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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Feb 13. 2019

라멘 덕후가 그린
홍대 라멘 지도

핫하다는 홍대 일본 라멘집 10곳 탐방기


난생처음 일본 라멘을 먹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7,8년쯤 전이었나, 건대 입구에 맛있는 식당을 소개한다는 친구 손에 이끌려 간 곳이 현재도 성업 중인 ‘우마이도'였습니다. 지금처럼 일본 라멘집이 흔치 않은 당시는 라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꽤나 줄을 서야 했죠. 삼사십 분쯤 기다려 겨우 라멘을 한 그릇 받았는데, 일단 걸쭉하고 느끼한 국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면이 익지 않은 채 나와서 제대로 익혀 달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후로 몇 년간 일본 라멘은 꺼리는 음식이었죠.


하지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일본 라멘을 먹습니다. 종종 우마이도를 찾아 단단한 '캇타'면을 씹으며 즐거워하고요. 몇 년째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과 인근, 기회가 되면 돈코츠 라멘의 고향인 후쿠오카로 날아가 일본 라멘 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라멘집을 추천하고 있으니 재미있죠.


자칭,타칭 일본 라멘 마니아로서 요즘은 서울에서도 수준 높은 일본 라멘을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맛있는 일본 라멘 집들이 몰려있는 곳이 홍대입니다. 그래서 몇 달간 틈틈이 홍대와 그 인근의 라멘집들을 다니며 ‘홍대 라멘 로드’ 지도를 그려 보았습니다. 일본 라멘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메뉴는 해당 음식점의 대표 메뉴 또는 제가 선호하는 기본 돈코츠 라멘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평가 혹은 소감이며, 순서는 순위와 상관이 없음을 함께 밝혀 둡니다.



세상 끝의 라멘

영업시간 : 11:30 - 22:00

브레이크 타임 : 15:00 - 17:00

휴무 : 매주 월요일 


합정역에 있는 세상 끝의 라멘은 요즘 떠오르는 홍대 라멘 핫스폿입니다. 오픈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라멘집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메뉴와 맛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방송에도 출연했고요. 사실 요즘 어지간한 홍대 음식점 중 방송에 나오지 않은 집이 드물잖아요. 방송을 신뢰하지 않지만 세상 끝의 라멘은 다녀온 후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 본 라멘집 들 중 최단기간에 3차 방문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메뉴/가격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오사카식 쇼유 라멘 끝라멘. 그리고 중화 소바인 첫라멘과 하루 20그릇 한정 미소 파이탄이 있습니다. 이전에 다녀가신 많은 블로거들의 추천을 따라 첫 방문 때는 끝라멘을 주문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에선 미소파이탄을 주문했고요.

수비드 된 차슈와 토핑이 이집 라멘의 핵심입니다

주문 방식이 다른 라멘집과 조금 다른데, 라멘 종류는 세 종류지만 토핑에 따라 사뭇 다른 음식이 됩니다. 토핑 없이 국물과 면으로 간소하게 맛볼 수도, 달걀과 차슈, 멘마 등의 고명을 잔뜩 올려 푸짐하게 즐길 있습니다. 끝라멘의 경우 일반적인 돼지고기 차슈가 아닌 수비드 조리한 목살과 닭가슴살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첫 방문이니 전체 토핑을 선택했고, 가격은 만 원이었습니다. 조금 비싼 편이죠. 하지만 받아보면 토핑의 품질만으로도 그 값은 충분히 한다 싶습니다. 한정 메뉴인 미소 파이탄은 닭뼈 육수에 미소를 섞은 라멘입니다. 고명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함께 나오고요. 면도 메뉴마다 다른데, 아마도 육수와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구성/맛

개인적으로 쇼유 라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곳 끝라멘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돈코츠보다 부담이 적은 맑은 국물은 감칠맛이 강해서 간이 센 편인데도 자꾸 떠먹게 됩니다. -짜긴 짜단 말이죠- 면은 얇은 호소멘이 아닌 적당히 두께가 있고 곧은 면인데 맑은 국물과 개운하고 깔끔한 조화를 이룹니다. 무엇보다 고명으로 올린 수비드 조리 목살, 닭가슴살은 입에서 녹는다 표현했을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의외로 홍대에서 쇼유라멘 잘하는 집을 착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쇼유라멘 좋아하시는 분은 이 끝라멘을 기억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끝라멘도 맛있지만 이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미소 파이탄입니다. 하루 20그릇 한정 판매한다는 말로 괜히 사람을 더 다급하게 만드는데, 점심/저녁으로 수량을 나눠 놓았는지 다행히 브레이크 타임이 끝날 때쯤 가면 맛볼 수 있습니다. 한정판 마케팅 덕분인지 몰라도 끝라멘보다 인기가 더 많아 보이더군요.

