

- 4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면 크리에이티브 다이얼

- 3" 103만 화소 LCD, 터치/회전 조작



새로운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PEN 시리즈 최초의 내장 뷰파인더와 새롭게 추가된 컬러 프로파일 /모노크롬 모드. 제가 발견한 PEN-F의 Something new는 이 정도이지만 실제 촬영하며 느낀 것은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촬영에 더욱 집중하고 효율적인 조작을 제공하는 노출 보정 다이얼 등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항상 함께할 때 더 빛이 나는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 정도가 있겠네요. 상당 부분은 PEN과 OM-D 등 기존 올림푸스 카메라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결정적인 몇몇 요소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준 PEN-F의 몇몇 특징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새로운 2000만 화소 이미지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5.0 | 1/1000 | ISO 200

아무래도 사진기 본연의 '이미지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PEN-F는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용해 기존 플래그쉽 OM-D 제품보다도 세부 묘사를 향상한 것이 장점입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 중에서는 지난해 출시한 파나소닉 GX8이 동급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바 있는데요, 한동안 1500만 화소 내외에서 정체돼 있던 미러리스 카메라의 화질 전쟁이 다시 고화소 트렌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리한 고화소가 오히려 디테일과 고감도 이미지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생각 때문에 고화소 정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생각을 하던 때보다 지금은 센서 기술이 크게 발전해 마이크로 포서드보다 작은 1.0" 이미지 센서에서도 2000만 화소를 구현하고 있고 이미지 품질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등한 성능일 경우 고화소 이미지가 갖는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기존 OM-D 시리즈의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대신 새롭게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채용된 것은 일단 환영할 일입니다. 무엇보다 꽤 오랫동안 여러 제품에 사용됐던 기존 1600만 화소 Live MOS 센서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섬세해진 묘사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3.5 | 1/250 | ISO 200
100% 확대

기존 1600만 화소 올림푸스 카메라와 같은 장면을 찍고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 찍은 2000만 화소 이미지는 분명 1600만 화소 이미지보다 우월한 세부 묘사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PEN-F의 이미지를 100% 확대한 이미지에서도 이런 고화소의 장점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전체 이미지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던 창문 너머 빨간 꽃을 확대 이미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건물에 새겨진 문양 역시 확대 이미지에서 더 확실히 보입니다. 렌즈의 성능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뛰어난 성능의 12mm F2.0과의 조합에서 PEN-F의 2000만 화소 이미지는 기존 1600만 화소 이미지보다 좋은 인상을 줬습니다. 최저 감도인 ISO 200에서는 고화소에 대한 표현력 없이 고화소의 섬세함 같은 특유의 장점들이 빛을 발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요즘 고화소 카메라의 표준 정도 되는 2400만 화소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에서 2000만 화소의 벽을 깼다는 것으로 PEN-F는 이미지 품질에서 분명 OM-D E-M1 같은 최상위 OM-D 제품보다도 한 단계 상승한 요소가 있습니다. 대부분 12mm 광각 렌즈 하나로 촬영한 사진들을 정리할 때 원하는 장면보다 넓게 담긴 주변부를 잘라내 사용할 때가 왕왕 있는데 그럴 때 기존 1600만 화소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기존 이미지 센서보다 픽셀 피치가 높아지면서 ISO 6400 이상의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서는 다소 약점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2000만 화소는 이전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했을 것입니다.

고화소 이미지의 장점은 꼭 포토샵 등을 통해 100% 확대할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대형 인화를 하거나 동일한 크기로 이미지를 축소했을 때 저화소 이미지보다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낮은 화소에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경계를 묘사할 수 있는 것을 많은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느끼게 됐습니다. 많은 환경의 차이가 있었지만 E-M5 Mark II로 촬영한 프라하 사진보다 조금 더 깔끔한 인상을 받은 이유도 아마 그것이겠죠. PEN-F의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채용에 대해서는 '환영' 혹은 '환호'보다는 2016년 출시한 새로운 PEN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 카메라가 또다시 기존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면 매력적인 외관에도 불구하고 기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이 '당연한' 새 이미지 센서는 분명 기존 올림푸스 카메라보다 좋은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5천만 화소 고화질 촬영 기능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5.0 | 1/1000 | ISO 200 | 8160 x 5440

이 2000만 화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E-M5 Mark II를 통해 익숙한 고화질 촬영 기능입니다. 여러 장의 이미지를 촬영 후 합성해 스튜디오용 카메라에 버금가는 초고화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인데, 1600만 화소 E-M5 Mark II가 4000만 화소 촬영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PEN-F는 센서의 화소가 늘어난 만큼 더 큰 5000만 화소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웬만한 35mm 포맷 DSLR 카메라보다 화소 자체는 더 높은 셈입니다. 물론 다중 촬영 기반인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삼각대 등을 이용해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번거로움이 필요하지만, 정적인 풍경 사진 등에서 2000만 화소보다 월등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죠. 그래서 저도 여행 때마다 가장 멋진 한 두 장면에서 사용을 하게 됐습니다.


