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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기

(제주도/올레길6코스) 올레길, 걸을수록 행복해진다

by 여행작가 히랑

나의 첫걸음

올레길 6코스에서 만난 행복


나른한 봄바람에 노란 유채꽃이 산들거리는 제주가 나를 부른다. 그래, 제주를 그렇게 보고 싶었다. 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길로 걷고 가끔씩 해변에서 모래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바다를 보며 산길도 걸어서 동그란 제주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얼마를 걸리더라도 걸어서 제주를 한바퀴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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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걷는 올레길 6코스를 선택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을 수 있는 서귀포를 바다와 가장 가깝게 걷는 코스이다. 가장 인상적이 모습이 에머랄드 바다와 접하고 있는 주상절리이다. 삼각형이나 육각형이 기둥들이 서로서로 의지하며 붙어서 바닷물 세레를 매일 받고 있다. 예쁜 기둥들은 바다와 함께 조금씩 모양을 달리해가며 긴세월을 그렇게 버티고 있다. 주상절리는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외암 등에서 생긴다.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이런 지형에서 형성된 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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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제지기오름- 보목포구- 구두미포구- 보목하수처리장- 검은여- 제주올레사무국- 정방폭포- 이중섭거주지-(A,B로 나뉘어진다)

A. 서귀포 올레시장-시공원-삼매봉-외돌개

B. 서귀포항- 천지연폭포입구- 생태연못- 삼매봉-외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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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도착한 날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다녀온 후 바로 쇠소깍으로 와서 하루를 묵었다. 쇠소깍!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이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에 흐르는 효돈천 하구로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쇠소깍은 제주도 방언으로 쇠는 효돈마을, 소는 연못, 각은 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울창한 나무와 검은 현무암사이에 짙푸른 물이 바다로 흐르고 있으며 신선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투명카약'을 타고 쇠소깍 곳곳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쇠소깍 입장료 없고 투명카약 성인 1인 10,000원 2인 14,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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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기 오름을 오르며 본 모습이다. 육지에서 볼 수없는 제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야자수이다. 숲을 이루고 있어서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런 이국적인 분위기가 제주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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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눈을 돌리니 바위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쉴새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간세 걸음으로 걷다보면 솟아 오른 까만 현무암들은 노란 유채꽃과 어울려 더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섶섬(숲섬, 삼도)이 보인다. 숲으로 이루어져서 숲섬인가. 걸으며 이 아름다운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발걸음 하나하나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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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가장 반가운 놈들이다. 파랑과 주황의 예쁜띠가 바람에 팔랑팔랑 거리면 마음은 금새 평온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올레길을 잘 걷고 있다는 표시이다. 갈림길이 있거나 에매한 곳에 '간세'가 서있다. 간세의 머리방향으로 가면 된다. 울타리나 길에 화살표 표시도 있다. 진행방향을 알려주며 주황색은 역방향의 올레길 진행방향임을 알려준다. 이러한 모든 재료들이 친환경 소재이다. 리본은 면, 간세는 썩는 프라스틱, 화살표는 나무로 되어있어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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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할머니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다. 곳곳에 해녀들의 옷 갈아입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 옷 갈아 입은 후 무거운 장비를 들고 한참을 걸어가서 바다로 들어갔다. 그동안 오래 해 오셨으니까 하지 굉장히 힘든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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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 포구를 지난다. 멀리서 보면 거북이 머리를 닮았다 하여 '구두미'라고 한다.