한정 메뉴인 미소 파이탄을 한 번 드셔보세요

미소 파이탄은 돈코츠의 묵직함과 쇼유의 가벼움 사이의 느낌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거기에 미소 소스와 닭 육수가 만드는 감칠맛이 대단해서 처음 미소 파이탄을 먹은 날 면 추가는 물론이고 국물까지 바닥이 드러나도록 먹었습니다. 미소 라멘이다 보니 간은 좀 센 편이지만 육수와 소스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세 번째 방문 때 먹은 미소 파이탄은 육수를 추가해도 복구가 되지 않을 만큼 짠맛이 강했습니다. 메뉴 자체로는 완성도가 높지만 맛이 균일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이 정도면 새로운 홍대 라멘의 강자로 부르고 싶습니다.


참고사항

간이 조금 센 편이지만 라멘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녹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면 추가 가격이 500원이라는 것이 대식가인 제게는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길라멘

영업시간 : 평일 11:30 - 22:00 | 주말 12:00 - 22:00

브레이크 타임 : 평일 15:00 - 17:00

휴무 : 없음


합정과 상수 사이, 당인리 발전소 근처의 인적 드문 골목에 꼭꼭 숨어있는 길라멘 역시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아직 후기들이 많지 않지만, 다녀온 분들의 평가는 매우 좋아서 걱정 없이 다녀왔습니다. 듣기로는 사장님이 홍대 라멘 1세대격인 하카타분코와 인연이 있는 분이라고 하네요. 아쉽게도 저는 아직 하카타분코를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길라멘을 처음 찾아갈 때는 적잖이 헤맬 수도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서도 건물이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에 간판마저 눈에 잘 띄지 않거든요. 다만 유리창 속으로 보이는 실내 분위기가 꽤 근사해서 일단 찾기만 하면 그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실내는 별도의 테이블 없이 바(bar)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심야 식당의 구조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메뉴/가격

메뉴는 간단합니다.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과 매운 돈코츠 라멘 그리고 차슈 덮밥. 개인적으로 메뉴 세 개가 넘지 않는 집을 선호하는 터라 주문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가 토핑으로 차슈/달걀을 선택할 수 있고, 라멘과 함께 먹기 좋은 3000원짜리 미니 차슈 덮밥이 사이드 메뉴로 준비돼 있습니다.

이름과 가게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 구성까지. 길라멘은 깔끔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뉴에서 이런 점이 잘 느껴지는데, 육수 본연의 맛을 위해 후추, 고춧가루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본 토핑을 최소화 해 기본적인 육수와 면 맛에 집중했다는 설명에선 자신감과 단호함이 엿보이더군요. 앞서 본 세상 끝의 라멘이 취향대로 자유롭게 토핑을 선택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길라멘은 주방장이 선보이는 최적의 조합을 느껴보는 것이 매력입니다.


가격은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이 8000원, 매운 돈코츠 라멘이 9000원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만, 요즘 홍대 라멘 값이 너무 뛰어서 평균 수준이라고 해야겠네요.


구성/맛

길라멘의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은 입보다 눈으로 먼저 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러 라멘집을 다니며 라멘 담음새가 그게 그거지,라고 생각하다가도 길라멘의 돈코츠 라멘을 받으면 그 정갈함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기에도 진한 육수에 그릇의 2/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차슈, 그리고 잘게 썰어 뿌린 쪽파, 은근히 보이는 목이버섯까지. 보기에 참 예쁜 라멘입니다. 담음새로는 제가 다녀본 집 중 상위권이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이집 라멘은 참 예쁩니다

육수 맛은 하카타에서 먹었던 돈코츠라멘의 꼬리꼬리함(?)이 덜하고 구수함이 강합니다. 그래서 평소 돈코츠 라멘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지만, 돈코츠 라멘 특유의 눅진한 마력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육수의 농도나 염도 등은 추가로 요청할 것 없이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이후 라멘집을 다니며 기준점으로 삼을 만하다 싶을 정도로요. ‘이보다 냄새가 나면 주변에 쉽게 추천을 못 하겠다’, ‘이보다 육수가 진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해야겠다.’처럼 말이죠.


