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호堂號에 관한 연구(草)
당호(堂號)에 관한 연구(草)
사람들은 구분하기 위하여, 혹은 자기 정체성을 갖기 위하여 이름을 짓는다.
이름은 의미(meaning)이며, 자기 정체성(identity)이다.
그럼 당호는 왜 지었을까?
집에다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자기 정체성에 관하여 -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
나의 志向을 기억하기 위하여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확인이다.
조선시대 記文 1,400여 개를 찾아 분류해 보았다.
記文 1,400여 개중 번역된 것 400여개 정도를 분류해 보니
크게 人物에 관한 당호, 自然에 관한 당호, 인생관에 관한 당호, 문헌을 기반으로 한 당호(堂號)의 네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문헌을 기반으로 한 것을 인생관으로 할 수도 있고, 자연에 관한 당호를 인생관에 관한 당호로 나눌 수도 있을 정도로 복합적이었으나 단순화시켜 글자 그대로 분류해 보았다.
1. 인물人物을 기반으로 한 당호
주로 자신들의 조상祖上과 관련한 당호였다.
자신들의 뿌리이자 정체성인 조상을 늘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조상이 남긴 뜻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조상과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예를 들면, 다산 정약용의 “망하루(望荷樓)”는 다산茶山의 선영이 충주의 하담(荷潭)이라 “멀리 하담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의 망암(望菴)에 대한 記文은 “암자(菴子)에 망(望) 자를 써서 이름을 지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의 할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나의 할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그만두지 못하면 바라보게 되고, 바라보아서 보지 못하면 생각하게 되는데,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서, 감히 볼 수 없다는 것으로 내가 바라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암자를 망암(望菴)이라고 이름짓게 된 이유이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 선비들은 조상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用例> 유지당有知堂, 이운당怡雲堂, 산천재山泉齋, 수오당遂吾堂, 화수당花樹堂, 삼유정三有亭, 어시재於是齋, 이락재伊樂齋
2. 자연을 기반으로 한 당호
자연을 기반으로 지은 당호가 가장 많았다.
자연에서도 植物을 기반으로 한 당호가 가장 많았다.
<2-1> 식물植物을 기반으로 한 당호
주로 매梅, 죽竹, 송松, 국菊을 많이 사용했다.
부사浮査 성여신成汝信의 당호는 “취향당翠香堂”이다. 그의 기문을 보면, “당호를 ‘취향’이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뒤에는 대나무가 있고 앞에는 매화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매화의 실상은 무엇입니까? 향기로운 덕입니다. 대나무의 실상은 무엇입니까? 곧은 마디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쓰는 것과 일을 행하는 것이 대나무처럼 곧고 매화처럼 향기롭다면, 어디를 간들 옳지 않겠습니까.”
주로 선비들이 좋아하는 四君子의 梅蘭菊竹을 중심으로 당호를 지었다.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식물과 현실 속에서 항상 마주하는 식물이 친근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죽오竹塢, 쌍죽당雙竹堂, 오죽재梧竹齋, 죽당竹堂, 상죽헌霜竹軒 등
<2-2> 월운풍우月雲風雨류의 당호
주로 정자에 많이 쓰였는데 아마 경치가 좋은 전망 좋은 곳에 주로 정자가 위치하였기에 달이나 구름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득월당得月堂, 월선정月先亭, 제월당霽月堂, 산우정山雨亭, 산월헌山月軒 등
<2-3> 강해연호江海淵湖류의 당호
주로 강가나 계곡 냇가에 지은 정자나 집에 많이 사용하였다. 물은 자기를 조용히 관조하는데 좋은 환경이라고 보여 진다.
근수당近水堂, 관수당觀水堂, 수명정水明亭, 부강정浮江亭, 심호정沁湖亭 등
<2-4> 집의 모양으로 당호를 삼은 경우
삼일정三一亭.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의 記文, “이제 이 정자가 기둥이 셋, 대들보가 하나라는 것은 산중의 목동과 나무꾼도 다 가리켜 말할 수 있지만, 그 오묘한 이치와 상은 선생만이 은연중에 이해한 것이다. ”
옥호정玉壺亭. 수당修堂 이남규李南圭의 記文, “‘옥호정(玉壺亭)’이라고 하였다. 이 정자는 방과 곁방, 다락과 난간, 샘물[茶泉]과 돌의자[石榻], 널다리와 낚시터 등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으며, 물길이 모여들어서 정자 밑에서 이룬 못물은 그 맑기가 마치 옥항아리에 담긴 물과 같으니, 바로 이를 따라서 정자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 밖에 구루정傴僂亭, 석서정石犀亭, 옥정실玉艇室, 취미루翠眉樓 등
3. 인생관을 기반으로 한 당호
삶의 지향志向을 의미로 한 당호의 경우는 처세와, 자기 철학, 혹은 본인이 명심할 좌우명座右銘등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3-1> 처세處世와 관련된 당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의 사가재四可齋의 記文, “밭이 있어 갈아서 먹을 수 있고, 뽕나무가 있어 누에 쳐서 옷을 해 입을 수 있고, 샘이 있어 마실 수 있고, 나무가 있어 섶을 장만할 수 있으니, 내 뜻에 가(可)한 것이 네 가지가 있으므로, 그 집을 이름지어 ‘사가(四可)’라 하였다.”
