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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Jan 29. 2024

남프랑스 아를,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

랑그루아다리, 밤의카페테라스

 남프랑스 아를,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

-랑그루아다리, 밤의카페테라스,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953-1890)를 만나러 간다.  그가 행복했고, 괴로웠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생폴드방스는 샤갈, 니스는 마티스, 엑상프로방스는 세잔이 사랑한 도시라면 아를(Arles)은 반 고흐의 도시이다. 여행인문학을 강의하면서 강의 자료로 활용하는데 가보지 못한 곳이라 항상 꺼림칙했던 곳, 바로 아를이다.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 자신 있게 강의할 수 있겠노라.

 아를은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인이 세운 도시로 고대 로마 시대에 크게 번성했고 현재도 많은 로마 유적들이 남아있다. 고흐는 Paris에서 화가로서 2년을 보내고 남프랑스 아를로 내려간다. 고흐가 16개월 동안 머물며 300여 점의 걸작을 남긴 곳이어서 세계인의 발길로 늘 붐빈다. 고향 네덜란드와 파리의 우중충한 겨울과는 달리 남프랑스의 눈 부신 햇살과 파란 하늘 아래 만물이 발산하는 선명한 색감에 고흐는 황홀함을 느낀다. 동생 테오에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여기서 나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이런 행운을 누려본 적이 없다.’라고 편지를 보냈고 행복해하며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린다. 

랑그루아 다리

 아를에 도착해 랑그루아 다리(Ponte de Langlois)로 먼저 갔다. 시내에서 먼 곳에 있어서 자칫 빠트릴 수 있어서이다. 랑그루아 다리는 아를 남쪽 운하에 나무로 만들어진 도개교인데 고흐 작품 속 장소이고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 뭔가가 전혀 나올 것 같지 않은 길인데 내비게이션을 믿고 가니 정말 다리가 보인다. 고흐 작품 <랑그루아 다리>는 아를에 처음 와서 희망에 차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짙푸른 물 위에 노란 다리와 초록 언덕 옆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고흐 그림 속의 화려한 모습을 기대했던 탓인지 실제로는 낡아서 초라해 보인다. 그래도 지금까지 다리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유럽 도시에서 안부 인사하듯이 들르는 곳이 성당이다. 아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생 트로핌 성당은 수호성인 생 트로핌을 기리기 위해 11세기에 세워진 성당이다. 중세시대 건축물로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정문 위 반원 안에 새겨진 조각이 오랜 세월을 담고 있으며 굉장히 섬세하다. 성당 내부는 석재 구조로 두꺼운 벽 좁고 높은 아치와 튼튼한 기둥들이 있어 육중한 느낌을 주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리스도 수난과 부활, 생 트로핌 전설에 대한 장식과 정교한 조각들이 볼 만하다.


생 트로핌 성당

 

고흐 작품 속 장소로 가는 발길이 빨라진다. 거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너무 좋다. 고흐 작품 <밤의 카페테라스, 1888>는 포룸광장에 있는 카페의 야경인데, 현재도 영업 중인 ‘카페 반 고흐(Cafe Van Gogh)’이다. 노란색 벽과 천장이 고흐 그림 속 모습과 비슷해서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원래는 카페는 노란빛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흐는 가스등 불빛에 의해 노랗게 보이는 카페, 짙푸른 밤하늘과 별을 그렸다. 노랑과 진한 파랑으로 대비시켰고 밤하늘의 커다란 별은 고흐가 아를의 밤을 사랑하고 행복했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고흐의 작품대로 카페를 복원해 놓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작품이 현실화된 것이다. 

 ‘카페 반 고흐’ 앞이 북적댄다.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지만, 맛이 없다는 소문이 있어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려고 앉았으나 웨이터가 오질 않는다. 커피만 주문하려는 걸 눈치챈 듯하다. 빈자리에 앉아 사진만 실컷 찍고 나왔다.

 랑그루아 다리도 잘 보존되어 있고 <밤의 카페테라스> 배경이 되는 카페도 노란색으로 단장해 놓아 여행자들이 작품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고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함이 있어서 아를 여행이 더 즐겁다.

카페 반 고흐 <밤의 카페 테라스>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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