면은 돈코츠 라멘에 잘 어울리는 얇은 호소멘으로 적당히 잘 삶아졌습니다. 차슈는 매우 부드럽고요. 길라멘의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은 주인공인 육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 면과 차슈, 고명이 조력자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명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맛을 즐기시는 분께는 조금 허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달걀도 기본 구성에서 제외돼 있거든요.


참고사항

3000원에 추가할 수 있는 미니 차슈동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불 향이 나는 고기에 밥알에 골고루 발라진 양념의 짭조름함이 식욕을 돋웁니다. 저는 라멘을 먹을 때 늘 면 추가를 하는 편이지만, 길라멘에서는 면 대신 미니 차슈동을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돈코츠 라멘에 생마늘은 꼭 넣어 드세요.

면사리와 미니 차슈동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지로우 라멘

영업시간 : 11:00 - 21:30

휴무 : 없음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로 내린 폭우, 무릎까지 흠뻑 젖은 바지와 등이며 팔 곳곳이 축축한 셔츠 차림 덕에 무척이나 따뜻한 한 그릇으로 기억하고 있는 라멘집입니다. 이곳은 소개하는 곳들 중 가장 마지막에 방문한 곳이었어요, 홍대 입구 바로 앞에 이렇게 근사한 라멘집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죠. 매장 크기도 작아서 복작복작 분위기 속에서 먹었는데 그게 또 어찌나 즐겁던지요. 먹기 편한 환경은 아닙니다만 점심, 저녁 식사 때가 아닌 시간에도 대기줄이 제법 서 있는 걸 보면 이미 검증된 일본 라멘 집인 것은 확실합니다.


메뉴/가격

메뉴는 돈코츠 라멘인 지로우 라멘과 사천식 탄탄멘 폭탄 라멘 두 가지. 거기에 밥 메뉴로 차슈 덮밥이 있습니다. 고민의 여지가 적은 두 가지 라멘만 판매하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특이점으로는 면 익힘과 수프 농도 옵션을 제공하는 것. 다른 집들도 구두로 요청은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메뉴판에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주문하는 입장에서 편하죠. 추가 토핑은 차슈와 달걀이 있습니다. 가격은 지로우 라멘이 8000원, 폭탄 라멘이 9000원입니다. 역시 요즘 홍대 라멘 평균 수준입니다.


구성/맛

균형이 잘 잡혀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죠

기본 돈코츠 라멘인 지로우 라멘을 먹었습니다. 면은 딱딱하게, 수프는 진하게 주문했고요. 그리고 마늘을 좋아해서 두 알 올렸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꽤나 묵직하고 짭짤하게 먹었군요. 지로우 라멘은 담음새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함이 정겹습니다. 작은 가게에 잔뜩 몰려든 사람들 속에 있으니 정직한 라멘을 먹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요. 국물은 진득하지만 부담스럽진 않은 정도고, 비교하자면 길라멘보다는 조금 묽습니다. 호불호가 가장 적은 대중적인 농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프를 진하게 주문한 탓인지 염도가 조금 높았고 돈코츠 라멘 특유의 꼬릿함(?)이 잘 살아 있어서 돈코츠 라멘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슈의 식감과 달걀의 익힘 정도 역시 스탠더드. 모든 면에서 지로우 라멘은 이 포스팅에서 언급한 라멘들 중 기본에 가장 충실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질 이 집만의 킬링 포인트가 부각되지 않아서 라멘이 기억에 강하게 남지 않는다는 것을 꼽습니다. 저 역시 라멘 맛보다는 함께 주문한 차슈동의 불 향이 더 기억에 남거든요. 하지만 누구든, 언제든 ‘실패 없는 선택’이 될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사항

공깃밥이 무료입니다. 염도 높은 국물은 밥을 말아먹으라는 큰 그림..? 안 먹으면 손해 보는 것만 같습니다. 다만 밥공기가 무척 작으니 하나 시켜 둘이 먹는 여유는 부리지 마세요.



오레노 라멘

닭육수 라멘은 처음이었습니다

영업시간 : 11:30 - 21:00

브레이크 타임 : 15:00 - 17:00

휴무 : 없음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 골목길에 있는 작은 라멘집입니다. 일본처럼 가게 밖의 무인 발권기에서 주문하는 방식이며 작지만 깔끔한 매장 분위기에서 일본 골목의 라멘집에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후기가 많지 않았는데, 다시 확인하니 미쉐린 가이드에 추가되면서 핫한 라멘집이 되었더군요. 최근에는 공덕, 인사동에 추가 매장도 오픈하며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매장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맛이나 재료 관리에 대한 우려로 방문을 꺼리게 되지만 이곳은 이제 막 떠오르는 중이니 추천할 만합니다.