동주東州 이민구李敏求의 만우당기문漫寓堂記文, “대저 만우라는 것은 벗어나기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의탁하기를 허(虛)로써 하고 실(實)로써 하지 않으며, 의탁하기를 무(無)로써 하고 유(有)로써 하지 않는다. 네 몸이 매미의 허물이나 뱀의 껍질과 같은데, 하물며 그 몸에 의탁한 바이겠는가. 봄과 가을이 문득 갔다가 문득 돌아오고, 기화(氣化)가 왕성해졌다가 쇠락해져서 밤과 낮이 앞에서 바뀌어도 이미 차지하여 사사로이 소유할 수 없으니, 이것을 만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락재樂全齋, 무주헌無住軒, 묵헌黙軒, 이난헌二難軒, 일사정一絲亭, 겸암정謙巖亭 등
<3-2> 좌우명을 당호로 삼은 경우
蔡濟恭(채제공)의 每善堂(매선당), “"이것은 내 아버님께서 남겨주신 뜻일세.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임종하실 때 나의 손을 잡으시며 '너는 매사(每事)에 선(善)을 다하라.' 말씀하시고 말을 마치자 돌아가셨으니, 아, 내가 어찌 감히 잊겠는가. 그래서 이 액자를 항상 보면서 내 마음을 가다듬지만, 이 말을 실천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부사(浮査) 성여신(成汝信)의 양직당(養直堂), ” ‘양(養)’이란 글자는 진실로 그 길러줌을 얻으면 어느 생물이든 자라지 아니함이 없다는 뜻이다. 군자는 만물에 있어서 사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에게 돌이켜 보아야 한다.“
예, 기암(畸庵), 사의재(四宜齋), 일강재(日强齋), 외성당(畏省堂)
<3-3> 의미 있는 글자를 당호로 삼음
한수재 권상하(權尙夏)의 이직암기(以直菴記)에는 ‘곧을 直’으로 당호를 삼았음을 보여 준다. ”학자가 한 글자를 가지고 종신토록 행할 수 있는 것은 직(直) 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선사(先師)께서 임종일(臨終日)에 이 한 글자를 표출하여 이 소자(小子)에게 고해 주셨는데, 이 소자가 우둔하여 비록 그것을 체받아 실천하지는 못하나, 그 말씀은 마음에 새겨 잊지 않는 바이다.“
서루(書樓)도 좋아하는 字 ‘書’에 누각 樓를 붙인 경우이다. 주인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였으면 집이름에 서를 붙였을까 짐작이 간다.
외재(畏齋), 적암(寂菴), 성헌(誠軒), 지지헌(止止軒), 무무암(無無庵), 경수당(敬修堂)
<3-4> 인생관을 당호로 삼음
처세와 연관이 많아 구분 짓기 어려우나, 그래도 좀 더 확고한 것을 인생관으로 보고 상황에 따른 부분을 처세로 분류하였다.
지비재(知非齋), 守吾齋(수오재), 무명아옥(無名我屋), 어사재(於斯齋), 청천와(聽天窩), 졸재(拙齋), 팔분당(八分堂), 자애정(自愛亭), 외성당(畏誠堂),
4. 문헌을 기반으로 한 당호
이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서적이나 시를 근간으로 하여 지은 당호 이다.
<4-1>詩의 구절을 인용한 경우
중국의 한시를 인용한 경우가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많았다.
우희당(又稀堂)은 두보(杜甫)의 시에서 ‘인생에 있어 칠십의 나이는 고래로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는 구절을 취하여 지은 당호이다. 귀래정歸來亭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인용한 당호이고, 주로 李白, 杜甫, 도연명(陶淵明), 한유의 시를 많이 인용하였다.
송나라 육유(陸游))의 시에 ‘만사는 차라리 잠들어 알지 못하는 것이 낫다.[萬事無如睡不知]’를 취하여 부지암不知菴이라 지은 당호도 있다.
그 밖에 농춘당農春堂(도연명의 시), 自由堂(두보), 이안재怡顔齋(도연명), 이수당二水亭(이백), 춘휘정春暉亭(맹교), 와도헌瓦陶軒(황정견), 안용당安用堂(소옹) 등이 있다.
우리나라 시를 인용한 경우는 화엽루花葉樓(정온의 시), 水心亭(이이), 농수정籠水亭(최치원)등이 있다.
<4-2> 古典에서 인용한 경우
대부분의 고전은 중국의 사서오경, 史記, 小學등 중국의 고전을 인용하였지 우리나라 문헌은 거의 없다.
4-2-1>四書五經에서 인용한 경우
구사당(九思堂)은 논어 예기편에서 인용하였고, 사무헌(使無軒)은 대학에서 , 이존당(以存堂)은 주역에서, 불이당(不移堂)은 맹자에서 인용하였다.
