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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Aug 10. 2021

허무함.

낭비 앞에서 무색한 감정.

허무하다

1.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상태이다.

2.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하다.

3. 헛되거나 보잘 것 없다.


서른 즈음 앞머리 근처에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던 새치머리 금방 떠날 것처럼 하더니

제 놈의 뿌리를 단단히 박고는 원래 있었다는 듯 꽤 고집스러워졌다. 

조금만 방심하면 약 올리듯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서 복수하듯 하얀색 따발총을 난사했다. 덕분에 멀쩡하던 흑발들도 스러져 금세 희끗희끗해지기 일쑤였다.


원래는 새치머리 염색약으로 앞머리만 끊어 놓으면 되던 염색이 올해는 가르마를 타고 쭈욱 도망치듯 달리는 흰머리 때문에 점점 일이 됐다.

1제 2제 사이좋게 섞여있던 것들이 이제는 통이 좁아 짜증스럽기까지 해보일 정도.


이해하는 척하며 무심하게 툭툭 덜어 머리에 척척 바르고

물들여지기를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니 문득 허무하다.

흰머리 따위가 나의 주말의 끝자락을 붙잡고 허무함을 툭하고 건넨다.


이제는 그냥 흩뿌려진 것이 맞을 정도로 흰머리가 많아진 것도.

생각해보니 염색을 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도

염색의 유지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두 허무함의 이유였다.


한숨을 쉬고 나니 혼자 있는 집이 세상 더 적막하다.

이런 이유라면 나 홀로 허무함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미용실에 가서 남의 손에 내 흰머리를 맡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통장의 잔고가 짤랑거린다.

그냥 허무함을 느끼기로 한다.


4. 낭비 앞에서는 무색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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