카렐교와 프라하 성 등 프라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이 기능이 생각난 것은 무척 다행입니다.

5천만 화소 이미지 (8160 x 5440) 100% 확대
2천만 화소 이미지 (5184 x 3456) 100% 확대

고화질 촬영 기능으로 얻은 5천만 화소 이미지와 기존 2천만 화소 이미지는 100% 확대하면 그 표현력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3:2 비율로 촬영한 PEN-F의 기본 이미지는 5184 x 3456 픽셀, 5천만 고화질 촬영 기능으로 얻은 이미지는 8160 x 5440 픽셀로 약 1.6배의 픽셀을 더 갖게 됩니다. 같은 장면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그만큼 뛰어나 20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소가 필요한 몇몇 환경에서 기존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것이 장점이 되겠습니다.


동일한 장면을 확대한 두 화면에서 왼쪽 5000만 화소 이미지는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의 벽면에 표시된 'FRANZ KAKFA MUSEUM'이란 문구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2000만 화소 이미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표현력입니다. 물론 다중 촬영 후 합성하는 기능의 특성상 2000만 화소 이미지보다 샤프니스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피사체가 있다면 정확한 표현이 불가능하죠. 하지만 몇몇 단점에도 제가 사용한 것과 같은 정적인 풍경 촬영이라면 기본 촬영보다 이 고화질 촬영 기능을 추천합니다.



어둠 앞에 선 PEN-F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2.2 | 1/180 | ISO 1000

새로운 이미지 센서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 것은 저감도에서의 묘사력 그리고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고감도 화질입니다. PEN-F의 새 이미지 센서는 기존과 동등한 ISO 25600 감도를 지원합니다. 감도 지원 내용은 기존과 같지만 화질은 기존 센서보다 향상됐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고, 새 카메라에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기존보다 뛰어난 성능의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더 나은 고감도 화질을 기대하게 되지만 화소가 1600만에서 2000만으로 높아지면서 고감도의 약점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요, 생각보다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고감도 촬영할 일이 많아 고감도 이미지를 많이 경험하게 됐습니다. 위 사진은 요즘 카메라에서는 고감도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ISO 1000 이미지로 역시 저감도와 다름없이 깔끔합니다.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2.5 | 1/80 | ISO 2500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2.0 | 1/60 | ISO 3200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2.2 | 1/60 | ISO 4000


더 큰 포맷의 이미지 센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감도 화질에서 열세를 보이는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는 ISO 3200 내외부터 이 고감도 화질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합니다. 밝은 단렌즈 12mm F2.0를 사용한 저는 개방 촬영과 5축 손떨림 보정 기능 덕분에 ISO 6400 이상의 고감도로 촬영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ISO 4000 이상의 이미지에서는 확실히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는 이전에 사용한 E-M5 Mark II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새로운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음에도 화소가 높아지면서 고감도 이미지 품질은 기존 E-M5 Mark II에 비해 극적인 향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른 시선으로 보면 화소를 약 25% 증가하면서 고감도 화질이 동등 혹은 상대 우위를 보인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카메라에 대한 제 기대가 컸기 때문에 못내 아쉽습니다.


이 결과를 현지에서 어렴풋이 확인하고 ISO 4000 이상을 퇴도 록 사용하지 않기 위해 실내에서는 조금 더 밝은 17mm F1.8 렌즈를 사용하거나 노출을 어둡게 설정해 가급적 높은 감도가 설정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노이즈보다 더 문제가 되는 WB와 색 왜곡 등은 RAW 촬영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급적 ISO 3200을 넘지 않는 것이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되겠죠.