메뉴/가격

돈코츠 라멘이 아닌 닭 육수 베이스의 토리빠이탄이 주메뉴입니다. 그 외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토리 쇼유, 소금으로 간을 맞춘 시오 라멘, 매운맛의 카라빠이탄이 있습니다. 가격은 모두 8000원으로 역시 ‘업계 평균’. 흔한 돈코츠 라멘 대신 닭 육수 라멘을 판매하는 것이 이 집의 강점이겠죠. 기본 고명은 닭고기인데, 추가 토핑으로 삼겹살 차슈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달걀까지 추가하면 가격은 만 원이 넘어가지만 그만큼 푸짐한 식사가 될 것 같네요.


구성/맛

대표 메뉴인 토리빠이탄을 먹었습니다. 음식의 모양부터 돈코츠 라멘과 다른데, 국물이 뽀얗지만 그 색이 돈코츠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맛 역시 역시나 돼지고기 육수의 기름진 느낌 없이 닭고기 육수의 담백함이 강합니다. 가게 설명에 따르면 국내산 토종닭을 끓인 닭 백탕 육수라고 합니다. 실제로 구수한 국물 맛이 잘 끓인 닭곰탕을 먹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국물입니다. 고명도 돼지고기 차슈가 아닌 삶은 닭고기가 올라가 먹기에도, 먹고 난 후에도 부담이 없고요. 특이하게 면이 은은한 녹색빛을 띠는데, 면 자체에 특별히 향이나 맛이 배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 효과인지 기분 탓인지 더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먹고 난 후 속이 가장 편한 라멘이기도 했습니다.

깔끔한 시오 라멘은 여성분들이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오레노 라멘은 생소했던 닭 육수 라멘을 단숨에 돈코츠만큼 좋아하게 만든 집입니다. 그 담백함을 베이스로 쇼유, 시오, 카라로 변화를 주면 어떨지 궁금해져서 앞으로 몇 번 더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돈코츠 라멘을 무척 좋아합니다만, 만약 일주일 연속으로 같은 라멘을 먹어야 한다면 돈코츠 라멘이 아닌 이 집의 토리빠이탄을 선택할 것입니다. 홍대에서도 그리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의 라멘. 그래서 주변에도 가장 많이 추천하는 집입니다. ‘이런 라멘도 있어, 몰랐지?’라면서요.


참고사항

무려 면 추가가 무료입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멘야히가시


영업시간 : 12:00 - 21:00

브레이크 타임 : 15:30 - 17:00

휴무 : 매주 수요일


연남동 안쪽 조용한 골목길에 있는 라멘집으로 상가 건물 지하에 있어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계단 앞에 세워 놓은 간판을 보니 TV에 출연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TV 출연한 집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곳은 실제 평가도 좋고 마침 주 활동 지역인 연남동에 있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홍대 인근과 달리 연남동 쪽에는 라멘집이 많지 않습니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연남동으로 넘어오면 동남아 요리나 유럽 스타일의 퓨전 음식점이 주류인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멘야히가시가 궁금했습니다. 식당의 실내는 복도형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본인 종업원의 경쾌한 인사말 덕분에 진짜 일본 라멘집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메뉴/가격

사골을 우려낸 육수와 직접 뽑은 생면을 내세운 돈코츠 라멘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총 4종으로 기본 돈코츠 라멘인 히가시 라멘, 마늘향을 추가한 닌니쿠 라멘, 매운맛의 카라구치 라멘, 수프에 면을 찍어먹는 츠케멘입니다. 가격은 7500-8000원으로 업계 평균을 약간 밑돌고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추가 토핑 옵션이 많은 편으로 파와 숙주, 달걀, 차슈를 각 1000-2000원에 제공합니다. 함께 주문할 수 있는 메뉴로 미니 돈부리 쇼가야키, 교자 등이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메뉴가 다양한 편이죠.


