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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기

김제에서 지평선 축제가 열려요.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by 여행작가 히랑

김제에서 지평선 축제가 열려요.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평야가 넓게 펼쳐진 곳이라는 얘기다.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중심에 있는 곳으로 물, 공기, 토양이 좋아 쌀이 맛있기로 유명하며,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주요한 수탈지가 되기도 하였다.

김제! 김제! 하다 보니 벽골제가 입에 붙어 나온다. 맞다. 국사 시간에 우리나라 최조 저수지 중의 하나인 김제 벽골제를 외우곤 했었다.

벽골제(사적 제111호)는 백제 비류왕 27년에 축조되어 제방길이 3.3km, 저수지 둘레 40km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고, 최대 규모였다. 넓은 평야 구석구석으로 물을 공급했던 삼한 시대 저수지 벽골제 일원에서 매해 지평선 축제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로 조심스럽던 지난 2년은 온라인으로 축제가 진행되었고 올해는 2022년 9월 29- 10월 3일 까지, 3년 만에 밝은 태양 아래 넓은 평야에서 지평선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벽골제에 들어서니 물이 넘실거리는 저수지 대신 '벽골지문'이라 쓰여있는 대문이 먼저 맞이한다. 민속놀이 체험마당, 짚풀공예 전시, 체험장과 농경사 주제관을 지나니 넓은 잔디밭 위에 마주 보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커다란 용 두 마리가 보인다.

저수지 제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백룡과 훼손하고자 하는 청룡이 살았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대나무로 만든 엄청난 크기의 쌍용이 바로 날아올라 대결할 듯이 마주하고 있다.

제방에 올라서니 저수지 대신 알록달록 코스모스 밭과 넓은 논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벽골제는 통일신라 원성왕 6년(790)과 고려 현종 및 인종 때 고쳐 쌓은 후, 조선 태종 15년(1415)에 중수하였으나 세종 2년(1420)에 심한 폭우로 유실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동진수리조합이 설립되고 벽골제를 운암제 설치에 따른 김제 간선수로로 개조함으로써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삼한시대 3대 저수지 중 하나인 제천의 의림지처럼 벽골제도 작은 저수지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IMG_2865.JPG 벽골제 쌍용

제방을 따라 걷다가 과거의 수문이었던 '장생거'가 보인다. 과거에 벽골제에 5개의 수문(수여거, 장생거, 중심 거, 경장거, 유통거)이 있었는데 현재 장생거와 경장거가 남아있다. 복원된 장생거를 보며 저수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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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과 장생거(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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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골제 중심으로 열리는 김제 지평선 축제는 농경문화 축제이다. 전통놀이, 쌀 요리 체험, 콘서트는 물론 드론판타지 쇼와 블랙이글스 에어쇼까지 열릴 예정이다. 황금빛 들판에서 가을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김제 지평선 축제는 디지털 시대에 피로해진 우리에게 아날로그적인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아리랑 문학마을

'징게맹갱외에밋들'

'징게'는 김제, '맹갱'은 만경, '외에밋들'은 너른 들을 뜻한다. 우리나라 대표 곡창지대인 김제 만경평야의 옛말이다. 아리랑 문학마을은 일제강점기 '수탈당한 땅과 뿌리 뽑힌 민초들'이 민족의 수난과 투쟁을 대변하는 소설 아리랑의 배경을 재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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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관에는 소설 아리랑 줄거리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곡식과 토지를 수탈하기 위한 기관이었던 면사무소, 주재소, 우체국, 정미소 등이 재현되어 있다. 하얀 옷을 입고 곳곳에 서있는 일본인이나 친일파 조각상을 보니 진저리가 쳐진다. 쌀 속의 돌을 고르는 미선소 그림이 눈에 띈다. 배고픔에 굶주리며 쌀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다간 친일파 남성 관리에게 온몸 수색을 당하며 성착취와 성폭행도 자행되었고, 품삯도 받지 못한 건 물론 더 이상 일을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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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 미선소, 상자고문실

내촌․외리마을, 이민자가옥, 하얼빈역사 등이 있는데 하얼빈 역은 안중근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식민지 침탈의 부당함을 만방에 알린 항쟁의 상징공간이며 1910년경 실존 건물을 토대로 60% 정도로 축소 복원되어 있다. 안중근 의사가 저격하는 장면이 재현되어 있어 더욱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KakaoTalk_20220918_000003869_06.jpg 하얼빈역

금산교회, 금산사, 수류성당


우리나라 세 종교시설을 한꺼번에 방문해보기는 처음이다. 김제에서는 모두 놓칠 수 없는 곳이기에 발길을 재촉해본다.