잠시 앉고 싶다고 느낄 때 쯤 검은여 쉼터를 만났다. 검은여에서 '여'란 물속에 잠겨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바다는 온통 검은 바위들을 담고 있다가 예쁜 바위들만 물위로 보여주며 올레꾼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쉼터에 앉아 막걸리나 커피를 마시며 검은여를 감상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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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방 폭포이다. 작고 앙증맞지만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바위에 앉아 사진 찍으며 한참을 머물며 물에 발도 담귔다. 물방울이 쉴새없이 머리와 옷을 아주 잔잔하게 적셨다. 무섭게 흘러내려 가까이 갈 수 없는 큰 폭포보다 나의 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해서 나의 것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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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이 제철이다. 한잎 베어 물고 싶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거부할 수 없는 제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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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주상절리를 만났다. 자연의 힘을 위대하다. 사람이 만들었다면 거대하고 정교한 조각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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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머리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단단하고 싱싱해 보이고 바다와 서로 어우러져 장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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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사무국에 도착하니 나무로 만든 간세가 맞이해 준다. 6코스를 걸었다는 스템프를 찍을 수 있다. 간세는 제주 올레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다.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인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올레길을 제대로 즐길려면 제주의 초원을 꼬닥꼬닥(느릿느릿) 걸어가는 간세처럼 놀멍쉬멍 간세다리로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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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천이나 짜투리 천으로 마스코트 '간세'를 만들어 팔고 있다. 목에 할 수 있는 멀티스카프도 보인다. 수익금은 올레길 관리에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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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며 한편으로 보이는 출렁이는 바다도 보고 또 다른편올 제주의 풍경도 본다. 그러다 힘이 들면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그늘진 정자에 잠시 누워보자. 깜빡 잠이 들어도 좋다. 감미로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간지럽힐 때 눈을 떠보자. 나른한 행복이 밀려온다. 혼자여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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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이다. 그 전 제주여행시에 많이 와 보았기 때문에 입장을 하지는 않았다. 멀리서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25년전에 보았던 모습과 한결같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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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 전시관이다. 진시황으 사자인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산(한라산)을 찾아 항해하였다. 영주산의 제 일경인 정방폭포 해안에 닻을 내리고 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한 후 서쪽으로 돌아갔다. 서불이 돌아가면서 '서불과지'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는데 '서귀포'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한다는 얘기가 있다. 서복전시관은 이러한 자료를 수집해 전시한 곳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한번 둘러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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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항 바로 앞에 조도로 가는 다리이다. 이 섬에는 옛부터 초가지붕을 잇는 새(띠)가 많아 '새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라산이 화산폭발하면서 봉우리가 꺾이어 이 곳으로 날아와 섬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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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섬을 한바퀴 천천히 돌았다. 전체 모양은 사각형 마름모 꼴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보안등 소등을 하므로 9시40분 이후에는 들어갈 수 없다. 섬이 크지 않으므로 15-20분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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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연 폭포의 웅장한 모습이다. 올레길 걷는 데 주력하기 위해 당연히 들어가지는 않았다. 신혼여행 때 폭포앞에 앉아 둘이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최근까지 집에 장식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 지 모르겠다. 25살이던 그때의 사진을 보며 난 항상 그때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왜 나이가 먹어가도 마음은 나이가 먹어가지 않는지...... 왜 많은 것들이 포기가 되지 않는지...... 이것도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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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걸을 때 심심치 않아서 좋다. '아 저길로 가고 싶다' 하고 생각하면 주황색 파랑색 리본은 그곳에서 팔랑팔랑 흔들거리며 손짓하고 있다. 걷다가 시도 읽고 쉼터에서 막걸리도 한잔하거나 커피도 한잔하며 그렇게 올레꾼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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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6코스의 끝자락에 왔다. 외돌개이다. 높이 20m로 삼매산 남쪽기슭 바다에 우뚝 솟아있다. 150만년전 화산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때 생긴 바위섬으로 꼭대기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외돌개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 보인다. 좀 외로워 보이지만 항상 그렇게 오랜세월동안 바다에 서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외돌개가 고마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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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6코스를 대장금이 되어 마무리를 한다. 대장금 촬영장소이다. 장금이를 친딸처럼 아껴주던 스승인 한상궁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가던 중 장금의 등에 업혀 죽음을 맞이 하는 장면이 촬영되었던 곳이다.


올레길을 하루에 1코스만 걷는 게 가장 적당한 것 같다. 놀면서 쉬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군것질도 하면서. 걸으면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으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한없이 선사하는 제주도가 고맙다. 다음에 걸을 10코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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