구성/맛

평소라면 기본 돈코츠 라멘인 히가시 라멘을 시켰을 텐데, 워낙에 마늘을 좋아하는 터라 닌니쿠 라멘이 주문했습니다. 받아보니 기본 돈코츠 라멘에 마늘 플레이크를 푸짐하게 올렸더군요. 육수에도 마늘이 더 첨가됐는지는 히가시 라멘을 먹어보지 못해 알 수 없습니다만, 만약 그랬다면 마늘 향이 너무 강하겠죠? 마늘 플레이크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푸짐하게 올라간 마늘 플레이크가 먹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먹고 난 후의 향기(?)가 문제지, 돈코츠 라멘+마늘 조합은 언제나 실패가 없습니다. 생마늘이 아닌 마늘 플레이크라 먹기 전엔 그 조화에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돼지고기 육수의 느끼함을 적절히 잘 잡고 적절하게 감칠맛도 더해지더군요. 마늘 플레이크가 이에 좀 끼는 건 불만이었습니다만.. 참고로 육수에 생마늘이 녹아 살아나는 농후함을 즐기시는 분은 오히려 기본 돈코츠에 생마늘을 부탁하시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 쪽 취향이라. 그 외에는 면의 굵기나 식감 등 전반적으로 무난한 돈코츠 라멘이었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요즘 일본 라멘집들의 트렌드(?)인 ‘크고 부드러운 식감의 차슈’가 아닌 평범한 차슈였습니다. 앞서 지로우 라멘처럼 이 집도 특별히 잘나거나 못난 것 없이 무난하게 라멘 한 그릇 먹기 좋은 곳입니다. 다만 지로우 라멘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입니다.


참고사항

이 집은 교자가 참 맛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쫀득하면서 바닥면은 바삭하게 구운 교자의 식감을 잘 살렸습니다. 라멘보다 교자가 더 기억에 남아요.




나고미 라멘

홍대 근처에선 가장 오랫동안 다닌 집 중 한 곳입니다

영업시간 : 11:30 - 22:00

휴무 : 없음


나고미 라멘도 홍대 라멘집 중에서 이제 꽤 오래된 집이 됐습니다. 몇 년 전 어느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착한 맛집’으로 선택된 것을 보고 찾아갔었는데, 사실 이 집 라멘은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기억이라 다시 한번 확인할 겸 오랜만에 한 번 더 찾았습니다. 종종 오후에 앞을 지나가면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이 내심 아쉬웠는데, 저녁에 가니 손님이 많더군요. 괜한 걱정이었죠.


메뉴/가격

보기에는 메뉴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 기본 돈코츠 라멘에 고명을 추가한 파생 메뉴가 있어서 실제로는 돈코츠 라멘과 매운맛의 격신라멘, 마늘 기름을 더한 쿠로마유 라멘 세 가지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나고미 라멘은 가격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강점입니다. 기본 돈코츠 라멘이 6000원이고 다른 메뉴도 7000-8000원을 지킵니다. 차슈를 추가한 차슈멘이 8000원으로 가장 비싸고요. 그리고 반갑게도 다섯 가지의 면 익힘 옵션, 두 가지 육수 농도 옵션을 제공합니다. 저처럼 단단한 면을 좋아하는 분들은 맛 못지않게 중요한 기준이라죠.


구성/맛

어느 동네든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식당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고미 라멘의 장점이라면 돈코츠 라멘의 기본인 돼지 육수 향과 면의 식감, 토핑의 조화를 충실히 지키는 점입니다. 저렴한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고요. 저는 보통 마유를 올린 쿠로마유 라멘을 먹었지만 이날은 기본 돈코츠 라멘인 나고미 라멘을 먹었습니다. 역시 기억대로 어느 하나 튀는 것 없는 돈코츠 라멘 한 그릇이었습니다. 동시에 근소하게나마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홍대에 오래 자리를 잡으며 다가간 것인지, 애초에 한국인 입맛에 맞춘 덕분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는지 그 선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육수의 향이 제 기준에는 좀 약해서 마치 일본식 한국 라멘을 먹는 것 같았어요. 이 집은 라멘 입문용으로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 와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좋아요

아쉬웠던 것은 차슈. 요즘 홍대 라멘집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선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에 두고 차슈로 강한 인상을 줘야 하는데 나고미 라멘의 차슈는 얇은 데다 특유의 식감도 느껴지지 않아서 구색 맞추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주의 고기국수의 고명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좋은 기본기가 차슈에 대한 아쉬움으로 빛이 바래서 아쉬웠습니다.


참고사항

면 추가가 무료입니다. 평일 오후에 가면 공깃밥도 무료로 줍니다. 저렴한 가격에도 인심이 무척이나 후한 곳이죠. 제가 이 근처 직장인이면 일주일에 이틀은 점심 먹으러 올 것 같습니다.