5축 손떨림 보정 + 밝은 단초점 렌즈

OLYMPUS PEN-F | M.Zuiko 12mm F2.0 | 12mm | F2.0 | 1/640 | ISO 200

올림푸스 카메라의 최대 강점인 5축 손떨림 보정은 기존 E-M5 Mark II에서도 강력했지만 PEN-F를 통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하게 됐습니다. 12mm F2.0의 밝은 단초점 렌즈와 함께 활용하니 실내/야간 촬영에서도 비교적 낮은 감도로 촬영할 수 있었고 동영상 촬영은 삼각대가 필요 없을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5 스텝 상당의 보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E-M5 Mark II보다 체감 성능이 우위에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색깔놀이 '컬러 프로파일'

보정 프로그램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점 그 가치가 빛을 잃고 있는 '색감' 혹은 '고유의 컬러'에 올림푸스는 아직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매 제품마다 이 색 컨트롤 능력에 대한 소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E-M5 Mark II의 컬러 크리에이터가 실내 JPG 촬영에서 색 왜곡을 줄이고 의도에 맞는 색의 톤과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 유용하게 활용했는데 이번 PEN-F에서는 그보다 더 표현의 폭이 넓은 컬러 프로파일 모드가 추가됐습니다. 사실 워낙 짧게 사용한 터라 기존의 컬러 크리에이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세한 분석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리버설 필름 효과가 있는 사용자 설정 2,3이 추가됐고 각 색상의 강도를 상당히 세분화하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색을 PEN-F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기능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PEN-F의 전면 다이얼은 이 컬러 프로파일을 비롯해 모노크롬 모드, 아트 필터, 컬러 크리에이터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 다이얼'로 배치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다이얼을 커스텀 다이얼로 설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PEN-F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 된 컬러 프로파일과 모노크롬 모드 전환이 이 다이얼 때문에 무척 쉬워 만족하고 사용했습니다. 필름 카메라인 오리지널 PEN-F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면 다이얼을 최신 기능을 탑재해 부활한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죠. 노출 보정 다이얼과 함께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인터페이스였습니다.


보정 없이도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쉽도록 전체 컬러의 강도를 높여 채도 상승효과를 꾀했고 실내/외, 시간별 색온도 차이에 따라 블루/그린/레드/옐로우 컬러를 조금씩 조절해 상황에 맞췄습니다. 대부분 RAW 촬영 후 WB와 채도/대비 등을 보정하는 저는 JPG 이미지 촬영에 이렇게 '공'을 들인 적이 드물었는데요, 생각보다 그 효과가 좋아서 몇몇 이미지는 추가 보정작업 없이도 선명한 색과 의도에 맞는 녹색 등의 표현 등이 가능했습니다. RAW 촬영만을 고집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아마도 그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들이 JPG로 편하게 촬영해 Wi-Fi로 스마트폰에 전송, 간편한 공유나 블로깅을 하실 텐데요, 그런 면에서 PEN-F의 컬러 프로파일 설정은 사용자가 조금만 익숙해지면 JPG 촬영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겠습니다. 


위 두 이미지는 컬러 프로파일 중 가장 뉴트럴 한 1번 설정에 모든 색상 설정을 낮춰 색이 빠진, 건조한 느낌을 준 것입니다. 전면 다이얼과 상단 다이얼 두개로 어렵지 않게 리치 컬러와 선명한 컬러, 그리고 사용자 개인 설정을 어렵지 않게 전환하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3개의 사전 설정을 자유롭게 전환하며 촬영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만족스러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컬러 설정을 지원하는 만큼 저장할 수 있는 사용자 설정 슬롯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10개 정도 설정해 놓고 전환해가며 사용할 수 있다면 더욱 편리할 텐데 말이죠.

PEN-F의 컬러 프로파일, 크롬 필름 생생한 컬러 설정


가볍고 빨라 좋았던 여행용 카메라

수동 초점 RF 카메라를 사용하는 제게 AF 속도는 그리 민감하지 않았습니다만, 이 카메라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그 평가가 매우 엄격해지기도 합니다. 여행 내내 목에 걸고 다닌 PEN-F와 12mm F2.0 단렌즈의 가벼운 조합은 넓은 광각 렌즈의 시선으로 원하는 장면을 빠르게 담는 스냅 카메라로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가 이동 중 발견한 장면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담기 위해 AF 속도와 카메라의 셔터 랙 등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의 스냅 카메라로써 PEN-F는 AF 속도는 기존 E-M5 Mark II에 비해 큰 향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반셔터를 누르기 전에 카메라가 AF를 미리 동작시키는 pre-AF 기능을 함께 활용하고 콘트라스트 AF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지정해 보완했습니다. 아,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터치 AF 역시 편의성과 속도에서 분명히 도움이 됐습니다.

