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부터 로컬 맛집까지, 여섯 그릇의 기록.
*라멘 덕후의 내돈내산 탐험이며 중앙북스로부터 도서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라멘 좋아하세요?
그럼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틈 날 때마다 먹으러 다닙니다. 유난히 지친 날이면 근처에 있는 라멘집을 찾게 돼요. 맛도 맛이지만 한 그릇 해치우는 과정이 제게는 치유거든요. 뻑뻑한 나무 문을 밀자마자 느껴지는 축축한 공기, 낡은 벽지에 밴 쿰쿰한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달그락달그락 주방 소음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 빙 둘러앉은 이들과는 눈길 한 번, 말 한마디 나누지 않지만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어요. 말 나온 김에 오늘 저녁은 라멘 먹어야겠습니다. 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도쿄 출장을 앞두고 뜻밖의 인물로부터 응원을 받았습니다. 라멘 마니아들을 위한 요리 코믹북을 소개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대뜸 "저 다음 주에 도쿄 가요."라고 대답했거든요. 라멘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래, 이번에 제대로 먹어보자.' 본토 라멘들 먹으러 다닐 생각에 여행에 대한 기대가 몇 배로 커졌습니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가 많이 먹고 오라는 격려로 들렸고요.
스시와 돈카츠, 카레, 튀김, 빵 그리고 디저트. 먹거리 천국 도쿄에서 꿋꿋이 라멘집을 찾아다닌 라멘 덕후의 기록입니다. 배경은 미쉐린 식당과 로컬 추천 맛집을 넘나들고 주인공도 오리, 멸치, 고등어 등 다양합니다. 기껏해야 돈코츠와 쇼유, 시오, 토리 파이탄 정도 즐겼던 제게는 매 끼니가 새로웠어요. 먹을수록 그 끝을 알 수 없었던 도쿄 라멘, 그중 잊지 못할 여섯 그릇을 담아 봤습니다.
https://maps.app.goo.gl/XH11YL5eP722Ug2s8
미쉐린 빕구르망, 타베로그 백명점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라멘집입니다. 관광객, 현지인 가리지 않고 찾는 터라 식사 시간엔 기본 한 시간은 줄을 서야 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아침 열 한시에 도착해 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장점이라면 위치가 유명 관광지인 롯폰기라는 것. 아침, 오후 일정에 잘 끼워 넣으면 의외로 쉽게 먹을 수 있을 지도요.
대표 메뉴인 얼티밋 포르치니 간장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기본 포르치니 간장 라멘에 특제 토핑을 얹었고 가격은 2200엔입니다. 이 동네 물가 치고도 꽤나 비싼 라멘이에요. 그만큼 구성과 담음새가 근사하고요. 특히 색감이 다채로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집의 킥은 스푼에 올린 포르치니 페스토입니다.
기름을 잘 걷어낸 진한 갈색의 간장 육수는 전통적인 중화소바와 현대 쇼유 라멘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강해서 토핑 없이 국물과 면만 먹어도 좋겠더군요. 본토 라멘치고 짠맛도 강하지 않았고요. 면은 중면에 가까운데 조금 덜 익혀서 곡향이 나면 더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쿠오카는 어딜 가나 면 삶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 좋은데 말이에요.
면보다 고명이 주가 되는 라멘입니다. 수비드 조리한 닭고기 오리 고기, 반숙 달걀, 완탕, 쪽파, 김 그리고 버섯 페스토가 올라가 있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조리 상태가 완벽에 가깝습니다. 수비드로 조리한 오리와 닭고기는 그야말로 입 안에서 녹습니다. 혀로 짓이겨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러워요. 반숙 달걀은 노른자가 흐를 듯 말 듯하게 잘 익혔습니다. 완탕이 라멘에 들어간 것은 의외였습니다. 국물도 간장 베이스라 중화 소바 느낌이 물씬 나더군요. 메인 재료라 할 수 있는 포르치니 페스토는 그 풍미가 트러플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것 하나로 라멘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 고명에 올려 먹는 것, 국물에 풀어 풍미를 즐기는 것 모두 잘 어울립니다.