금산교회는 1908년에 세워진 한옥 교회이며 익산 두동교회와 함께 'ㄱ'자로 지어진 교회이다. 'ㄱ'자 구조인 이유는 그 당시에 남녀를 구별하던 유교적 관습 때문에 예배시간에 서로 바라보지 못하게 따로 앉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유교 문화를 수용하면서 교회의 본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이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한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교회가 지어질 수 있었다. 내부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천장에 적힌 붓글씨가 한자로 적힌 곳은 남자 공간, 한글로 적힌 곳은 여자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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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교회와 내부

부자 조덕삼과 그의 머슴 이자익의 훈훈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조덕삼과 이자익은 함께 장로 후보로 나가 머슴 이자익이 선출되었고 조덕삼은 흔쾌히 받아들이고 장로 대우를 해주었다. 이자익은 신학교까지 다닌 후 담임목사도 맡았다. 훈훈한 맘을 가지고 금산사로 향한다.


김제 모악산에 있는 금산사는 국보를 보유하고 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했던 미륵신앙을 대표하는 사찰로 미륵불을 모셨던 장륙전(금당)이 국보이며,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 미륵전 마당에 목탑이었던 대광전 등 많은 전각들이 있다. 육각다층석탑, 석연대, 금강계단, 석등 등 총 9점의 보물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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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는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에 의해 현재와 같은 사찰을 갖추었고 후백제의 왕 견훤이 아들 신검에게 유배되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금산사 마당 중앙에 서면 국보와 보물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멋진 모습이다. 삼국시대 이래로 대형 사찰이 유지된 것은 농업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호남평야의 경제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배롱나무들이 소담스럽게 서있는데 꽃이 만발할 때 찾으면 더욱 멋진 모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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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수류성당은 1895년 배재성당에서 시작된다. 라크루 신부가 본당을 배재에서 수류로 옮겨 수류성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전쟁 때 성당이 전소되고 1959년에 다시 지은 모습이다. 당시 인민군이 신자들을 몰살하고자 방화하였고 다행히 많은 신자들이 빠져나왔지만 50여 명이 체포되어 순교당했다. 휴전 후 신자들은 모래와 자갈로 벽돌을 만들어 성당을 다시 지었다. 현재 200여 명의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어 신앙생활을 하며 옛 교우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을 지켜보고 있는 성당, 예수상과 성모상을 보니 맘이 편안하다. 교우들이 손수 지은 성당은 아담하고 탄탄해 보이며, 지금도 미사 30분 전에 성당 앞에 서있는 든든한 종을 직접 쳐서 알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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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김제 가볼 만한 곳으로 망해사(일몰 명소), 만경능제 저수지, 미즈노씨 트리하우스(카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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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일몰 명소), 만경능제 저수지, 미즈노씨 트리하우스(카페)


* 2022 제24회 김제지평선축제

축제기간 : 2022년 9월29일(일)~10월3일(일)

장소 : 전북 김제시 일원(벽골제 중심), 온라인 동시진행

입장요금 : 무료

시간 : 09:00~23:00

문의전화 : 063-540-3035~3038

홈페이지: (http://festival.gimje.go.kr/)

* 숙박: 김제 벽골제 전통가옥(전라북도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로 442, 010 6669 9030))

* 추천맛집

- 김제 바다횟집::전북김제시 진봉면 심포6길 149 063-543-6529

- 원조 시골집: 김제시 글산면 원평로 17 063-545-0666

- 지평선 한우명물관: 김제시 부량명 신용리 244-1 063-548-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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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바다횟집,원조시골집 순대국, 지평선한우명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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