여행 중 마주치게 되는 대부분의 장면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칩니다. 그래서 한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목에 건 PEN-F로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스냅사진인 여행 사진들은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 서너 장을 빠르게 찍고 다시 걷던 길을 가는 습관으로 만들어졌고 제 촬영 습관에서 PEN-F가 굼뜬 모습을 보인 기억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카메라의 '기동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겠습니다.




클래식 스타일에 걸맞은 흑백사진 '모노크롬 프로파일'

기본 성능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만족을 줬던 PEN-F의 매력은 이 모노크롬 프로파일입니다. 클래식한 외관이 오리지널 PEN-F의 기계적 재해석이라면 흑백 필름 사진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모노크롬 촬영은 감성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컬러 프로파일과 같이 3개의 사전 설정을 제공하며 2번은 클래식 필름 B&W, 3번은 적외선 필터 장착 효과가 있는 클래식 필름 IR입니다. 역시 저는 2번 설정이 마음에 들어 주로 사용했는데, 흑백 필름 효과의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레인(노이즈)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흑백 사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위 사진은 그레인을 2단계로 설정했는데, 암부에 제법 눈에 띄는 노이즈 패턴이 눈에 띄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다음은 모노크롬 프로파일을 활용해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이역시 전면 다이얼을 통해 컬러 & 흑백을 비교적 편하게 전환할 수 있어 사용 빈도가 높았습니다.


중세 유럽의 정취를 아직 품고 있는 프라하는 이 모노크롬 촬영에 매우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이제 막 출시된 2016년 최신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가 아주 오래전 프라하를 촬영한 흑백사진 같은 느낌을 줬으니까요. 주로 2번 클래식 B&W 설정에 그레인 효과를 조절해가며 촬영했는데 그레인을 너무 높게 설정할 경우 세부 묘사가 떨어지니 유의해야겠습니다. 이 모노크롬 촬영이 매우 흥미로웠던 저는 동일한 장면을 컬러와 흑백으로 번갈아 촬영한 적이 많았는데요 흑백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께 이 모노크롬 프로파일이 단골 메뉴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자체로 컬러 사진보다 왠지 더 그럴듯한 흑백의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같은 장면을 다이얼 조작 한 번으로 완전히 새롭게 연출할 수 있는 매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감동의 잔향까지 기록하는 4K 타임랩스 동영상

PEN-F로 촬영한 4K 타임랩스 동영상

일정 간격으로 많게는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해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인터벌 촬영/타입랩스 영상 기능은 여행에서 꼭 한 번씩 제가 활용하는 기능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카렐교 전망대에 올라 약 20분의 시간을 투자해 촬영했는데요, 4K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눈에 띄었습니다만 프레임 수를 5 fps으로만 설정할 수 있어 아쉬웠습니다. 위 이미지는 약 200장의 이미지를 PEN-F 내에서 4K 5 fps 영상으로 생성한 결과물입니다.

Full HD | 24fps 으로 변경한 타임랩스 영상

아무래도 5 fps 영상은 아쉬움이 생겨 촬영한 이미지를 영상 편집 툴을 통해 부드럽게 생성했습니다. 여행 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인터벌 촬영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반갑습니다만, 4K 타임랩스 무비 생성에 5 fps로 제한이 걸려 반쪽짜리 기능이 된 것이 아쉽습니다.



처음 못지않았던 기적 그리고 부족하지 않았던 PEN-F

여행은 길지 않았지만 그만큼 끈끈하게 보냈습니다. 짧지만 급속도로 가까워져 이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아쉽게도 고감도에서는 기대만큼의 극적인 발전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컬러와 흑백을 오가며 카메라 한대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컬러&모노크롬 프로파일을 비롯해 이 카메라의 가벼움과 매력적인 외모는 여행 기간 내내 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이 카메라를 있게 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었습니다.


'80주년 기념', '사상 최고의' 등의 화려한 수식어 그리고 가격 등의 이유로 호평과 혹평이 극명히 갈리는 제품이지만 프라하 여행에서 발견한 매력은 분명했습니다. 기존 카메라보다 그 장벽이 높은 카메라임에는 분명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담을 넘을 용기를 갖게 하는, 그리고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포토그래퍼를 유혹하고 독려하는, 이 카메라에 붙은 작은 종이 표에 다 적을 수 없는 가치들입니다. 무엇보다 이어진 타이베이행에도 망설임 없이 이 PEN-F를 가장 먼저 손에 쥔 것으로 그 대답이 되지 않을까요? 카메라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넓은 관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스펙만으로는 큰 매력이 없는 이 카메라를 제가 무척 좋아하게 된 것을 보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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