이루카 도쿄 롯폰기는 재료의 조화와 조리 능력이 돋보이는 집이었습니다. 여섯 개의 라멘 중 가장 호불호 없는 간장 베이스 라멘이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누구든 망설임 없이 데려갈 수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TWA6J3FEkXkkzXpZA
출국 전부터 가장 궁금했고 또 기대했던 집이었습니다. 고등어 라멘이라니. 고등어를 끓인 육수인 건지, 고명으로 고등어를 올린 건지. 그 맛은 또 어떨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먹어보니 일반적인 일본 라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얘기죠. 식당 위치가 좋은 편입니다. 근처에 시바 공원과 조조지, 도쿄 타워가 있으니 여기서 밥 먹고 산책하면 괜찮은 하루가 될 거예요.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한 라멘들이 있는데 그중 고등어 라멘이 가장 인기라고 해요. 제가 주문한 메뉴는 고등어 정식. 고등어 라멘에 밥과 오이 된장 무침, 생양파, 구운 파, 두반장 등의 밑반찬이 추가됩니다. 가격은 1450엔. 구성 대비 합리적이죠.
보기에도 걸쭉한 고등어 라멘의 국물은 고등어를 갈아서 낸 것입니다. 거기에 별다른 토핑 없이 면과 국물만 담아 완성했고요. 오로지 국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호기가 대단합니다. 실제로도 쉽지 않은 라멘이에요. 가는 면을 한 젓가락 집어 올리면 걸쭉한 국물이 한가득 딸려 올라와서 힘이 제법 듭니다. 어찌어찌 한 입 물면 고등어의 응축된 맛과 향을 견뎌내야 해요. 구운 고등어 살을 한 입 가득 먹는 느낌인데 고등어를 좋아하는 분들은 삼키고 싶지 않을 만큼 황홀할 수 있습니다. 참깨를 함께 갈아 넣었나 싶을 만큼 고소함이 대단했어요. 반대로 생선 비린내에 예민하거나 텁텁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라멘과 따로 나온 차슈는 특별한 것 없는 삶은 돼지고기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 라멘의 차슈처럼 두께로 승부를 본다던가, 겉바속촉으로 조리를 한다던가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국물, 면과의 조화도 그저 그렇습니다. 오히려 밥반찬 역할이 더 어울렸어요. 반면 쌀밥과의 조화는 합격입니다. 고등어 기름으로 코팅된 밥알을 입 안에서 굴리고 씹으면서 고등어 국밥을 팔면 더 잘 되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게 추천할 수 있는 라멘은 아닙니다. 비계를 갈아 넣은 돈코츠 라멘처럼 기름지고 먹고 나면 입안도 텁텁한 것이 자주는 못 먹을 것 같아요. 고소해서 좋았던 국물도 결국 다 먹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첫 입의 임팩트만은 가장 강렬했던 라멘이었어요.
https://maps.app.goo.gl/bqRUshgucaLMLnFr5
미쉐린 빕구르망 리스트에 있는 도쿄 라멘집 리스트에서 이 집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가게 이름입니다. There is ramen. 라멘이 있어요,라는 의미일까요. 하지만 위치가 도쿄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서 선뜻 찾아가지 못하다가 키치죠지 다녀오는 길에 들렀어요. 좁은 골목에서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영업 중인 이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들 오는지. 게다가 좌석은 일곱 개뿐이에요. 미쉐린 그들도 참 대단합니다.
멸치 육수 베이스의 라멘 한 종류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에 올린 토핑에 따라 차슈, 완탕, 달걀 라멘으로 나뉘고요. 저는 돼지고기 차슈를 듬뿍 올린 차슈 라멘에 반숙 달걀을 추가했습니다. 가격은 1380엔. 과장 조금 보태 면보다 많은 고기 양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에요. 담음새가 투박한 것도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돈코츠 라멘처럼 멸치를 긴 시간 끓여 뽑아낸 육수를 썼습니다. 그동안 해산물 베이스 라멘들은 여럿 먹어 봤지만 멸치 라멘은 처음이라 신선했어요. 식당 안에 진동하는 멸치 냄새와 국물 색깔이 우리나라 멸치 국수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하지만 육수의 맛은 멸치 국수보다 훨씬 진했습니다. 게다가 멸치 내장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을 때 나는 쓴맛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깔끔, 담백한 맛으로 멸치 육수를 즐기는 것과 달리 여기선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멸치를 먹나 봅니다.
