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거절하기
스트레스가 심하게 계속되던 어느 날 귓가엔 삐익 소리가 하루 종일 울렸고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 먹고 천천히 죽어가는 일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 마침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짜증을 냈다.
"왜 스트레스를 받아? 안 받을라고 좀 해봐"
이상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엄마도 깔깔 웃었다.
그러다 "너는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말에 다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살 고 있으니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해하려고 좀 해보라고 말했다. 우울할 때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보는 건 내가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불쑥 화가 났다.
그리고는 엄마는 절대 이해 못 한다며 차갑게 말하고 끊어 버렸다.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히 집에 왔고 침대에 엎드려 눕자마자 울어버렸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워지고 있는 건 순전히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 나열하기도 숨차서 쇼미 역대 우승자를 모아 두고 릴레이로 랩으로 이어 빠르게 말하고 빠르게 말해도 방송시간 90분을 넘기고도 남을 텐데??? 왜 그게 내 탓인가!!!??? 나를 괴롭히는 그들의 탓이지!!!!!!!!
원망과 눈물이 섞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진정이 되었고, 진정을 하고 보니 웃음이 났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해 보라니....
참 우리 엄마다운 해결방법이다 싶어서였다.
스트레스는 3만 원 이상 받지 않기
기억 속 설움에 대하여
문득 엄마가 퉁퉁 부어 퇴근했던 날이 생각났다.
당시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빚던 어머니는 만두 빚기는 물론 서빙에 필요할 때는 계산까지 일분도 제대로 앉아 있을 시간 없이 일하시던 분이었다.
기억 속 그날 저녁, 엄마는 한 손에 만두가 4팩이나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와서는 누가 들어도 울먹이는 소리로 "만두 먹어라"라고 말하시며 만두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동생과 나는 앞다퉈 식탁에 앉아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었고 그 앞에 앉아 우리를 한참 웃으면서 보던 엄마 얼굴이 오묘했다.
고등학생이나 되는 큰 딸이 울었던 흔적을 몰랐을 리 없고 모른 체하며 먹기에 충실하는 와중에 유난히 눈치 없게 느껴지던 동생이 "엄마 울었어?"라고 물었다. 엄마는 웃으면서 "응. 울었어"라고 답했고 나는 눈치를 보다 "왜?"라고 물었다.
그제야 엄마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더니 "점심시간 지났는디, 보기에 대학생 같어~ 아무튼 대학생 같은 놈이 왔었는디, 고 시간이 한창 저녁에 팔 만두를 빚는 시간이란 말이여~ 그래서 바빠서 그놈이 시킨 만두 그릇을 놓는다고 한 게 좀 세게 놨다고 느꼈는지 '아줌마! 왜 그릇을 던져요! 에이 재수 없게!'라는겨 시퍼렇게 젊은 놈이!!! 그래서 안 던졌다고 하니까 던졌다면서 버럭버럭 승질을 내면서 달려드는겨!!!"라며 쉬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서럽냐... 눈물이 어찌 나야지 그래도 울 수 있어? 꾹 참다가 집에 올라오는디(우리 집은 언덕길이었다) 누가.... 오나 뒤돌아 확인하니 아무도 없어. 그래서 울어버렸지"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 대학생도 못 배운 애들 있어. 못 배워서 그래... 다음에는 그릇 던졌다고 하면 진짜 그릇을 던져버려"라며 화를 거들었고 엄마는 "야야~ 고놈도 점심시간 놓쳤을 만큼 먼 일로 스트레스받았는 갚지... 그래서 그랬겄지~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래도 엄마는 너네 먹는 거 보니까 스트레스 다 풀린다. 내 새끼들 먹일라고 내가 일하지 않그려?"라고 말하며 웃었다.
나는 엄마의 말이 맞다며 "그류"라고 대답하면서 만두를 먹었고 동생은 콜라가 집에 없다며 툴툴거리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 그리고 우리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같이 봤다.
울었던 얼굴로 웃던 엄마가 생각났고 오늘은 울었던 내가 그 마음이 되어 웃었다.
엄마가 내 마음을 이해 못 한 게 아니라
내가 엄마 마음을 이제야 안 것이다.
울어버리자.
'이 세상 사람 마음 다 똑같고 이해하려고 들면 이해 못 할 일이 어딨나'
엄마의 철학이 담긴 말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조금씩 세상을 이해해보고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연습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안되면 그냥 울자. 울어버리자고 결론지었다.
망원동 수도꼭지라고 불릴 만큼 눈물이 많은 편인 본인이므로 우는 것은 또 자신이 있는 분야가 아니던가. 꺼이꺼이 울기가 거의 여우주연상이므로 우는 걸로라도 대신하자. 그렇게라도 나의 감정을 정리하면 다시 이해할 시간이 생기겠지.
그래 안 되겠다 싶을 땐 울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