라멘트럭 랩

늦게까지 하기 때문에 3차로 술 깨고 귀가하기에 좋은 집입니다

영업시간 : 11:00 - 23:00

브레이크 타임 : 15:00 - 17:00 (2호점 없음)

휴무 : 없음


한 때 홍대 일본 라멘 트렌드를 이끌던 곳으로 ‘라멘 트럭’이라는 이름을 기억합니다. 밤늦게까지 여는 라멘을 먹으러 사람들이 몰리고, 다녀온 사람들이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모습도 함께. 저는 트럭이 아닌 두 개의 매장이 생긴 후에야 뒤늦게 가 보았습니다. 모두 상수역에 있는데, 1호점은 자리도 협소하고 대기도 길어서 바로 옆 골목에 있는 라멘트랙 랩(Lab)을 가면 편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상수역 바로 뒤편에 있으니 접근성은 좋은 편이죠. 거기에 다른 라멘집보다 늦게까지(밤 11시) 영업합니다. 라멘트랙 랩에 들어서면 때때로 손님보다 더 많은 수의 직원들이 라멘을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끊임없는 연구는 좋습니다만 왠지 제 테이블에도 미완성품이 올라올까 불안해지는 건 제가 예민한 탓이겠죠?


메뉴/가격

메뉴는 ‘라멘’ 단 하나. 수식어도 없이 그냥 ‘라멘’입니다. 거기에 차슈와 달걀을 추가하는 정도만 허락된 불친절함이 좋습니다. 사이드 메뉴로 교자와 미니 차슈동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집에선 라멘만 한 그릇 푸짐하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격은 8000원으로 역시 평균이고, 면 익힘과 국물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단일 메뉴지만 여름에 판매되는 냉라멘 등 종종 한정 메뉴가 있다고 하네요. 저는 그냥 라멘만 먹습니다. 종종 함께 가는 친구는 입맛에 맞는다며 차슈를 추가하더군요.


구성/맛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이 라멘을 위해 새벽에 트럭을 찾았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돼지고기 육수와 닭고기 육수를 섞은 육수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개운한 느낌도 있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카무쿠라 라멘을 참 좋아하는데, 같은 스타일의 라멘은 아니지만 국물의 시원함이 순간 그곳을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육수를 빼면 뭔가 조금씩 부족한 느낌의 라멘이었습니다. 고명으로 올린 숙주는 특유의 향을 잘 잡지 못했는지 육수와 어울리지 못했고 차슈는 불에 그을린 모양은 그럴듯한데 식감이 조금 질겼습니다. 제가 부드럽게 부서지는 차슈를 선호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라멘 트럭은 기본 레시피는 좋지만 재료의 관리와 조리 과정에서 조금씩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라멘 트럭 랩이라는 이름대로 가게 안에서는 끊임없이 라멘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 방향이 기본 라멘을 발전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단일 메뉴를 내세운 집인 만큼 시작점인 기본 라멘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홍대 일본 라멘집들 수준이 이전보다 부쩍 높아져서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죠.


참고사항

한때는 ‘이랏샤이마세-’라는 커다란 인사부터 떠들썩한 실내 분위기가 일본 라멘집의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이곳은 다른 곳보다 좀 더 분주하고 복작대서 편하게 밥 먹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소(Lab)라 그런지 실내 정돈 상태도 좀 어지러웠고요. 본점을 가면 좀 나을까요?



아오리의 행방불명

영업시간 : 평일 11:00 - 22:00 | 금, 토, 일요일 11:00 - 22:30

휴무 : 없음


무섭게 늘어나는 점포 수에서 자본의 힘이 느껴집니다. 가게 이름보다 유명 가수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집이라 애초에 가 볼 계획이 없었습니다만, 지인들이 추천을 많이 했고, 여기저기 다양한 미디어에서 자주 보여서 경험 삼아 가 보았습니다. 결과는 실패, 아니 제 실수였죠. 저는 그저 많이 먹어본 것뿐이고, 일본 라멘이라는 음식이 호불호가 워낙 갈리니 이렇다 저렇다 평가 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다시 갈 생각도, 주변에 추천하지도 않는 곳입니다.


