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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Jul 24. 2017

0005. 폰으로그래퍼를 위해,
갤럭시 S8

변함없는 질문 -  스마트폰으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을까요?

 다른 혁신이 부족해서였는지 몰라도, 언젠가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카메라 성능을 비중 있게 다루며 마치 '더 이상 디지털카메라를 살 필요가 없다'라고 말할 그 무렵부터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려 버린 것 같습니다.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관심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사람들은 '더 좋은 사진'을 기대하며 웬만한 DSLR 카메라보다 비싼 새 스마트폰을 선뜻, 그것도 무척 자주 구매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요즘 여행을 가면 대부분 카메라보다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죠. SNS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맞아?'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들을 '폰(Phone)으로그래퍼'라 부릅니다.


 2016년 하반기 아이폰 7 플러스의 카메라를 통해 아이폰에 다시 한번 실망했다면, 2017년에는 삼성 갤럭시 S8를 통해 이제 제법 벌어진 두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정작 갤럭시 S8 역시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7, 갤럭시 노트 7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여전히 경쟁 스마트폰 중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오키나와 남부의 그림 같은 해변 풍경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 제게 일행이 물었죠.


"이번 갤럭시는 어때요?"

1200만 화소와 F1.7 렌즈, 4K 동영상 등 갤럭시 S8의 카메라는 전작 갤럭시 S7의 하드웨어를 재구성해 미세한 차이 나마 좀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작은 차이입니다.


첫 번째, 1200만 화소

 과거 1600만까지 끌어올렸던 갤럭시 스마트폰의 '화소 과시'는 숫자를 이용한 마케팅의 이점 외에는 잃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작은 카메라 유닛에서 무리한 고화소 채용으로 화질 저하와 노이즈 증가 등이 수반되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갤럭시 S6까지 갤럭시 S 시리즈의 카메라는 해상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아이폰과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S7에서 1200만으로 화소를 25% 줄이면서 숫자보다는 실질적 결과물의 향상을 꾀했고, F1.7의 밝은 렌즈까지 더해지면서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확대 이미지

 갤럭시 S8는 1200만 화소 1/2.5” CMOS와 F1.7 밝기의 렌즈로 갤럭시 S7을 통해 검증받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이미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좀 더 보기 좋은 결과물을 지향했습니다. 1/2.5” CMOS는 수년 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근접한 수준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죠. 이보다 더 큰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면 카메라 유닛과 렌즈 크기가 커져 디자인 완성도를 해칠 수 있으니 현재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술로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할 수 있겠네요. 실제 이미지 역시 디테일과 윤곽의 표현, 샤프니스 등이 뛰어납니다.


두 번째, 26mm 광각 렌즈

 이 렌즈는 35mm 환산 26mm의 광각 렌즈로 설계됐습니다. 아이폰 7의 28mm 광각 카메라보다 조금 더 넓은 화각으로 최근의 광각 카메라 트렌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하면 그 차이가 육안으로는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듀얼 카메라의 아이폰 7 플러스와 비교하면 오직 하나뿐인 카메라가 광각에 치우친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광각 특유의 왜곡, 배경 처리 등의 아쉬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 갤럭시 S8(왼쪽)과 아이폰 7 플러스(오른쪽)의 이미지 비교>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 용도', 그러니까 여행이나 일상, 인물, 음식 등을 촬영하기에 갤럭시 S8의 카메라는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미 익숙해진 스마트폰 카메라의 광각보다 조금 더 넓은 장면을 담아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더 좋은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 들게 되거든요. 여행지의 풍경을 찍다 보면 때때로 가방 속 디지털카메라보다 더 좋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최면일까요?


세 번째, F1.7

 갤럭시 S8의 카메라에는 F1.7의 매우 밝은 렌즈가 탑재됐는데, 아이폰 7 역시 F1.8로 그에 못지않은 밝은 렌즈가 탑재됐지만, 이미지 센서의 크기 그리고 실제 렌즈의 해상력에서 이쪽이 한 세대 정도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더 큰 이미지 센서를 커버하느라 주변부 화질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있지만, 디테일과 심도 표현 등에서 그 불만을 보상받습니다. 꽃술을 근접해서 촬영한 위 이미지는 1/2.5" CMOS 이미지 센서와 F1.7 렌즈가 표현할 수 있는 심도를 잘 보여준 이미지입니다. 초점 부위가 선명하게 표현되면서 배경은 동그란 보케와 함께 아웃 포커스 효과가 연출됐습니다. 

 F1.7의 밝은 조리개 값은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근사한 아웃 포커스 효과를 연출합니다. 더불어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갤럭시 S8에는 카메라가 하나뿐입니다. 두 개를 넣으려다 실패한 것인지, 굳이 두 개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때문에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모드와 같은 기능을 채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죠. 하지만 갤럭시 S8에도 아웃포커스 모드가 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사용법이 좀 더 쉽고 한 번 촬영으로 여러 심도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 갤럭시 S8의 아웃포커스(왼쪽)와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모드(오른쪽) 이미지 비교>

 아웃 포커스 모드의 촬영은 한 번 셔터로 근거리와 장거리에 초점을 맞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원하는 초점 부위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촬영 후 포커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모드보다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다만 세밀하게 거리를 분석하는 기술 없이 앞/뒤 초점 방식으로 다중 촬영을 하는 만큼 경계면의 블러 처리가 어색하게 적용되는 것, 그리고 모든 사진이 근접 촬영 위주라 결과물이 다소 단조로워지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겠네요. 다음 갤럭시 스마트폰에 두 개의 카메라가 달릴지도 모르고요.


