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요일 Jul 24. 2015

0002. 아이폰으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을까요?

매일 나와 함께 하는 카메라, 이렇게 한 번 찍어보면 어때요?

카메라?

아이폰 있는데, 뭐.

카메라를 꼭 챙겨야 한다는 제 말에 신혼 여행을 앞둔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그게 아니라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을텐데 이번엔 '아, 그건 그렇네'라며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던 걸까요?


원치 않아도 이제 모두가 카메라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죠. -어쩌면 강요이기도 하지만- 마침 손에 있으니까, 그냥 가기 아쉬워서 한 장씩 찍던 스마트폰 사진을 통해 추억을 기록하는 즐거움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찍사'로 전락해버린 것에 대해 영 귀찮은 일이 하나 늘었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행히 이런 변화를 대부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 카메라는 당신의 여행을 얼마나 크게 바꿔 놓았나요?

그에 맞춰 요즘 스마트폰은 저마다 '내 카메라가 가장 좋아'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화면 크기나 성능으로 경쟁하던 시대가 끝나고 요즘은 그야말로 '카메라 전쟁'을 하고 있죠. 소비자들 역시 보다 좋은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위해 기꺼이 매년 혹은 그보다 자주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며 화답하고 있습니다.


요즘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가장 많은 사람들 손을 차지하는 것은 멋진 DSLR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입니다. 이미지 공유 서비스인 Flickr에 가장 많은 사진을 업로드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메라로 '아이폰'이 회자된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제 매년 스마트폰 사진만으로 전시를 하고 시상하는 경연이 열리기도 할 정도니까요.

오늘 이야기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메라 '아이폰'에 대한 소감입니다. 화면 크기도, 성능이나 앱도 아닌 오직 카메라에 대해서만요. 물론 화질이나 색감에 대한 평가도 아닙니다. 그 동안 이 카메라같지 않은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느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직까지는 영 못미더운 이 녀석이 언젠가는 쟁쟁한 사진기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는지 말이죠.

아, 왜 하필 '아이폰'이냐면 그저 제가 지금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휴휴암, 2015 | 아이폰 6 플러스

스스로 '아이폰 포토그래퍼'라고 하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진을 보는 우리의 기준이 그만큼 다양하고 너그러워졌다는 뜻도 되겠죠. 굳이 기백만원짜리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우리가 그것을 '작품'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진기'로 인정한다면 굳이 앞에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을 붙이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만 단순 기록 용도의 '부가 장치' 정도로 탄생한 이 카메라가 이제 어엿한 카메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죠.


사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최신 스마트폰 광고를 통해, 그리고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스마트폰만의 사진 전시를 통해서 '세뇌'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직접 찍은 여행 사진을 감상하고 나누면서도 충분히 느끼고 있죠.


그래서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능성에 대해.

물론 제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아이폰 포토그래퍼는 아니지만, 함께 고민할 자격은 있죠.

'더 잘 찍는 방법'에 대해서 말입니다.



멋진 곳, 예쁜 것을 찍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삼양목장, 2015 | 아이폰 6 플러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비결이라기엔 너무나 황당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멋진 것'을 찍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사체를 고르는 눈에 대한 것도 아니고, 멋진 구도나 수동 조작에 대한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제가 고른 스마트폰 '베스트 컷'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고, 카메라로 찍은 후에 스마트폰으로 한 장 더 찍은 장면들입니다. 다시말해,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장면'이었다는거죠. 그러기 위해선 우선 '멋진 곳'에 가는 노력이 필요하겠고요.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아직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뭘로 찍어도 멋진' 장면이라야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은 생소한 장면에서 감흥을 느끼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이 여행용 사진기로서는 이미 꽤나 높은 위치에 올라섰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프라하 전경을 찍은 사진이나 그림같은 바람의 언덕에서 찍은 사진 등은 같은 위치에서 찍은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과 비교해도 크게 한심해보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잠시나마 해 봤으니 말이에요.




눈에 보기에 멋진 것이 찍어 놓아도 멋지니까요

프라하, 2015 | 아이폰 6 플러스

DSLR 카메라 때때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멋지게 장면을 연출하는 것과는 달리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직 눈으로 느끼는 감동을 쫓아가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피부 잡티가 너무 세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셀카 찍기 좋고, 어두우면 어두운대로 밝으면 밝은대로 솔직하게 담아줘서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첫번째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런 이유로 눈 앞의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 때 꼭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들은 눈에 보이는 장면을 생각보다 잘 포착해냅니다. 작년에 나온 스마트폰보다 색 표현도 정확해졌고, 초점이나 노출을 잡는 능력도 향상됐거든요.


멋진 풍경을 보고 있을 때, 혹은 '저거 찍어놓으면 참 좋겠다'는 장면을 발견했을 때 주머니나 가방에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에겐 항상 챙겨야만 하는 카메라가 생겼죠. 그러니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찍어보세요. 적어도 내 맘에 드는 결과물은 안겨줄 테니까요.



물론 사진의 기본인 '노출'에 신경 써야겠죠

이른 코스모스, 2015 | 아이폰 6 플러스

크기나 성능, 가격에 상관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진기'이니,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을 때도 사진의 기본인 '노출'을 염두해 두셔야겠죠. 특히나 밝음과 어두움이 명확히 나뉜 풍경 사진이나 특정 피사체를 부각시키고자 할 때 이 노출이 무척 중요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처럼 다양한 측광을 지원하지 않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성상 이러한 상황에서 어두운 곳을 중심으로 노출을 설정해 소위 '하얗게 날아간' 사진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화면의 밝은 부분을 터치해 최대한 적정 노출에 가깝게 설정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비결입니다. 혹시 너무 어둡다 싶으면 명/암부의 경계 부근을 터치하면 그나마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고요.



