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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Sep 10. 2015

25장. 허기진 여행자를 달래 준 쉑섁버거 모스크바

너는 정말 최고였어

익히 소문은 들었지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여행 스케줄의 대부분을 '한국 블로그 검색'에 의존하는 제 한심함을 탓하면서도,  머릿속에 각인된 집이 한 곳 있었으니, 바로 이 햄버거 가게입니다. 발음도 어려운 이 쉑 섁(Shake Shack) 버거는 러시아 식당은 아니고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매장을 가진 햄버거 레스토랑인데요, 미국이나 터키 여행을 했던 지인들에게 그 맛과 비주얼에 대한 칭찬을 수 없이 들었던 터라 이 쉑섁 버거가 모스크바에 매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몹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여행 계획에서 유일한 '방문 예정 레스토랑'이 되었죠. -러시아 전통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수도 워낙 적은데다 거주자가 아닌 여행객들의 평가를 신뢰하기 어렵죠-


https://www.shakeshack.com


쉑섁버거 홈페이지의 매장 소개.

총 10개의 매장 중 다행히(?) 러시아(!)가 있습니다





쉑섁 버거 러시아점(?)은 구 아르바트 거리 중간쯤에 있습니다


어딘지 햄버거 가게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건물 1층에 쉑섁버거 모스크바점이 있습니다. 저 녹색 햄버거 아이콘을 찾으세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체인에다, 외국인 손님도 많다 보니 러시아 전통 식당보다 외국인이 주문하게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벽면에 메뉴가 표기되어 있고 -아, 근데 러시아어입니다- 주문 시 요청하면 영어 메뉴판을 받아볼 수도 있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러시아 식당과 달리 이 곳은 점원들과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니 한국어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실내 인테리어 역시 깔끔하게 되어 있고, 크고 작은 테이블이 다양하게 있어 저처럼 혼자 식사를 하러 온 관광객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식사를 하시는 분이 많아요.


버거의 맛도 맛이지만 식사 주문 시 샐러드부터 빵, 메인 요리, 차와 디저트까지 코스(?)로 주문해야 하는 곳이 많았던 모스크바에서 혼자서 간단하고, 가장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던 이 곳은 여행 중 두 번 방문한 거의 유일한 식당이었습니다.

- 한정된 여행 기간 동안 같은 것은 두 번 먹지 않는다는 것이 제 여행 수칙입니다만, 너무 맛있었어요 -



첫 방문의 설렘 때문인지, 영어 메뉴판임에도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인식(?)된 슈룸(shroom) 버거와 치즈 프라이, 그리고 무알콜 맥주인 루트 비어를 간신히 주문했습니다. 제 이름마저 까먹은 탓에 점원에게 알려준 '미스터 킴'이 호출되어 주문한 메뉴를 받아온 후에야 사진을 찍을 정신이 생겼죠.



모스크바에서는 서울에선 쳐다보지도 않는 빅맥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쉑섁버거의 이 슈룸버거는 그런 버거와 느낌이 참 달랐습니다. 저 패티는 어머니가 직접 버섯을 넣고 만든 것 마냥 생버섯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빵 크기는 조금 작지만 -대략 빅맥과 비슷한 것 같군요- 패티가 워낙 튼실해서 먹었을 때 포만감은 충분합니다.



버거보다 더 맛있었던 치즈 프라이.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은 전혀 먹지 않는 제가 저 놈한테 만큼은 굴복하여 저 치즈 소스를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고야 맙니다.


분명 느끼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무슨 유기농 감자 같지도 않은데, 빈약한 패스트푸드의 감자튀김보다 씹는 맛도 있고, 저 치즈 소스가 정말 잘 어울려서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 저 놈을 채 다 먹기도 전에 생각했죠, '내일 점심도 이곳인가'라고 -



그리하여, 결국에는



다음 날은 아니지만 귀국 전에 이 곳을 다시 한 번 찾았습니다. 숙소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도 먹지 않고, 일부러 전철까지 타고 와서 말이죠. 이 날은 이 곳의 대표 버거인 섁 버거를 주문했어요, 물론 더블 사이즈로 -흐흐흐- 치즈 프라이는 끝까지 고민하다, 그냥 가면 후회할 것 같았고, 저 루트 비어는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나더군요. 결국 그 날과 비슷한 세트 메뉴가 완성되었습니다.



이게 뭐야 나 무서워

무섭고 좋아



우리는 여행을 가서 누가 묻지 않아도 고기를 사들고 펜션에서 바비큐를 굽곤 하죠, 섁 버거 디럭스 사이즈는 그 펜션 바비큐 두 장을 포개 먹는 느낌인데요, 빵이 채 감당하지 못한 저 비주얼에서 보시다시피 고기 양이 저렇게 어마어마해서 맛있다기보단 사실 좀 느끼 -_- 했습니다.


저거 하나만 먹고도 배가 엄청 불렀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슈룸 버거 추천!


이 날 먹은 메뉴의 가격입니다.


디럭스 버거에 치즈 프라이, 루트 비어 합해서 560 루블, 당시 환율로 약 11000원이 되겠군요.

요즘 유행한다는 한국 수제버거 가격 정도 될까요?


물론 햄버거라는 메뉴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저 비주얼이며 재료의 퀄리티와 맛을 생각하면

먹고 나서 저 금액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행에서 한 번쯤 부려볼 수 있는 '호사'라고 생각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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