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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기

​​마이산 탑사,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

by 여행작가 히랑


마이산 탑사,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

진안 마이산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중국 장가계나 베트남 하롱베이 같이 뾰죽하게 솟은 저런 산이 있었나? 귀엽고 신기한 마이산에 드디어 가까이 가볼 기회가 왔다. 때마침 벚꽃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하니 이보다 기쁠 수 없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마이산 탑사까지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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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산신 부부가 죄를 지어 하늘에서 쫓겨났다. 천신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속죄의 시간을 갖도록 벌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부부가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남편은 사람들 눈에 띄면 부정을 타니 한밤중에 가자고 했지만, 부인은 한밤중은 무섭다면서 잠을 자고 새벽 일찍 가자고 했다. 이튿날 새벽 산신 부부는 하늘로 오르려는 시도를 했고, 산은 하늘을 향해 쑥쑥 솟아올랐다. 그때 아랫마을에 사는 아낙네가 정화수를 뜨려고 우물을 찾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에 부정을 탄 산신 부부는 그 자리에서 굳어 ‘암수 마이봉’이 되었다고 한다.

마이산에 전해져 내려오는 암·수 마이봉이 된 산신 부부에 얽힌 이야기이다. 내려오는 전설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재밌고 신기하다. 마이산의 볼록 올라온 두개의 봉우리가 참 귀엽다.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마 : 馬, 이 : 耳)를 닮았다해서 마이산이라고 부르며 조선 태종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위치한 봉우리로, 동쪽은 수마이봉, 서쪽은 암마이봉이라고 한다.
숫마이봉은 산정이 날카롭고 사람이 등반 할 수 없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반면, 암마이봉은 비록 급경사이긴 하지만 소로가 만들어져 일반인도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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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숫마이봉 기슭의 숲속에는 은수사(銀水寺)라는 절이 있고, 그 밑에는 신기한 돌탑들이 있는 마이산 탑사가 있다. 남부주차장에서 탑사까지는 1.9km로 30분 정도 걸어들어가며 벚꽃길로 유명하다. 진안이 고원이라 돼지고기가 맛있다더니 입구에 들어서니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벚꽃길을 걸어들어간다. 마이산은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벚꽃이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피는 지역 중 하나다. 서울 윤중로에 꽃이 질 때 즈음 벚꽃이 절정을 향한다.

탑영제와 마이산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탑영제는 마이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로 마이산의 봉우리가 거울처럼 비춰지며 4월 말인데도 벚꽃이 한창 만발해 있다. 바람에 꽃잎이 흩날린다. 매해 오는 봄인데 어찌 그리 매번 신비롭고 예쁜지...... 탑사로 들어가는 길은 예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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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사에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석을 그대로 사용해 만든 80여개의 석탑들이 볼만하다. 석탑군은 1,880년경부터 탑사의 창조주 이갑룡 처사께서 30여년에 걸쳐 축조하였고 당시에는 120기였는데 현재는 80기만 남은 상태이다. 석탑은 천지탑, 오방탑, 약사탑,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 등 제각각의 이름과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쌓아올린 지 100여 년이 지났으나, 강한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아 더욱 신비감을 주며 중생들을 구제하고 만인들의 죄를 속죄한다는 뜻으로 만불탑이라고도 한다. 겨울철엔 돌탑 단에 정화수를 올려놓으면 역고드름이 하늘로 향해 자라는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웅전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왼쪽 절벽에는 35년생 커다란 능소화가 자라고 있고 7-8월에 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석탑군중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탑은 약사탑으로, 육체로부터 오는 모든 질병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탑이라고 합니다. 대웅전 뒤쪽으로 높게 솟아 있는 두개의 탑은 천지탑이며 이갑룡처사가 만 3년의 고행끝에 완성시킨 탑이다.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타원형으로 돌리면서 쌓았다고 한다. 마이산 탑사는 전국 명산 중 기가 센 곳이며 그 중 천지탑은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여기에서 기도를 하게 되면 누구든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소원성취탑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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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의 암봉들 사면에는 울퉁불퉁 구멍이 나있는 타포니를 볼 수 있으며,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보이는 풍경도 달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봄에는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안개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쌍돛배를 닮았다 해서 돛대봉이라 하고, 여름에는 용의 뿔과 같다해서 용각봉, 가을엔 말의 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마이봉, 겨울엔 먹물을 찍은 붓과 같다해서 문필봉이라 부른다.

숫마이봉과 탑에 가까이 가보면 수많은 자갈과 모래가 얽히고 설킨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역암 이외에는 흙 한줌 찾아볼 수 없는 마이산은 거대한 천연 콘크리트 형상이다. 보이는 작은 돌들은 대개 둥근 모양으로 마이산 지역이 과거 호수나 강가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마이산은 중생대 백악기 말, 진안분지에서 형성된 퇴적암이 오랜 세월에 걸쳐 융기와 침강을 반복하면서 차별침식을 받아 지표에 노출된 것이다.

마이산 탑사는 짧은 코스지만 맛있고, 재밌고, 예쁘고, 신비롭다. 입구부터 코를 자극하는 숯불구이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인삼튀김이나 직접 만들고 있는 유과도 발길을 붙잡는다. 맛있는 유혹을 뿌리치고 걷다가 만나는 탑영제는 마이산과 벚꽃길을 온전히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람에 한잎씩 흩날리는 벚꽃잎을 긁어모아 높이 날리니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즐거워진다.

눈 앞에 턱 버티고 있는 마이산과 탑 들은 신기하고 신비로워 염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천지탑 앞에서 소원을 빌어서인지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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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구이 갈비와 나물이 맛있는 곳: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남로 213 tel 063 432 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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