아이폰의 경우에는 '노출 보정'을 적절히 활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터치로 초점을 맞춘 후에 AF 포인터, 즉 '녹색 네모' 오른쪽의 해 모양 아이콘을 위아래로 조정하면 노출을 밝게 혹은 어둡게 조절할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경우에 노출 보정을 기본 설정보다 조금 어둡게 촬영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정확히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행히 스마트폰 카메라의 초점 맞추기는 DSLR 카메라보다 훨씬 쉽습니다. 화면 속 찍고 싶은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되거든요.




알록달록한 장면은 쉽게 그럴싸한 사진을 안겨줍니다

벽그림, 2015 | 아이폰 6 플러스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색 표현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진을 '그럴듯하게' 연출하기 위해선 선명한 색을 가진 피사체를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나 벽화, 동물 등 화려한 색과 강한 콘트라스트를 가진 피사체가 가장 좋겠죠. 휴대폰의 사진을 넘겨 보다 문들 '이걸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더라, 스마트폰으로 찍었더라' 하며 헛갈리게 되는 사진의 대부분은 이렇게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장면들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눈을 현혹시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굳이 노출 보정같은 전문 기술(?) 없이도 비교적 손쉽게 그럴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이 때 피사체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면 최대한 가까이 가서 찍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는 천만 화소를 넘는 고화소니까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죠. -하지만 아이폰은 아직 800만 화소라지요-



그래도 어렵다면 '보정'을 활용해 보세요

프라하, 2015 | 아이폰 6 플러스


사실 가장 힘이 실리는 비결은 이것입니다. 색 표현과 선명함의 한계를 '감각' 혹은 '분위기'로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환상적인 화질은 아니지만 왠지 멋진 장면, 실제 색과는 다르지만 감성을 묘하게 긁는 특이한 색감. 어쩌면 현재의 스마트폰으로 가장 쉽게 '작품'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대부분 '심심'합니다. 색이 그렇고, 묘사 역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손 봐 주면 꽤나 괜찮아지죠. 요즘은 이 보정 어플리케이션만 해도 족히 수천개는 됩니다.



아이폰 기본 카메라에서도 '필터 효과'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보정 효과를 지원하고 있죠. 한 번 이 '보정'에 맛들이면 기본 모드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각 효과는 매력적입니다. 저는 기본 효과 중 Chrome 필터를 자주 사용하는데, 채도와 대비를 높여 강한 인상을 주죠. -물론 디테일한 표현은 떨어지지만-


눈으로 볼 때는 멋져서 찍었는데, 정작 사진을 보니 어딘가 밋밋하고 심심하다 싶을 때는 이렇게 직접 보정을 하시면 더 좋습니다. 안 그래도 흐린 날씨 때문에 옅은 색감의 이 장면은 아예 강한 콘트라스트의 흑백 사진으로 보정하고, 위 아래를 조금 잘라내어 바다 너머 능선과 구름의 풍경을 조금 더 부각시켜보았습니다.

그렇게 30초가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보정에 투자하니 그런대로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죠?

물론 흑백 사진이라 괜히 더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정에 더욱 익숙해진다면 스마트폰 사진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분들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체험하고 계시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원본 사진은 '민낯'과 같다고.


보정은 죄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갤러리에서 보는 멋진 작품들 중에도 보정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참, 접사는 스마트폰 카메라 최고의 장기입니다

컬러풀, 2015 | 아이폰 6 플러스

스마트폰 카메라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피사체에 잔뜩 들이대 찍는 '접사'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DSLR카메라의 일반 렌즈보다 우수한 접사 성능을 가지고 있거든요. 대략 5cm 정도 되는 거리까지 가까이 다가가 찍는 스마트폰 접사는 종종 감탄이 나오는 결과물을 안겨줍니다. 고화소의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는 꽃술이나 고양이의 수염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정도까지 성능이 올라섰으니까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촬영하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멋진 풍경과 함께 동물이나 음식 등의 정물 사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우수한 접사 성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다가가서, 팔을 조금 더 내밀어서 찍어 보세요. 그럼 더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 스마트폰은 훌륭한 간이 접사 카메라가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이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셨나요?

이렇게 뽑아놓고 보니 생각보다 우리는 좋은 카메라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그림같은 곳, 기적같은 날씨라면 굳이 DSLR 카메라가 없어도 될 정도로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 카메라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냐 하면 적어도 저에게는 아직 'No'입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볼 때라야 그럴듯해 보이지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엄지를 '척' 할 정도이고, 앞으로 머지않아 정말 '어깨의 자유'를 꿈꿔볼만도 하겠습니다. 천만 화소 이상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그 힘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접사 촬영이나 '멋진 날씨에서 멋진 여행지의 멋진 것'을 찍을 때는 남부럽지 않은 사진도 종종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요즘 저는 카메라로 촬영하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찍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만약 정말로 이 스마트폰이 하나만으로 충분한 사진기가 된다면 우리의 일상과 여행이 몇 배는 더 즐거워질 것 같거든요. 앞으로 더욱 멋진 '사진기폰'이, 그리고 '폰으로그래퍼'가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탄도항, 2015 | 아이폰 6 플러스


매거진의 이전글 0001. 어느새 우리는 모두가 포토그래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