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일기(亡命日記) 1

by 우인

망명일기 1


서울생활이 내겐 고통이였습니다.


당시 좀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 유학보내는 게 유행이었을 때 아버지의 뜻대로

형은 고등학교로 오고

나는 중학교로 왔는데

서울이 마치 나를 집어삼키려는 악마처럼 느꼈습니다.


천국같은 영월을 떠나 회색빛 서울은 그야말로 지옥,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내가 자유로웠던 유일한 시간은

책을 읽고 상상하는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문학에 빠졌고 꽤 많은 글을 썼었습니다.

중학생때 쓴 시를 기억합니다.


영모전을 추억하며 쓴 시였는데...

" 낙엽을 위하여


그때 이맘때쯤

우리는 뒷동산에 올랐었오.


사방이 단풍으로 장식된

아름다웠던 곳이었오.


겨울을 오게하기 위하여 떨어져야만 하는

낙엽의 운명을 생각하며 한없이 울었었오.


지금도 낙엽이 떨어져야만이 되는

계절이 돼서 슬픔만 몰아쳐오오.


아직도 새파란 잎이 생기기까지는

나무가 백설로 화(化)해야 할때만 남았오.


새파란 잎이 생길때까지

난 낙엽을 위하여 기도를 드릴테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비슷할겁니다.


이게 교지에 실리고 내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


영모전에서 늘상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참, 같이 유치원 졸업한 친구중에

강혜윤이라는 이름이 생각납니다.

뭐 워낙 40년 전의 이름이라

어렴풋하지만 낙화암이나 청령포,

봉래산, 덕포, 서강, 동강, 금강정이 기억납니다.


티없이 신작로를 뛰어다니며 봉래산 너머로 사라지는 잠자리비행기를 보며 비행사를 꿈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곳,

지척이었지만 난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병처럼 가고 싶어해도

가지 못한 곳,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던 모양입니다.

아주 오래도록 영월은 금기의 땅이었습니다.

버림받은 망명객으로 자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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