차슈는 우리의 수육과 흡사합니다. 일본 라멘의 차슈 중 토치로 겉면을 그을려서 불향과 겉바속촉 식감을 낸 것들이 많은데 이건 잘 삶은 돼지고기예요. 두께도 두툼해서 김치에 싸 먹거나 마늘, 쌈장 올려서 먹고 싶더군요. 면도 특별할 것 없는 중면. 멸치 육수를 쓴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라멘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육수가 제 입맛에 안 맞았고요. 가게를 나와 미쉐린 가이드 페이지를 다시 들춰 볼 정도로 아쉬운 한 끼였습니다.
https://maps.app.goo.gl/8D6GqW8wyDZ8AcfRA
고백하자면 조개가 들어간 음식을 거의 못 먹습니다. 해산물 특히 조개류의 비린맛에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이 집을 리스트에 두고도 방문은 망설였어요. 하지만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워낙 좋아서, 그중에서도 라멘과 파스타의 중간이라는 말에 이끌려 도전했습니다. 미쉐린과 타베로그의 선택을 믿어 보기로. 위치도 좋아요. 그 유명한 긴자 한복판에 있습니다.
인기 순위 1위에 빛나는 조개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간장 베이스 국물에 두, 세 가지의 조개들과 다양한 고명들을 올린 것이 꽤나 푸짐해 보였어요. 1950엔짜리 곱빼기를 주문하기도 했고요. 배가 고파서 양 많은 메뉴로 골랐는데 먹어보니 어지간한 먹보 아니면 그냥 보통 드시는 것이 낫습니다. 보통보다 면이 두 배 가까이 많다던데 정말 정말 많더군요.
우려했던 조개 비린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입니다. 미역국에 조개 하나만 넣어도 입을 떼는 제가 국물을 떠서 마실 정도였으니 비린맛을 잘 잡은 거죠. 반면 조개 육수 특유의 시원함과 감칠맛은 강해서 고급스러운 국물 요리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라멘이 정말 마음에 드실 거예요. 안주부터 해장까지 전천후로 즐길 수 있는 라멘이니까. 다만 간이 좀 센 편입니다. 일본 여행 다녀온 분들이 많이 말씀하시죠. 일본 음식이 생각보다 짜다고. 가격에 맞게 고명도 풍성합니다. 수비드 조리한 닭고기와 돼지고기, 어묵, 파, 김, 유부 그리고 두어 종의 조개. 주인공은 단연 조개겠지만 저는 역시나 육고기가 나았습니다. 면은 중면 정도. 맑은 국물이라 면에 국물의 맛과 간이 충분히 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담백한 면 맛을 즐길 수 있었거든요. 면이 살짝 덜 익힌 듯 나온 것도 제 취향이었고요.
하지만 다시 갈 거냐고 물으면 그럴 일은 없다고 답할 겁니다. 조개의 맛과 향을 즐기지 않는 제게는 그저 괜찮은 쇼유 라멘, 딱 그 정도의 음식이었어요. 수비드 조리한 고명들이 좋았지만 그건 다른 라멘집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까요. 비치된 올리브 오일을 국물에 뿌리면 파스타 느낌이 난다는 후기를 봤는데 두 번째 인기 가리비 라멘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쿄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급 라멘의 조건을 하나 더 배운 것으로 만족한 식사였습니다.
https://maps.app.goo.gl/fzZxmBLXytzxWpGA9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시부야에 있는 재즈클럽 바디 앤 소울에서 한바탕 어깨를 흔들고 나오니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클럽에서 파는 메뉴들이 비싸고 맘에 들지 않아 커피 하이볼과 병맥주로 저녁을 대신했거든요. 이대로는 숙소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아 뭐라도 먹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유명 라멘집이 있더군요. 우에노 본점엔 줄이 길어서 엄두를 못 냈는데 행운이죠.
오리와 파를 내세운 라멘집입니다. '우리 육수에는 오직 오리와 파, 물만 들어 있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육수에 대한 식당의 자부심이 대단해요. 거기에 파와 물, 면에 사용되는 밀가루까지 모든 재료들을 일본산으로 엄선해 쓴다고 합니다. 저는 대표 메뉴인 오리 라멘에 토핑을 추가한 디럭스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토핑이 종류별로 담겨 라멘과 따로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라멘에도 오리 고기와 파 그리고 완탕이 기본으로 올라가 있고요.