메뉴/가격

메뉴는 아오리 라멘과 아오리 라멘 Lite, 미소라멘이 있습니다. 일반 아오리 라멘과 Lite의 차이는 고명입니다. Lite에는 차슈와 파 두 가지, 아오리 라멘에는 달걀과 김, 멘마가 추가돼 총 다섯 가지 고명이 올라가죠. 가격은 아오리 라멘 Lite가 9000원, 아오리 라멘이 10000원으로 비교한 곳들 중 가장 높습니다. 세상 끝의 라멘의 끝라멘이 모든 토핑을 추가하면 같은 가격인데 토핑의 내용을 보면 수준 차이가 꽤 나죠. 주문은 테이블의 주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마늘과 파, 비밀 소스의 양을 조절하고 추가 토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성/맛

칸막이로 나눈 1인석 위주의 매장 내부 풍경부터 주문서를 사용하는 방식, 비밀 소스까지 일본 이치란 라멘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더 많다는 이치란 라멘이니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재현하면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치란 라멘과의 공통점과 차이점부터 찾게 됐습니다. 주문은 1000원짜리 아오리 라멘에 마늘 1쪽, 파채를 추가하고 비밀 소스를 기본으로 선택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왔고, 김 모락모락 나는 국물부터 한 입 떠먹었는데, 이런.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맛이 나더군요. 육수를 먹자마자 생각난 것은 신라면 블랙 봉지라면이었습니다. ‘이건 내가 알던 일본 라멘 맛이 아니야.’ 매운 가루가 한국인 입맛에 맞춘 것은 좋았는데 너무 가까이 다가선 탓인가 봅니다. 그 후에는 사실 진지하게 맛을 보지 않았습니다.


할많하않..

많은 점포에서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찍어내는' 공장형 방식이 채용되기 마련입니다. 아오리 라멘이 전형적인 공장형 라멘인데, 각 점포마다 라멘 전문 조리사가 있는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말라버린 차슈와 노른자가 거의 다 익다시피 한 달걀, 눅눅한 김을 보니 주방에서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훤히 보이는 것 같더군요. 구조적 한계겠죠. 그래도 유튜브와 블로그에서는 ‘맛집’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앞으로 점포 수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참고사항

작은 생수 한 병을 줘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비치된 GABAN 후추가 집에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멘보다는 후추 잘하는 집으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부탄츄

돈코츠와 사랑에 빠지게 한 집입니다

영업시간 : 월~토요일 11:30 - 23:00 | 일요일 11:30 - 21:30

휴무 : 명절


몇 년 전, 저를 일본 라멘에 푹 빠지게 한 집입니다. 진하다 못해 찐덕할 정도의 국물에 숙주 마늘 잔뜩 올려서 먹으면 종일 입에 이런저런 향이 맴돌지만 그게 또 저녁 먹을 때까지 흐뭇했죠. 동시에 제가 처음으로 혼밥을 한 곳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는 곳이었습니다. 계절마다 나오는 시즌 메뉴도 찾아 먹었을 만큼. 이제 꽤 유명해져서 여기저기 지점이 생겼지만 홍대 본점은 그 자리에서 그 크기, 분위기로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메뉴/가격

처음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본 메뉴는 네 가지로 동일합니다. 모두 돈코츠 베이스로 소스의 농도를 다르게 하거나 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춘 것이 차이점이죠. 돈사골 수프 농도가 강한 토코 돈코츠 라멘과 토코시오 돈코츠 라멘은 남성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의 쇼유 돈코츠, 시오 돈코츠는 여성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가격은  7000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거기에 세트 메뉴 구성이 좋아서 2500-3000원을 더해 만 원 정도면 교자나 가라아게, 일본식 볶음밥 등을 함께 먹을 수 있죠. 혼밥 하면서 나마비루 한 잔 하기에 참 좋은 메뉴 구성입니다. 실제로 회사 다니던 시절 야근 후에 여기서 혼밥을 참 많이 했죠.


주문이 다른 곳보다 조금 복잡한데, 4가지 라멘 중 하나를 고르고 면의 종류와 토핑의 양을 순서대로 고르면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서 처음 가면 좀 어렵고 떨리고 자신 없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굵기와 식감이 다른 면을 세 가지나 구비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구성/맛

제가 주문한 것은 도코 돈코츠 라멘. 오리지널 돈코츠 중 가장 진한 편에 속합니다. 면은 씹는 식감이 좋고 곡향이 강한 드레곤 멘을 골랐고 소스는 보통 마늘, 숙주, 파를 많이 선택했습니다. 늘 이렇게 먹었습니다. 특히 숙주를 좋아해서 숙주 가득 올린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가라아게 세트는 맥주 한 잔 하기에 정말 좋죠

부탄츄는 이 포스팅에서 비교한 곳 중 육수가 가장 무거운 곳입니다. 농도도 진하고 염도도 강하죠. 소스를 ‘보통’으로만 해도 기름기와 염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돼지고기 육수 특유의 냄새도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곳입니다. 몇 년째 다니는 저도 가끔 먹고 나서 부담스러움을 느낄 정도니까요. 하지만 돈코츠 라멘 마니아들에게는 이게 일부러 찾아 올 만한 매력이기도 해서 부탄츄는 확실히 마니아 층이 있습니다. 부탄츄는 어느 정도 다른 돈코츠 라멘을 정복한 후에 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면 추가는 1000원인데, 역시 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서 각기 다른 면으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드레곤멘으로 한 그릇, 호소멘으로 한 그릇.


