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記文) 9

- 심연재기(心曣齋記)

by 우인

심연재기(心曣齋記)


강원도 홍천 팔봉산(八峯山)근처에 나의 벗 여만(如蔓)선생이 집을 짓고,

이름을 “심연재(心曣齋)”로 정했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번 하서(荷墅)와 방문했을 때에 내가 느낀 첫 인상은 소리(聲)였다.

고요함에서 느껴지는 소리들, 편백나무로 지은 거실에서 듣는 음악은 묘한 감동을 주었다.

주변에 있는 소나무와 바위, 그리고 파란 하늘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심연재(心曣齋),

이름 그대로 “마음(心)이 청명해 지는(曣) 집(齋)”이다.

아마 누구든 이 집에 와보면 알리라.

왼쪽에는 바위(岩)와 소나무(松)가 집을 호위하듯 늘어서 있고,

눈 앞에는 홍천강(洪川江)이 열병식을 하듯 유유히 흐른다.


산중턱에 있는 심연재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솔바람(松風) 소리와 새(鳥)소리,

그리고 음악(音樂)소리가 저절로 마음으로 들어 온다.

누구든 거부할 수 없다.


이제 여만(如蔓) 南선생은 이순(耳順),

그동안은 카메라 감독으로서 보는 눈(目)과 말하는 입(口)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귀(耳)에 귀 기울이어야 한다.

그러니 이 산중턱에 음악과 솔바람 소리, 새소리를 들은 곳을 마련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혼자 가만히 앉아 마음속 소리에 귀 기울이면 알게 되리라.

번잡한 거리(巷)에서 얼마나 많은 말(言)과 눈(目)돌림으로 우리를 힘들게 했는지를.


그러므로 이제는 모든 것을 들어야 할 나이.

듣는다는 것은 귀로 듣는 청(聽)과 마음으로 듣는 문(聞)이 있다.

이순(耳順)에는 귀(耳)로도 듣고 마음(心)으로도 들어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마음이 청명(淸明)해 지리라.


듣는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 곧 나를 찾는 길이다.

이 곳 심연재(心曣齋)에서 여만선생이 무엇을 찾을 지는 곧 알게 되리라.

아주 좋은 곳에 거처를 마련한 여만선생에게 축하를 보내며 기문(記文)을 쓴다.


내소헌(內素軒)에서 又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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