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동업을 누가 해? 그걸 제가 합니다

동업일기: 우정에서 동역으로

by Misu

돈이 얽히고 이윤이 얽히면,

가족 사이도 멀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관계를 온전히 지켜나가기 어려운 것이

‘동업’이다.


그런 길을 나는 왜, 어떻게 걷게 되었을까.

우려는 없었는지, 처음부터 괜찮았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웃음으로 시작한 인연 - 좋은 친구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새롭게 찾게 된 교회.
어느 공동체에서든 늘 앞자리와

리더의 역할이 익숙했던 나였기에,
비슷한 위치에 앉아 있던 그녀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예배 중에도 그녀는 유난히 돋보였다.
다수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신앙에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이름은 Stella.
어릴 적 내 태명이기도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외가 식구들은 여전히 나를 그렇게 부른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어린 미대생이었다.
양식과 일식, 미식을 좋아했고,

디저트에 진심이었으며,
빈티지하고 유쾌한 패턴의 원피스,

주얼리를 좋아했다.
취향도 감성도 이상하리만큼 나와 닮아 있었다.


웃음에 대한 기준이 유난히 낮은 우리였기에,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고,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2. 배울 수 있는 사람 - 좋은 선배


그녀는 나보다 어리지만,
신앙 안에서 좋은 선배가 돼주었다.


그녀는 좋은 신앙의 습관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교회 생활에 나름의 열심이 있었지만,
그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도 함께였다.
그에 반해 그녀의 열심은 진심 그 자체였다.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때 오는 순전한 기쁨.

그 기쁨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
그 이치를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열심은 진심이었다.

참 부러웠다.


교회에서 행정부장으로 일하던 그녀와 함께 하게 되며,
그녀가 교회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뭐 하나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늘 가장 좋은 것, 최선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


그녀와 대화하며, 함께 일하며, 배워나갔다.
교회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하나님과 어떻게 진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3. 자매라는 이름으로 - 가족보다 더 가까운


그렇게 친구가 된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었다.
나는 무남독녀 외동으로 자라 형제의 사랑을 모르지만,
그녀는 내게 ‘자매’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실감 나게 만든 사람이었다.


피붙이가 있다면 이런 마음일까 싶었다.
연인으로부터도 느끼기 힘든,

그 어떤 관계보다도 소중한 존재.
그녀는 어떤 내 오랜 인간관계보다도

가장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종종 우스갯소리로 “네가 남자였다면”,
“내게 남자 형제가 있었다면 너를 소개했을 텐데”라는 말을 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자매만 있다.)


늘 ‘일’이 먼저였고, ‘내가’ 먼저였던 나에게
누군가를 위하고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낯설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4. 같은 날, 같은 감동 - 베캅의 시작점


교회 행정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우리.
어쩌다 동업의 길까지 함께 걷게 되었을까?


앞선 이야기(Link)에서 말했듯,
그녀의 러브 스토리를 알고 있던 나로서는
베캅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그림에

그녀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그녀와 같은 '신부'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 날, 브런치 카페에서 서로 남긴 사진.


뮤즈에 대한 영감이 강하게 왔던 그날,
우리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근처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내가 받은 영감과 브랜드의 방향성,
그리고 그녀가 그 뮤즈가 되어줄 수 있을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놀랍게도, 그녀 또한 같은 날
찬양 가사 속 ‘백합’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도… 일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우리는, 그날, 그 자리에서
베캅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5. 꼭 맞는 퍼즐처럼 - 좋은 동업자


그녀는 미대 출신, 나는 경영학도 출신이다.
그녀는 FP, 나는 TJ.
참 다르지만, 그래서 더 잘 맞는다.


우리는 같은 그림을 보되,
그 안의 다른 조각을 맞춰간다.

마치 꼭 맞는 퍼즐과 같다.


같은 방향, 다른 부분. 꼭 맞는 퍼즐과 같이.


내가 놓치는 부분을 그녀가 채우고,
그녀가 보지 못하는 구석을 나는 들여다본다.


사실 모든 걸 통제하고 구조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상,
‘동업’은 그리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와는 어쩐지

잘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에 대한 신뢰, 존중이 있기 때문일 거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지금,
우리는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어져 가고 있다.




6. 그리고 동역자 - 일과 사명을 함께


우리는 동업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단지 '일'의 파트너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비전과 방향 안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꿈꾸고 있다.

우리에게 베캅은 그런 출발점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신앙을 살아내는 태도,

브랜드와 창작물 안에

그 가치를 함께 그려가고자 한다.


그렇기에 동업(同같을 동, 業업 업)이 아닌

동역(同같을 동, 役힘쓸 역)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여정을 걷게 될지 모르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함께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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