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말고 말대꾸해서 이겨낼 것.
두렵다.
1.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2.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한 지 4개월이 지났다.
뜻하지 않게 무계획으로 그만둔 터라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벗어났다는 생각에 후련했고 재충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여행도 가고 사람들도 만나고 수능 마친 고3처럼 놀았다.
억압에서 자유를 얻었지만 책임이 분명 뒤따랐다.
점점 줄어만가는 통장 잔고를 보니 책임이 더 무거웠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계를 위해 다시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직업 특성상 3월 새 학기 전에 취업을 하려면 1월부터 부지런히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 했다.
나를 뽑아 줄 만한 몇 곳을 골라 이력서를 제출하고 원하는 곳은 면접도 봤다.
잘 되지 않아도 쉬지 않고 또다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하지만 빨리 취업해서 안정을 찾겠다고 시작한 구직활동이 계속될수록 두려움이 커졌다.
나는 병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좋은 곳이 있을까? 아니, 내가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두려움에 가위에 눌리고 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현실과 꿈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액자식 구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꿈에서 깼는데 그것조차 꿈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보려 취업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곳으로 가면 되지"
"좋은 곳이 있을까?"
"그래도 전직장보다는 낫지 않을까?"
"더 심한데도 있다던데.."
"설마 그런데 또 걸리겠어?"
주변 사람들이 기대감을 심어주며 두려움이 있는 자리를 없애 보려고 해도
두려움은 뿌리를 박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두려움에 잠식당해 또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떠내려 가면 안 된다.
대책이 필요했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어떤 것이 좋을까?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말대꾸
나의 두려움의 근원, 희망을 짓밟은 그 말들...
그래서 나는 상처받은 말에 말대꾸를 해보기로 했다.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 "호봉 값 좀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Re. "제 호봉보다 훨씬 많이 받으시잖아요. 원장님도 교사들의 평가에 따라 호봉 받으실 수 있나요?"
반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거나 종종 운다면 "선생님 때문에 그런 거지 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Re.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거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는 하지 않으시나요?"
빨리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끊임없이 재촉받으면서는 "도대체 지가 하는 일이 뭔데?"라는 말도 들었다.
Re. "주어진 업무 외에도 해야 할 서류들이 많은데 효율적으로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휴가계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이렇게 휴가 많이 주는 데도 없는데 편하게 일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Re. "업무에 방해받지 않도록 한 달이나 미리 계획해서 신청하는 데 그게 어렵나요?"
종종 다른 교사와 비교당하며 "선생님은 윗사람을 모시는 태도가 부족해"라는 말도 들었다.
Re. "존경은 마음에서 나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존경이라는 게 생기지 않으니 행동이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하지 않고 참았던 말들이었는데 한번 해보니 어렵지도 않았다.
가스 라이팅 당하며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졌기 때문에 반박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는 것처럼 "나는 괜찮다" 그렇지 않은가?
나를 가스 라이팅 했던 사람에게 벗어나 이제 좀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그때의 그 고통으로 이제는 새로운 출발 앞에서도 두려움에 무너지고 있다니....
나는 괜찮으니까 두려움에도 무너지지 마!!! 나는 진짜 괜찮아.
"좋은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Re. "나는 좋은 사람. 좋은 곳에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았다."
3. 참지 말고 말대꾸해서 이겨낼 수 있는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