참고사항

부탄츄는 매장 수를 늘린 후에도 비교적 음식 맛과 품질을 잘 유지하는 편입니다만, 이 날은 서비스가 아쉬웠습니다. 맥주를 시켰는데 더러운 곳에 있었는지 병 놓은 자리에 구정물이.. 부디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멘야산다이메

영업시간 : 11:00 - 22:00

브레이크 타임 : 15:00 - 17:00

휴무 : 매주 화요일 


부탄츄 이후에는 한동안 이 집만 다녔습니다. 진작에 매장도 이곳저곳에 늘려놔서 대학로에서도, 건대에서도 먹었습니다. 최근에는 라멘집이라고는 보기 드물었던 쌍문동까지 진출했더군요. 많은 매장 수와 균형 잡힌 맛으로 어느새 라멘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는 기준점이 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어쩐지 홍콩반점 짬뽕 먹는 것 같은 느낌에 잘 가지 않게 된 곳이지만 홍대점은 굳건히 그 맛과 분위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메뉴/가격

라멘 메뉴는 다섯 가지입니다. 기본 돈코츠 라멘과 매운맛의 카라쿠치 라멘, 돈코츠와 어패류 수프를 섞은 블랙 라멘, 찍어먹는 츠케멘, 볶음면인 야키라멘까지. 근소한 차지만 메뉴 수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이것은 잘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차슈, 달걀, 파, 숙주, 채소까지 토핑 옵션이 다양합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교자와 미니 부타동이 있고요. 많고 잘 정돈된 메뉴 구성에서도 프랜차이즈 식당의 향기가 납니다.(킁킁) 가격은 돈코츠 라멘 7000원, 나머지 메뉴가 7500-9000원 선으로 평균 수준입니다.


구성/맛

처음 멘야산다이메에 왔을 때 30분 넘게 줄을 섰습니다. 그 후에도 일 년 정도는 어느 매장에 가든 줄을 제법 오래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일본 라멘집들이 많아져서 전처럼 길게 줄을 서진 않습니다만 단순히 그것 때문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그 시절 제가 반한 강렬한 매력이 어쩐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더군요.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요? 저는 홍대점과 대학로점, 쌍문점, 건대점 등을 가 보았는데 멘야산다이메의 경우 홍대 본점과 지점의 차이가 제법 큰 편입니다. 본점의 레시피를 가지고 만드는 지점의 경우 앞서 아오리 라멘에서 언급한 공장식 제조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달걀과 차슈는 거짓말을 못 하는 법입니다.


사장님.. 양이 적어요..

가장 나은 홍대점을 기준으로 하면 적절한 육수의 농도, 싱거운 듯 부담 없는 염도가 여전히 제 입에 잘 맞습니다. 돼지고기 향도 적절하게 나는 것이 돈코츠 라멘의 특색을 잃지 않아 좋고요. 기본 레시피가 좋으니 오랫동안 롱런하며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점은 실망스러울 때가 있으니 간다면 되도록 홍대점만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사항

예전부터 늘 멘야산다이메는 양이 문제입니다. 제가 대식가이기도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요. 그래서 가격이 비싸게 느껴집니다.





이 외에도 홍대 인근과 망원까지 라멘집 몇 곳을 더 가보았지만 홍대와는 거리가 멀어서 배거나 도저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아서 제외했습니다.


가급적 평가하기보단 그래도 자주 일본 라멘을 먹고 있는 제 기준에서 느낀 소감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당연히 저와 의견이 갈리는 분들도 많을 테고요. 그래도 가 볼 만한 곳이라고 언급한 라멘집 몇 곳은 믿고 방문하셔도 후회하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일본 라멘 경쟁이 가장 심한 홍대에서 라멘집을 선택할 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긴 시간 틈틈이 먹고 정리했지만 아직도 홍대에는 못 가본, 그리고 가 봐야 할 라멘집이 많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홍대 라멘 투어는 이어지겠죠. 이 외에도 맛있는 라멘집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작가의 이전글 '하나의 경험이 _ 되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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