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記文) 8

- 달관정기(達觀亭記)

by 우인

달관정기(達觀亭記)


산 그림자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가평에 와서야 알았으니

이곳에 정착한 것에 대한 혜택 치고는 매우 크다.

산동네에 태어나서 산과 더불어 살았지만

가평(加平)의 산은 위압적이지 않아서 좋다.


북한강변로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나지막한 산(山),

그 뒤 다시 큰 산(山),

또 더 높은 산(山),

이 겹쳐 있는 산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처음 이사 와서 우리 집 강아지 행강(幸江)이와 거의 매일 북한강변로를 걷다가

가평군 하수도사업소 근처에 있는 정자를 보았다.

굉장히 잘 지은 정자인데 이름이 없어서 그냥 무심결에

“달전리(達田里)에서 북한강을 바라보는(觀) 정자” 라는 뜻으로

“달관정(達觀亭)” 이라고 불렀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정자에 서서 뒤로 북한강이 어렴풋이 보였다.


한동안은 자서원(自紓苑)에 산책 가느라 달관정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에야 다시 찾아 보니 왜 달관정으로 지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 정자는 처음부터 의도대로 지은 것이 아니라 연못을 먼저 만들고

귀퉁이에 남은 자리에 지은 것 같았다.

연못을 정면으로 바라 볼 수도 없고, 북한강도 앉아서는 보이지 않고

일어서서 까치발이나 해야 가까스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정자에서는 차분하게 앉아 나를 바라 보아야 한다.


그러니 달관정(達觀亭)은

“달전리(達田里)에서 나(我)를 바라보아야(觀) 하는 정자”이다.


강(江)도 아니고 연못(淵)도 아니고 갈대(葦)도 아닌

오로지 나를 바라보아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얼마나 절묘한가!

조물주(造物主)의 오묘함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앞에 있는 갈대(葦)를 바라보기도 불편하고,

뒤에 있는 북한강을 바라보기도 불편하게 만들어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게 만든 정자,

그것이 이 달관정(達觀亭)이다.


더불어 앞에 있는 연못도 무위연(霧葦淵)으로 부르겠다.

“안개에 쌓인 갈대가 아름다운 연못”이라는 뜻이다.


강가엔 늘 운무(雲霧)가 많다.

안개 속은 경계가 없다.

너(汝)도 없고 나(吾)도 없다.

구분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이런 모호함이 주는 평안(平安)을 달관정에서는 즐길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달관정(達觀亭)은 새벽이나 아침에 찾아야 한다.


운무에 쌓인 달관정에서 달관(達觀)의 경지에 오르길 빌며

又人이 쓰다

작가의 이전글기문(記文)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