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인도인의 안식처
하늘과 강물이 하나되어 어둡다. 인도의 어머니 '갠지스강'으로 향하는 발길이 많아지고 동이 터오면 성스러운 강에서 몸을 씻고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 저 멀리 화장터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오늘도 또 한사람이 떠나고 더 나은 세상에서 태어나기 위해 물에 뿌려질 것이다. 보트를 타고 갠지스강으로 나아가 간절한 소망을 담아 꽃등잔을 띄워 보낸다.(글/ 사진 김미선 )
해가 뜨려면 1시간은 남았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바라나시 시장을 지나 갠지스 강가로 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고개를 기웃거려 보니 모두를 차를 마시고 있다. 인도인들은 전통차 Chaai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산 홍차에 우유, 설탕과 특유의 향료를 섞어 끓여서 걸러 마신다.
일회용 도자기 잔에 담겨있고 맛이 부드럽고 향료도 거부감이 일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다. 따끈하고 달콤한 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아직 어두운 갠지스 강가는 벌써 분주하다. 불빛에 노란 빛을 발하는 빈 보트들은 새벽잠을 깨고 서둘러 오고 있는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벌써 끝냈다. 강가를 침대삼아 밤을 지샌 거리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고 10살도 안된 한 남자 아이는 꽃등잔을 사라고 눈앞에 들이민다.
갠지스 강은 히말라야 신의 딸인 강(Ganga)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고, 힌두교를 종교로 가진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곳이며 어머니와 같은 곳이다. 그 강에서 몸을 씻으면 그동안 지은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죽어서 뼛가루를 뿌려 다음 생의 축복을 기원한다. 태어나서 바로, 아님 수학여행으로, 아님 결혼할 때, 아님 죽어서라도 그들의 생에 있어서 꼭 한번쯤은 다녀간다.
동이 트기 전부터, 갠지스강에 있는 인도인이나 관광객들 모두 부지런하다. 다른 사람 전혀 개의치 않고 신성한 마음으로 몸을 씻는 인도사람들도 보거나 강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관광객들은 어둠을 헤치고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간다. '스르륵 스르륵' 노젓는 소리가 요란하고 갈매기들도 잠에서 깨어나 강가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한다. 갠지스 강에 또 하루가 시작되는 해가 떠오른다. 해는 하늘과 강물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성스러운 분위기에서 기도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거의 노를 저어야 하는 보트이다. 모터로 하는 보트는 금지라고 하지만 터러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보트도 있다.
갠지스강의 아침은
보트를 타고 강 중심에 서니 강가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신성한 강물에 몸을 씻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강가에는 내려가서 목욕할 수 있도록 계단,가트(ghat)이 만들어져 있어서 위험하지 않다. 몸을 씻으면서 두손모아 기도하고, 물을 물병에 떠서 다시 부으면서 기도하기도 하고, 물을 마셔 입을 행궈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노란 금잔화 꿏을 한 바가지 뿌리기도 한다. 갠지스 강가에 있는 인도인들의 대다수가 먼곳으로 부터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강을 향해 오면서, 그리고 강물에 몸을 씻으면서 얼마나 행복한 마음일까
나무 장작이 잔뜩 쌓여있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장터가 보인다. 이미 끝나고 잔 연기만 피어오르는 곳도 있고, 화장을 하기전 나무를 쌓고 간단한 의식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대나무도 쌓아져 있다. 화장터에 오기까지 건물들이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차가 가까이 오지 못해 대나무로 얼기설기 짜서 시체를 얹어서 온다고 한다.
갠지스 강에 화장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눈에 보이는 곳에서 직접 나무를 쌓고 화장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눈앞에서 연기가 나고 있지만 실제로 아무 냄새를 맡지 못했다.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한다. 갠지스 강가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찾아와 머무는 사람도 있다. 보트에 묶여 강물에 떠있는 거무죽죽한 사람의 등을 보았고 소의 시체도 보았다. 일부러 강물에 수장을 하였는지 그 누군가 나쁜짓을 하고 그 곳에 묶어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맘이 애잔해지고 울적해진다.
우리가 보기에는 갠지스강의 물도 더럽고,서로 멀지 않은 곳에서 삶과 죽음이 같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것이 신성시 되는 곳이니 더러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나라도 약이 된다면 배설물도 먹지 않는가!
꽃등잔에 불을 붙이고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강물에 띄웠다. 둥둥 떠가는 꽃등잔을 보며 마음속의 간절한 기도를 했다.
지금쯤 그 등잔은 나의 소망을 담고 어디쯤 가 있을까!
동이 트고 나서 목욕하고 빨래해서 너느라 강가는 더욱 분주하다. 그들은 강에서 목욕, 빨래하고, 화장터도있고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통에 담아 떠다가 몸에 바르기도 하고 아프고 피곤할 때 강물을 마시면 좀 나아짐을 느낀다고 한다.
