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무회 결성전말기(我無會結成顚末記)
아무회 결성전말기(我無會結成顚末記)
지난 주말의 유쾌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서울역 근처의 식당에서 4쌍의 부부와 그 중 한 명의 처제,
이렇게 아홉명이 저녁식사모임을 하였다.
그중 한쌍의 부부중에 독일인이 있어서 -남편이 독일인-
나랑 아내는 그 독일인 부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 독일친구가 우리나라에서 10년을 살았어도
우리말에 서툴고 나의 아내가 독일어를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었다.
독일친구는 전공이 종이로 공대출신의 엔지니어라서인지
내성적이어서 낯을 많이 가렸으나 두번째 만남에는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잘 어울렸다.
소주와 연탄구이와의 조합을 독일인친구는 좋아하였다.
어느 정도 술을 마시고 이리 저리 얘기도 나누다가
이 독일인의 고향이 아우크스부르크라고 하자
한 명의 친구가 모임을
'아우크스부르크 무료 숙박 클럽'이라고 하자고 하였다.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이 두 시간이 흘러 가고
저녁식사가 끝나갈 때 모임 이름이 있으면 어떠냐고 누군가 말하자
내가 즉석에서 이 모임을 '아무회(我無會)'라고
하면 어떠냐고 제안하였다.
'아무나 들어 올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 오기도 어렵고
내(我)가 없고(無) 우리만 있는 모임'
이렇게 얘기해 놓고 보니
그럴 듯 해 보였다.
가칭 '아무회'이다.
그 후 아우크스부르크에 대해 축구 얘기부터 시작해
아우구스트 황제가 지은 도시에서 유래 되었고
그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얘기하였고
한참을 듣던 내가 독일인 친구에게
우리들에게 독일식 이름을 하나 지어 달라고 해서
즉석에서 나의 이름은 H자로 시작된
'한스'로 명명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유르겐', ‘아인스', '실바'등
다양한 독일식 이름을 얻고 좋아하였다.
독일친구 부인이름을 물었더니
부인이 남편이 자기를 ’티나‘라고 부른다고 하여
부인 동생이름은 '티안나'라고
내가 지어 주니 좋아하였다.
티나, 티안나,
또 누군가 이 독일친구의 한국식 이름을 지어 주자고 해서
내가 '성은 S로 시작되는 신으로 하고, 이름은 이 친구가 종이 전문가이니 한지'로
하자고 해서 일단 '신한지'로 하였다.
그 후 몇 번의 만남이 있었고
지금도 만나지만 아직도 모임의 이름은 없다.
누군가 먼저 이름을 정하자고 하지도 않고
그냥 만나서 얘기한다.
만나면 좋은 친구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제는 이름처럼 아무도 모르게 흐지부지 되었다.
이것이 아무회의 결성전말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