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토. 나는 친구와 1박 2일로 급 여행을 떠났다. 정확하게는 친구가 다음소설의 영감을 위한 장소로 공주를 선택했고 그곳의 유명한 한옥을 결제해 둘 테니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오브코올스~ 무조건 좋았다. 그럼 내가 운전기사 역할을 하면 되겠다 싶었고 바로 차의 상태를 확인했다. 우리 집에서 충남 공주까지는 대략 150km 남짓. 중,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은 무조건 안전하게 가야 했기에 급여행이라고 해도 챙길 것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가려고 했던 이유는 공주와 더불어 근처 부여의 시골통닭을 위해서이기도 하였다. 사실 5년 전 나는 고등학교 동창친구와 함께 공주와 부여를 간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다. 그때는 여행 내내 슬프게도 비가 왔고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서 참 미안했지만 우비를 입고 다 젖어도 마냥 좋았던 기억들이 많았던 장소였다. 우선 여행당일 아침 9시쯤 집에서 출발하기로! 약간의 스산한 날씨를 확인하고 커피를 내려 운전하며 졸지 않으려고 텀블러에 담았다. 그리고 첫 번째 도착지인 친구네 동네 분당에 도착한 후 무사히 친구를 픽업하고 근처 기흥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가면서 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90년대 kpop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고 그렇게 하나하나 신나게 열창하며 11시 30분쯤 드디어 금강 공영주차장에 도착했다.
공주의 첫 번째 장소 '매향'. 올드스쿨의 향이 가득했던 곳이다. 친구의 추천과 더불어 트위터유저의 적극추천이었던 곳이다. 아니 나는 이 편육무침과 100퍼센트 메밀 물막국수를 먹기 위해 이토록 먼 거리를 달려왔던가.. 편육무침의 고소함에 취해서 우리 둘 다 말없이 묵묵히 먹어치웠다. 사실 식당에 사람이 많아도 조용했던 식당이라 느낌이 새롭기도 했다. 흔한 서울의 핫플레이스 북적이는 맛집과는 거리가 있던 지역 소도시의 맛집의 느낌이 바로 이것이구나!
그리고 공주 하면 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산성이지. 산성의 총길이는 2,660m라 하고 동쪽 일부를 제외하곤 조선시대에 석성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그렇구나 옛 백제는 이 공주를 수호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했구나... 를 생각해 보면 또 경건해지는 부분. 공산성 초입부부터 올라가는 길에는 노란 깃발 속 사신도의 호위를 받으면서 (사신도는 외부의 나쁜 기운들을 막아준다고 한다.) 힘들게 등산(?)을 할 수 있다. 숨이 조금씩 찰 무렵 위에서 바라보는 금강풍경과 함께 나의 미래를 위해 돌도 한번 쌓아보았다. 사실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으니 체력저장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좀 취했다는.
자자 다음 도착지는 '국립공주박물관'. 이곳에서는 진묘수를 좀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진묘수라는 이름이 잘 안 붙어서 자꾸 친구한테 물어봤던 기억이 있지만 생각 외로 전시의 질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가 가장 많이 소장되어있다고 한다. 관람형 수장고도 옆건물에 있었는데 운전 때문인지 공산성 등산 때문인지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만 밀도 있게 보았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것은 백제문화의 몇 없는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백제 귀엣-고리> 전. 백제 하면 화려함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했지만 무령왕릉과 무령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5천여 점의 껴묻거리들, 그중 귀걸이의 형태와 모습을 통해 조금은 화려했던 백제시대를 취향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날씨가 조금 개어 기분이 좋았던 무령왕릉존. 가족 톡방에 이 사진을 올리면서 나도 죽으면 여기에 묻어달라고 농담을 쳤는데 아무도 농담을 받아주지 않아 슬펐음..
그리고 왕릉 주차장 근처에 있던 작은 카페 '어린 왕자'. 언뜻 보면 아메리카노 같지만 엄연히 유기농 발효자몽에이드 되시겠다. 한 중년여성분이 운영하고 있던 이 카페는 작지만 사이폰커피까지 메뉴에 적혀있어 이 집은 제대로 커피와 차를 하는 집이라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카페. 마치 지역 고속터미널에 속해 있는 작은 매점 겸 카페 같았다.
늦저녁엔 조금 더 기운을 내어 바르셀로나 바라고 간단한 타파스로 하몽과 감바스등을 와인안주로 곁들여 먹었다. 공주라는 소도시가 조금씩 젊은 층들이 유입되고 지역예술가들이 꾸려나가는 공간들이 생겨나며 그로 인해 힙스러운 공간들도 함께 생겨나는 듯 보였다. 그중 우리가 갔었던 '망중한 커피 앤 티'이라는 카페도 그러했고 다음날 아침에 갔던 브런치 카페 '레퓨지 앤드 스트랭스'도 그러했다. 언뜻 보기엔 서울 망원동에 온 느낌의 카페와 음식점들은 이제 공주라는 지역색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듯해 보였다.
이들의 입구. 너무 멀끔하고 세련된 곳들. 음식의 맛도 상향평준화 되어있었다. 물론 가격도 서울의 물가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알고 가시길..
드디어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부여까지 달려와서 먹었던 '시골통닭'. 바삭거리는 튀김과 사진엔 보이지 않은 모래주머니 튀김까지 무사히 끝장을 냈다. 서울에서 머지않은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한적함은 공주와 부여의 매력이며 이곳에서 나는 먹는 것에 또 진심이어서 내게는 이것이 참 중요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 오늘도 이를 위해 운동합시다! 다음 여행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