그들의 자랑인 역시 오리 육수는 맑지만 충분히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거기에 파의 단맛과 감칠맛이 더해져 국물만으로도 꽤 괜찮은 요리입니다. 이 정도면 오리에 대한 호불호 관계없이 즐길만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면은 일반 중면인데 곡향이 제법 느껴졌습니다. 오리 육수와도 아주 잘 어울려서 배만 안 불렀다면 면을 추가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도쿄에서 갔던 라멘집들 중에 유일하게 면추가 생각이 났던 집입니다. 국물을 그냥 마셔도 좋지만 라멘으로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재료가 간결한 만큼 조화를 잘 잡았습니다.
토핑은 따로 먹어도, 라멘에 넣어 국물의 맛과 온도를 배게 해도 좋았습니다. 다만 오리 고기는 라멘 위에 올리는 편이 촉촉해서 더 좋았습니다. 반숙 달걀은 익힘과 간이 완벽했어요. 달걀 하나만으로도 디럭스 세트를 주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유즈코쇼를 자리마다 비치해 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닭요리인 미즈타키에 많이 곁들이는데 오리와도 잘 어울리더군요. 고명인 오리 고기에 올려 먹어도 좋고 국물에 조금 풀어 먹으면 개운하고 얼큰한 맛이 더해집니다.
어느 도시를 가도 대형 프랜차이즈화 된 식당들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일본 라멘집만은 점포 수가 많아도 완성도와 맛이 잘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 본 곳들은요. 카모토 네기 역시 그랬습니다. 유명 미슐랭 라멘집도 다녔지만 맛의 조화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았어요. 여행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멋진 한 그릇이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PAWucVhwggDTZLBG7
몇 년간 도쿄에 거주한 미식가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한 곳입니다. 결과는 역시 만족. 한 끼가 소중한 보름동안 두 번 방문했으니 이것으로 설명을 충분하지 않을지. 중식 베이스의 산라탕면과 마파두부면이 인기 메뉴입니다. 도쿄에서 벚꽃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나카메구로에 있어요.
두 번 모두 마파두부면을 먹었습니다. 가격은 1150엔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양도 꽤 많거든요. 첫 방문 때는 밥과 고수를 추가했습니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에 고수 추천이 꽤 있었거든요. 밥은 마파두부 덮밥까지 함께 즐기기 위함이었고요. 거기에 나마비루까지. 특히 이 집 생맥주 크림 올리는 솜씨가 좋았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마파두부와 비슷하지만 면요리에 맞춰 농도를 조절했습니다. 울면 등 전분을 넣은 면요리와 비슷하게요. 면은 중면을 사용했는데 자극적인 마파두부의 맛과 어울려요. 얇은 면은 소스의 농도와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파두부의 맛은 예상 그대로였지만 중면과의 어울림이 기가 막혔어요. 면을 한입 가득 입에 욱여넣자마자 생각했어요. '이건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치즈와 돈카츠를 추가한 마파두부면을 먹었습니다. 대기줄에 서 있을 때까지도 산라탕면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가게 안에 들어가 냄새를 맡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잘 튀긴 돈카츠를 마파두부 안에 넣고 치즈를 올렸는데 그 조화가 나쁘진 않았지만 굳이 돈카츠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 라멘이 장르에 따라 호불호가 꽤 갈리지만 마파두부면은 한국사람이라면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느끼한 일본 음식들에 지쳐 매콤한 것 간절할 때도 제격이고요. 저는 다음 도쿄 방문 때 또 찾아갈 겁니다.
시간에 쫓겨서, 배가 부르단 이유로 가지 못한 집들이 눈에 밟힙니다. 서울에선 라멘 깨나 먹으러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본고장에 다녀오니 라멘 덕후의 길은 까마득히 멀다 싶습니다. 다행히 먹어도 먹어도 새로운 것들이 끊이지 않으니 질릴 걱정 없이 라멘 기행을 계속할 수 있겠어요.
미국-일본 혼혈 셰프인 휴 아마노와 만화가 새라 비컨이 일본 라멘을 주제로 쓴 요리 그래픽노블입니다. 아마존 요리 분야에서 수년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해요. 유명 라멘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국물과 면, 고명에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 과정, 맛을 내는 비밀까지 라멘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들이 상세히 담겨 있어요. 감성적인 그림 덕분에 만화책을 읽듯 술술 넘어가는 것도 매력이고요. 처음엔 무심히 넘겨보다 어느새 이 책을 교과서 삼아 라멘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라멘 마니아들에겐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