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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Aug 15. 2021

외로움

귀신같이 빈틈을 파고드는 기술자

외롭

1.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당직 후 평소보다 늦은 귀가.

충동적으로 운동을 재끼기로 마음먹는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무의식적으로 만원의 행복 맥주를 바구니에 담고

안주는 나의 소울 안주 숏다리  개만 챙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티비 앞에 앉아 맥주를 딴다.

빈속에 마시니 속이 찌릿찌릿하다.

숏다리를 질겅질겅 씹어나 본다.

워낙 딱딱해 그냥 녹여 먹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보고 싶은 프로가 없다.

결국 100번을 봐왔는데도 질리지가 않는 해리포터 시리즈 한편을 골라 보기로 한다.

해리포터와 볼드모트,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최후 결전이 벌어지는 순간에

빈속에 마신 맥주 탓인지, 볼드모트의 민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퇴근하자마자 줄곧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인지

익숙한 서늘함이 가슴을 파고든다.

가슴 안 쪽의 공실, 까만 방에 외로움이 들어와 앉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자마자 운동을 간다.

운동 후에는 씻고 책을 읽거나

보고 싶었던 프로를 보다가 잠에 든다.

다시 아침이 되고 점심이 되고 저녁이 되고 밤이 된다.

매일을 정해진 시간대로

딴생각할 시간이 없어야 되는 사람처럼 산다.


그런데 외로움이란 놈은 당직인 오늘 하루 빈틈이 생긴 것을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알고 들어앉은 것일까

불청객 취급을 하며 내쫓아 보려고 하면 할수록

무거운 엉덩이로 버티며 일어나질 않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괜찮아질까 싶어

며칠을 무관심으로 일관해보았지만

떠날 생각이 없는 외로움.


내보내기를 포기한 어느 날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나는 누군가가 이렇게 그리운데

나를 그리워하는 이가 세상에 있기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 잠이 든다.


그와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웃는 꿈을 꾼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든다.

기분이 좋다.

갑자기 그의 눈빛이 변하고 얼굴이 뒤틀린다.

귓가에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울린다.


기싱꿍꼬또.


후... 정말 귀신같은 . 틈을 안 준다.


2. 귀신같이 빈틈을 파고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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