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할머니만 되고 마귀 할머니는 되지 말아야지
하지 마세요.
"손톱 뜯지 마세요"
한 아이의 말에 나의 행동이 멈춰졌다. 민망함이 잠시 밀려오고 나는 나도 뜯기가 싫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안 해야겠다 생각하고 안 해봐요"
라고 답하고 무심한 듯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안 해봐야지 다짐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려고 일거리를 찾아 일을 시작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진짜 안 한다고 생각하니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아까 그 아이가 다가와 말했다
"피가 나요"
안 하는 것으로 착각만 했다. 결국 대일밴드를 꺼내 붙였다. 아이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니깐 뜯지 말랬죠?!"
여전합니다.
어머니에 의하면 나는 어려서 엄지손가락을 시도 때도 없이 빨아대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못하게 막으면 숨어서라도 손가락을 빨았을 정도로 지독했다고 한다.
나는 어린애가 엄지 손가락 하나에 매달려 얼마나 살려고 쪽쪽 빨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졌다. 그 버릇은 어떻게 고쳐졌을까?
"자꾸 빨면 마귀 할머니가 된다고 했더니 어느 날 자다 일어나서 엉엉 울면서 나한테 '엄마! 나 마귀 할머니 됐어?'라면서 손을 보여주는 거야. 아니야 아가. 했더니 울음 끝도 마치지 못하고 자더라고 그러기를 며칠 반복하더니 글쎄 고쳤지 뭐야"
어찌 어린애한테 그런 불안감을 심어주셨소?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딸에게 엄마는
"야야~ 그런 소리 마. 손가락 빠는 버릇 안 고쳤으면 니 앞니 다 틀어졌어 이 사람아. 지금도 니 오른손 엄지손가락 봐라. 어려서 그 잠시 빨았다고 왼손 엄지랑 모양이 다르게 컸잖아."
그런데 엄마 없어진 줄 알았겠지만 손 빠는 버릇 대신 손톱 살을 뜯는 버릇이 새로 생겼고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이 버릇은 여전히 제 엄지 손가락을 괴롭히는 중입니다.
이것도 어머니의 불안 조성 요법으로 고칠 수 있을까요?
적당히 하자.
엄마와 트로트 방송을 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내 손을 툭 치며 말했다.
"몇 살이여?"
딸 나이를 몰라 묻나 어리둥절하게 보니. 엄마는 눈을 흘기며
"적당히 뜯어. 나중에 니 신랑이 보고 놀라 도망가."
내 손을 보고 도망가는 미래의 신랑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나는 결국 이 손가락 하나로 신랑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될 것이다. 너무 슬펐다. 역시 엄마의 불안 조성 요법인가 싶어 졌다.
그런데 티비를 보면서도 쉬지 않고 손톱 살을 뜯던 딸을 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마귀 할머니가 되었냐며 우는 어린 딸을 떠올린 건 아닐까. 아마 그때 엄마 나이가 지금 내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젊은 날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고 그제야 엄지손톱 뜯기를 멈췄다. 그리고 진짜 이제 줄여야겠다. 아니 의식적으로 고쳐야지 생각했다.
생각은 잠시, 어느 순간 또 뜯고 있었고 '결혼 안 하면 놀라 도망갈 신랑도 없으니 실컷 뜯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합리화하는 내 모습에 한숨이 났다.
그리고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나 마귀 할머니 됐어?
엄마는 웃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려주시기 시작했고 난 또 처음 듣는 것처럼 아이에게 불안감을 줬다며 툴툴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