접사, 스마트폰의 장기

 렌즈가 닿을 듯 말듯한 거리까지 바짝 다가가 촬영하는 접사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 중 제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영역입니다. 매크로 렌즈나 매크로 모드 등 별다른 설정 없이 약 5cm까지 근접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환경에서 접사만큼은 스마트폰이 웬만한 DSLR,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좋게 느껴집니다. 특히나 음식 촬영에 이 근접 촬영을 자주 활용하는데, 함께 사용하는 아이폰 7 플러스 대비 확실히 좋은 해상력과 F1.7 촬영의 심도 표현 덕분에 접사의 만족도는 단연 최고입니다. 일상을 즐겁게 기록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치를 아주 잘 살려냅니다.


프로모드 - "화면을 밀어 포토그래퍼 되기"

 막 찍어도 잘 나오는 것이 좋은 카메라라지만 그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 만으로는,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결과물만으로는 이 녀석을 완전히 믿기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큼 아름답게, 기대했던 것만큼 근사하게 나오지 않을 때도 종종 있고요. 그래서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촬영 혹은 보정을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보다 길게는 수십 배의 시간을 보정하는 데 보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애초에 좀 더 잘 찍을 순 없을까?'라고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스마트폰은 화질과 촬영 기능의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디지털카메라의 전유물과 같았던 수동 촬영 모드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빼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주자(?)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에는 '프로 모드'라는 이름의 수동 촬영 모드가 탑재됐습니다. 노출부터 셔터 속도, ISO 감도까지 카메라 못지않은 수동 조작을 지원합니다.


 자동 모드로 촬영할 경우 어둠과 밝음의 차가 심한 장면에서 곤란을 겪거나 빛이 부족할 때 흔들림이 발생하기 십상인데, 프로모드의 노출 보정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곤란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노출 보정 하나만으로도 갤럭시 S8의 프로 모드는 그 존재 가치가 충분합니다. 촬영하면 아래(세로 촬영) 혹은 왼쪽(가로 모드)의 설정 메뉴 중 가장 끝에 있는 +,- 아이콘을 터치해 -2 ev부터 +2 ev까지 노출 보정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WB를 설정은 주로 왜곡된 실내/외 조명 환경에서 피사체의 색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는 데 사용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컬러를 연출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평범한 노을을 WB만 조금 변경해주면 애니메이션의 배경처럼 보라색으로 표현할 수 있죠.


삼성 갤럭시 S8 | 4초 장노출 촬영

 셔터 속도는 1/24000초부터 최대 10초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셔터 속도를 조절해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응하거나 노출을 제어할 수 있죠. 특히 야간에 1초 이상의 긴 셔터 속도를 설정하고 삼각대로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면 디지털카메라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장노출 촬영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때 ISO 감도 조절 탭에서 최소 ISO 50을 설정하면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S8의 프로 모드를 사용하면서 셔터 속도와 ISO 감도, 노출뿐 아니라 초점까지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초점 탭을 눌러 표시되는 바를 터치&슬라이드 하면 카메라의 초점 모드가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거나 의도적인 포커스 아웃으로 보케 등을 연출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됩니다.

수동 초점을 활용해 보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갤럭시 S8에 탑재된 프로 모드는 최초가 아닙니다. 수년 전 사용한 갤럭시 노트 5에도 수동 모드와 RAW 촬영 모드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갤럭시 S8의 프로 모드를 그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때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자체가 향상됐고, 스마트폰 시장 과열/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 축소로 전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카메라'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으로 일상과 여행을 담는 시대, 그래서 그 카메라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프로 모드는 자동 모드뿐인 아이폰 7 플러스보다 카메라만큼은 갤럭시 S8이 단연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됩니다. 점점 그 열세가 커지고만 있는 아이폰이 올해 분발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가장 주목받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하나 더, #먹스타그램을 위한 음식 모드

갤럭시 S8의 음식모드

 삼성 스마트폰의 장점은 소비자의 요구와 현재 트렌드를 스마트폰 기본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에 빠르게 적용하는 기민함에 있습니다. 이번 갤럭시 S8의 카메라에서는 얼굴을 꾸며주는 '스노' 어플 효과를 기본 카메라 어플에 추가한 것과 SNS용으로 활용할 음식 전용 모드를 추가한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 음식 모드는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모드입니다. 카메라 촬영 화면에서 화면을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하면 촬영 모드가 표시되는데, 그중에서 '음식'을 선택하면 즉시 #먹스타그램 촬영 준비가 완료됩니다.


 음식 모드의 사진은 채도가 높고 따뜻한 색감의 WB를 적용해 음식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붉은 생선살이 더 진하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음식 사진으로서 완성도가 더 올라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초점을 맞춘 생선회   부분 주변은 블러 효과가 적용돼 주인공인 음식이 더 부각됩니다.



갤럭시 S8
현재 가장 진보된 형태의 스마트폰 카메라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에 근접한 스마트폰 카메라입니다. 더 큰 이미지 센서와 밝은 렌즈 그리고 이미지 처리 기술의 발달 덕분에 몇 년 전의 손바닥만 한 콤팩트 디카 정도는 뛰어넘는 이미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능이 더해졌고요. 매년 비슷한 말을 반복하지만 갤럭시 S8은 디지털카메라의 위치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은 아니지만 디지털카메라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시대의 끝에 위치하는 제품 정도로는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카메라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로써 갤럭시 S8의 결과물은 정말 근사합니다. 몇 년째 계속되는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이 결국 여기까지 다다른 덕분에 사람들은 더 선명하게 여행과 일상, 사랑하는 사람을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경쟁이 더 치열해지길 내심 바라게 됩니다.


<갤럭시 S8으로 촬영한 이미지>



다음에는 아이폰 8의 이야기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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