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도시는 그 꿈보다도 더 아름다웠지
일어나, 아침이야
한국과의 시차를 생각하면 24시간을 가득 채워 보낸 하루였는데도
혼자 지낸 숙소에서 누가 흔들어 깨운 것이 아니었는데도
창 밖에 미세한 빛도 새 들어오기 전에 눈을 떴으니.
무엇이 날 그 시간에 일으켜 앉히고
옷가지며 신발을 챙겨입히고 신겨 그 언덕에 끌어 놓았는지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내가 그토록 꿈꾸었던 것이었고
놓쳐선 안될 만남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게, 십수년간 꿈꿔온 프라하에서 첫 아침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상쾌하게 닿았던 아침 공기와 걸음으로 땅을 누를 때마다 붉어지는 여명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떠올릴 수 있다. 걸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거든, 내가 이 순간을 두고두고 떠올리고 떠벌릴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평소보다 깊게, 새기듯이 생각하고 말하며 걸었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이 길에서 나는 반쯤 뛰듯 걸었다.
십분이나마 일찍 도착해 심호흡을 하고 손도 씻고 땀도 식히며 여유있게 그녀를 맞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을까. 사실은 이 길 끝에 아무 것도 없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점점 더 급해지고 있었지.
그 어떤 꿈이 이 아침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세상에 있는 장면이라야 내가 떠올릴 수 있을테니
이 장면만큼은 내 안의 어떤 장면보다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모든 날은 아니었다 해도
이 아침만큼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적어도 내 시야에는
이 도시에 한참동안 나뿐이었으니까.
나만을 위해 펼쳐진 장면이었으니까.
이 풍경 앞에서 나는
일부러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았고
내 자신에게 하는 쓸데 없는 잔소리도 참았다.
언젠가 이 순간을 떠올릴 때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이나
유치했던 나의 진지함 같은 것이
이 붉은 감동에 찌꺼기마냥 끼어있을까봐
이 아침만큼은 그저 이것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 것도 떠올리지 않고 감정조차 잊은채 맞은 아침
이 곳에 있어서 좋다는 생각뿐이었던 일만여 초의 순간들
떠난다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여행이라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그토록 고대한 이 땅에 대한 실례가 아니던가.
과정의 행복 쯤이야 도착 후에도 얼마든지 만끽할 수 있다.
어디가 끝인줄도 모르고 내딛던 이 아침의 걸음처럼,
감히 다른 무언가를 떠올릴 수 없게 제압당한 내 시선처럼.
꿈 속에서나 있던 프라하는 이제
엽서 속 장면과 사진 속 풍경이 아닌
이 아침의 붉은 떨림으로 새롭게 씌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