인도 여인의 전통옷 '사리'를 빨아 널어놓은 모습도 알록달록 바람에 흔들리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도 여인들의 사리를 입은 모습은 참 예쁘다. 피부가 까맣고 이목구비가 뚜렸하며, 사리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장신구를 화려하게 달아 멋을 낸다. 긴 천으로 된 사리를 하나 사볼까하고 입어봤는데 도저히 불편해서 못입을 것 같아 사지 않았다. 천의 길이가 7m이다. 세계 여러나라중에 전통의상을 아직도 가장 많이 입는 곳이 인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가에서 머리를 빡빡 깍고(면도기로 미는)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들의 아버지는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머리를 깍는 다고 말해주었다. 식구중에 죽은 사람이 있을 때 머리를 깍는 것은 그들의 관습이다. 인도인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70%정도는 포즈를 취해준다. 더러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순수하게 사진을 찍히고 싶어한다. 머리를 깍이는 아버지도,목욕을 하는 할아버지도,도를 닦고 있는 사두도 카메라에 응해주고 어린아이는 수줍은 듯 해맑은 미소도 지어준다.
갠지스강의 저녁은
바라나시는 갠지스강가있는 힌두교 성지이고 영국 통치시절에는 '나레스라' 불리웠다. 갠지스강을 가기 위해서는 바라나시 시장통을 지나야 한다. 아침 9시까지만 차가 다닐 수 있고 그 이후부터는 공무나 학교차외에는 다니지 못한다. 릭샤(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든 교통수단)를 타고 가본다. 사람, 릭샤, 자전거,소와 염소들과 상인들이 뒤얹혀 제대로 갈 수가 없다. 크략숀 소리는 요란하고 먼지는 뿌옇다. 그 복잡한 와중에도 누구하나 다치거나 부딪히는 일이 없이 천천히 가다보면 갠지스강가에 다다른다.
갠지스강에서 저녁을 기다리는 분위기는 평화스럽다. 아침에 비해 많이 한가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이다.
강가에 앉아 짜이(Chaai)도 마시고 강가를 둘러보며 갠지스 강의 힌두교 여신도 만난다. 인도인들의 갠지스강처럼, 나에게도 언제든지 찾아와 기도도 하고 평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참 마음이 행복하고 풍요롭겠다. 인도인들은 살면서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겐지스 강에 와서 몸 씻으며 기도하면 편안해 지는데.
그들의 욕심없고 종교를 향한 순수한 마음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갑자기 악기소리가 나고 결혼식 행렬이 나타난다. 성스러운 갠지스 강가에서 결혼하고 기도하는 것은 그들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결혼식이 진행중인 두 세커플이 더 보인다. 신부의 얼굴은 수줍은 듯 온통가려져 있고,신랑 신부의 옷이 묶여져 있는 모습이 흥미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저들의 집에서는 그날 저녁 성대한 결혼식이 이루어질 것이다. 신부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가 그 결혼식에 참여하고 싶어진다.
갠지스 강가에서는 매일 밤마다 힌두교 의식이 치뤄진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부터 힌두교 의식을 보기위한 사람들이 몰려들고,재단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의식에 필요한 용구를 준비하고 재단에 깔 빨간장미의 꽃잎을 딴다. 노란 금잔화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다음 전체에 반짝이를 뿌린다. 그리고 가장자리를 촛불로 밝힌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6시30분 정도부터 의식이 시작된다. 나이 많은 사두들이 의식을 거행할 줄 알았는데 젊디 젊은 '브라만'들이다. 정말 의외이다. 재단 뒤로 힌두교 신자들이 앉는 마루가 있는데 운좋게 그곳에 앉았다. 낮에 인도옷(판자비)하나씩 사 입어서인지 그곳에 앉게 허락해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진지함이 보였고 꽤 흥미롭기도 했다. 기구들이 동으로 되어있어서 꽤 무거워 보였지만 젊은 '브라만'들이 하니 든든해 보인다.
갠지스 강을 향해 치르는 정성스런 의식이 얼마나 경건하든지 나도 힌두교신자가 된 듯 내내 기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보는 인도인들도 모두들 기도하는 자세이고, 소들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의식을 지켜본다. 사람과 소가 같이 하나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인도에 와있구나 하고 느끼게 한다. 그렇게 의식은 1시간 정도 계속된다. 더 감동적인 것은 이렇게 정성스럽게 재단을 마련하고 의식을 치루는 일이 매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매일.
갠지스 강은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삶의 시작이며 마지막이 되는 장소이다. 어떠한 큰 죄를 짓더라도 갠지스강에 와서 다 씻을 수 있다고 하니 모든 자식을 품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종교가 곧 삶이 되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감동스럽다. 급할 것도 없고 안달복달 한 것도 없다. 그냥 자연과 함께 살면 되는 것이다. 인간도 자연이고 살아가는 일도, 죽는 것도 자연의 이치이니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것이 세상의 순리이다 . 힌두교 의식도 매일밤 정성스럽게 이루어지고 참여하는 인도인들 대부분이 거의 먼곳에서 찾아온다고 하니 놀랍다. 그중에는 일생동안 벼르고 벼르다 난생처음 갠지스강의 힌두교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종교를 향한 그들의 마음이 존경스럽다. 갠지스강이 더 이상 오염되지 않고 영원한 인도인의 안식처로 남아 주기를 바란다.
*용어Tip
-Chaai: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든 인도의 전통차
-브라만:카스트제도의 가장 높은 성직자 계층(인도 카스트 제도 계급: 1,브라만-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람 성직자, 선생등 2, 크샤트리아- 정치를 맡은 왕이나 귀족, 3,바이샤- 생산활동을 하는 농민등 4, 수드라- 천한 계급 노예, 노비)
-판자비: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상의(거의 원피스 길이)로된 인도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