그밖에 부음정孚飮亭(주역), 영사당永思堂(시경), 열호재悅乎齋(논어), 구아재九我齋(시경), 일신재日新齋(대학)등이 있다.
4-2-2> 성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경우
서거정(徐居正)의 청원정기淸遠亭記를 보면, ”주돈이周敦頤의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香遠益淸]’는 말을 취하여 ‘청원(淸遠)’이라 이름을 짓고” 그밖에 구도암苟度庵(宋의 학자 이동), 석금실石琴室(주자의 시), 퇴우당退憂堂(범중엄), 지모재持慕齋(주자), 존성재存性齋(주자) 등
4-2-3> 기타 史書를 인용한 경우
근소헌近小軒(소학), 유지당有知堂, 영허당盈虛堂(韓子), 小心堂(管子), 삼환재三患齋(예기), 연체당聯棣堂(소학), 후조당後凋堂(사마천의 사기)
4-2-4> 老莊사상에서 인용한 경우
대표적으로 정약용의 여유당與猶堂은 老子에서 인용한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與],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猶]"에서 왔고,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인용한 연초재宴超齋”아무리 굉장한 구경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동요되지 않고 편안히 거하면서 외물(外物)을 초월한다.[雖有榮觀 宴坐超然]”, 허백당虛白堂(장자)
<4-3> 고사를 인용한 경우
이색의 침류정기枕流亭記에 보면 “‘수석침류(漱石枕流)’의 고사를 취해 정자의 이름을짓고는, 귀양에서 풀려 돌아와서 나에게 기문을 청하기에“ 와 같이 고사를 인용하여 짓기도 하였다. 그밖에 하지장의 鑑湖고사를 인용하여 詔湖亭(조호정)을 지었고, 애련당愛蓮堂, 옥오재玉吾齋, 도니연桃泥椽, 소광정昭曠亭등이 있다.
5. 현대의 당호
여러 서적과 블로그 카페를 통해 400여개의 당호를 수집 분류해 보았는데, 요즘에도 아주 아름다운면서 의미있는 당호를 잘 짓고 있었다.
조선시대하고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으나 건축주 부부의 성이나 이름을 딴 당호가 눈에 많이 뜨이고, 우리말 당호도 많았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고전이나 시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 가장 많고 志向의 당호도 눈에 띄었다.
<5-1> 좋아하는 고전이나 시를 인용한 경우
煙霞堂(연하당) : 이 집의 당호(堂號)는 조선중기 석학 퇴계(退溪)선생의 시 구절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연하(煙霞)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
笑而軒(소이헌) : 李白의 詩, <山中問答>의 한 구절 중에서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말없이 웃으니 마음 절로 한가로워 ”에서 따온 당호.
守訥堂(수눌당), 觀水齋(관수재), 師去堂(사거당), 亦樂堂(역락당), 尋樂齋(심락재), 易安齋(이안재), 無所求山房(무소구산방), 餘慶齋(여경재), 問仁軒(문인헌), 虛實堂(허실당), 韶宣堂(소선당), 懷玉齋(회옥재)
<5-2> 주인의 성이나 이름에서 인용한 경우
洪玄齋(홍현재) : 어머님의 성인 홍(洪)자와 아내의 성인 현(玄)자를 따서 홍현재(洪玄齋)라고 지으는 것이 좋겠습니다.
仁雨齋(인우재), 晳文家(석문가), 우솔가, 效潤齋(효윤재), 여름물소리 , 李安家(이안가) 안나의 집, 진영재, 閔吳軒(민오헌),
<5-3> 인생의 志向의 당호
下心堂 (하심당), 褧衣堂(경의당), 伴草堂(반초당), 不便堂(불편당) , 自怡軒(자이헌), 憂忘軒(우망헌), 峩嵋齋(아미재), 與樂齋(여락재), 어울재, 笑裕齋(소유재), 主香齋(주향재), 善柳齋(선류재), 采孝堂(채효당),
6. 당호에 쓰이는 字
宮(궁궐 궁) ,闕(대궐 궐), 殿(궁궐 전), 閣(문설주 각), 閤(궁중의 침실) 궁궐전각합은 일반인이 당호로 쓸 수 없는 자이다.
院(집 원), 堂(집 당) , 館(집 관), 臺(돈대 대) , 庵(암자 암), 菴(암자 암), 齋(서재 재), 軒(처마 헌) ,
室(집 실), 窩(움집 와) , 窖(움 교), 墅(농막 서), 亭(정자 정), 屋(집 옥), 廬(오두막집 려), 庄(농막 장),
广(집 엄), 樓(다락 루), 莊(별장 장), 園(정원 원), 庭(뜰 정), 垈(터 대), 寮(집 료), 山房(산방), 草廬(초려), 齋舍(재사), 精舍(정사), 書堂(서당), 草堂(초당)
7. 결론
당호는 단순히 호사 취미가 아니다.
지향(志向)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본인의 의지의 표현이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누구도 의미가 되지 않듯이 집도 이름이 있어야 존재감을 갖는다.
그러므로 堂號는 하나의 存在이다. 고유한 주체적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