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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Jan 05. 2022

5. 나이와 몸무게는 숫자에 불과해

숫자 싸움에 놀아나지 말자.

새해가 밝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나이가 한 살 많아졌다고 운동을 게을리할 수 있겠습니까

새 다짐도 사치처럼 생각하고 늘 똑같은 자세와 마인드로 운동을 갑니다.


하지만 한 살 더 먹은 기분 탓인지 아니면 새해가 되어 먹은 떡국 탓인지

몸이 천근만근 합니다.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하긴, 이제 30대라고 하는 것보다 40대에 가까워졌다는 게 더 어울릴 나이이니

점점 나이 들어감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이 타령을 하면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다니고 있는 헬스클럽입니다.

'휴.. 나이 한 살 더 먹다니.. 이렇게 늙어지는구나'라는 말을 했다가는 아마 양쪽 삼두를 다 꼬집힘 당할지 모르겠습니다. 운동을 매일같이 나와서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저보다 연장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헬스클럽에 최고령자의 나이는 여든입니다. (사실 여든이 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쭤보면 여든이라고 하시는데 몇 년 동안 여든이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최고령자 한 분만 있으면 놀랄 일도 없습니다. 일흔이 넘 분들도 하나, 둘, 셋... 총 열 분 내외? 그리고 예순을 넘긴 분들도 꽤나 많습니다. 사실상 제가 막내였던 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제 밑에 예쁜 동생들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30대 초반인 건 비밀)

거기에 관장님도 일흔 앞까지 1년을 남겨두고 있고  에어로빅 선생님도 쉰이 넘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졌다고 몸을 사렸다가는 몸이 사리가 될지도 모르죠.


전에도 말했듯이 제가 운동하는 헬스클럽 자체도 연식이 꽤 됐습니다.

이 헬스클럽이 지금 이 장소에 문을 연 것이 1998년이라고 합니다. 20년이 넘었죠.

아마 제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1998년이 지나고 한참 뒤 태어났을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헬스클럽이 약간 올드한 매력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아직까지 다니고 있는 회원도 있습니다.

그분은 애들 학교 보내고 와서 운동하셨다고 했는데 큰 딸은 2년 전에 시집을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매일 운동을 2시간씩 하고 계십니다.

이런 숙연한 분위기다 보니 운동하는 데 꾀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운동을 다 마치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체중계 위로 올라갔습니다. ( 죄를 네가 알렸다)

사실은 연말부터 무던히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부터 먹었던 음식을 일렬종대로 쭈욱 나열하니 특가 세일 대기 줄보다 긴 것 같습니다. 수치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먹을 때는 그렇게 행복했으면 됐다 싶었는데 체중계 앞에서는 그때 그 행복이 유지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거울로 보는 내 얼굴에 복이 왜 이렇게 들어차 있는가 싶었는데

새해 덕담을 많이 들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새해에도 먹은 만큼 증량으로 이어지는 내 몸의 정직함에 몸 둘 바를 몰라하다 결국 몸무게에 연연하지 말라는 누가 뱉은지도 모르는 말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체중계에서 내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는 헬스클럽에서 어린 그룹에 들어가도 몸무게는 아마 최고 중량 그룹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미 늘어난 몸무게 어쩔 거야 싶은 마음에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한 삼일만 열심히 해 보자. 1킬로 늘어난 거 회복 금방 하지'

그래, 몸무게는 숫자에 불과하지.


오늘도 숫자 싸움에서 지지 않고 이기 운동을 합니다.

아니, 나이 한 살과 몸무게 1킬로를 동급이라 여기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숫자에 밀릴 수는 없지. 숫자에 불과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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