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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Feb 16. 2024

마네와 드가전, 오르세 미술관 초, 초특별 기획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뉴욕 MET의 협업

 마네와 드가전, 오르세 미술관 초, 초특별 기획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뉴욕 MET의 협업


파리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남프랑스 여행 후 기차 날짜 때문에 파리에서 2일 동안 보낼 수 있게 됐다. 남프랑스 여행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파리에서 여러 차례 머물며 혼자 실컷 다녀본 적이 있어서 아웃렛이나 다녀오고 주변 산책하려고 했다. 

 ‘그래도 파리인데….’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니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이다. 미술 전공하면서 가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듯했다.


 오르세 미술관에 갈 때마다 입장줄이 길었던 생각이 나서 10시 전에 서둘러 갔다. 바로 입장. 

대박! 세상에나~

 마네/드가전( 2023, 3, 28-7, 23) 열리고 있다. 그것도 마지막 날.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서로 협력해 파리와 뉴욕에서 열리는 귀한 전시회이다. 전 세계에서 온 마네와 드가의 유화, 판화, 파스텔과 드로잉 등 160여 점을 보여준다. 두 살 차이인 두 화가의 우정과 결별에 집중한 전시회이며, 두 화가의 작품에서 우정, 경쟁심, 질투 부러움, 집착 등을 엿볼 수 있다.

마네와 드가

 

 마네와 드가는 파리의 부르주아 출신 화가로 파리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공통점이 있다. 마네는 사교적이고 말이 많은 편이며 드가는 외골수적이고 예민한 성격이다. 마네는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로 전환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는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으로 엄청난 비난과 집중을 받았고 젊은 화가들을 불러 모아 그들이 인상주의를 이끌었다. 마네는 인상주의 전시회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고, 드가는  인상주의로 분류되나 야외 풍경을 그리진 않고 발레리나와 경주마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마네 '발코니'와 드가 "벨렐리 가족'

 1861년경, 마네 30세, 드가 28세 때 루브르에서 만나 친하게 되었다. 서로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같은 모델이나 비슷한 구도로 그리기도 했다. 

에두아르 마네, '발코니'(1868~1869)와 에드가 드가, '벨렐리 가족'(1858~1869)은 구도가 비슷하다. 둘 다 삼각형 구도지만 인물 표정이나 분위기는 굉장히 다르다. '발코니'는 마네가 1869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하기 위해 그렸으며 3명의 선명한 인물은 모두 마네의 친구들이고 각기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벨렐리 가족'은드가가 평생 독신을 고집한 탓인지 작품 속에서 가족간의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진 않는다.

마네와 마네 부인, 드가aㅕ

두 화가의 관계는 드가가 마네에게 ‘마네와 마네 부인(1869)’을 그려 준 후 우정에 금이 갔다. 마네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있고 부인 쉬잔이 피아노 치고 있는 모습이다. 마네는 그 작품을 보자마자 쉰잔 얼굴을 포함해 1/3을 도려내어 버린다. 드가는 말없이 그 자리에서 나왔고 둘 사이는 나빠진다. 마네가 무엇이 맘에 안 들었는지 모르지만 화가가 보는 앞에서 작품을 훼손하는 일은 모욕적인 행동인 것 같다.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낸 후 고갱은 떠나고 고흐는 발작을 일으켜 귀를 자른 사건이 생각난다. 그림 안에 부러움, 경쟁심, 조롱 등 상대에 대한 감정을 담아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마네 '자두'와 드가 '압생트'

두 화가가 결별한 이후에도 서로를 굉장히 신경 쓴 게 작품에서 나타난다. 마네의 ‘자두’(1877)와 드가의 ‘압생트’(1875-1876)는 모두 매춘부가 모델이다. <자두>에서 소녀는 밝고 화사하며 생기가 가득한 얼굴이나 <압생트>는 체념한 듯한 침울한 표정이며 옆의 남자에 의해 분위기는 더 가라앉는다. 마네 ‘욕조(1878)’와 드가 ‘욕조(1886)’는 제목과 파스텔화인 점이 같지만, 표현기법은 각자 특징이 돋보인다. 작품에서 화가의 성격과 욕망이 드러나는 게 신기하고 기법의 차이를 느끼며 보는 재미가 좋다. 

마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마네 

“He was greater than we thought.” 마네 장례식에 가서 드가가 한 말이다. 

작품 완성 시기를 보면 드가 ‘욕조’는 마네 사후에 그렸다. 마네 작품을 사서 80여 점이나 소장했고 ‘마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 조각조각 팔리자 사들여 하나의 작품으로 붙이려 노력했다. 드가가 마네를 존경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마네와 드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 특히 마네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올랭피아, 에밀졸라의 초상 등을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었다. 에밀졸라는 1866년 마네의 올랭피아가 낙선되고 나서 지지 글을 실어주었고 감사의 표시로 에밀졸라 초상화를 그렸다. 이 작품은 1868년 살롱전에 입선한다.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실물을 보다니 대박
올랭피아, 마네                                                                               에밀졸라 초상화, 마네

             

 마네/드가 전을 보다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다. 미술관 나들이는 너무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된다. 스낵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 천장 벽화가 예쁜 레스토랑에서 연어 스테이크로 점심을 때웠다. 다른 작품도 더 봐야 하므로 여유가 없어서 허겁지겁. 

 앵그르, 밀레, 쿠르베, 모네, 고갱과 고흐의 작품을 더 주의 깊게 관람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 반 고흐관이다. 그 중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앞은 인산인해.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반 고흐


비너스의 탄생, 알렉산드르 카바넬

  알렉산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도 보게 되어 너무 좋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살롱전에 낙선되고(1863년) 그때 입선된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여전히 고전적이고 아카데믹한 작품을 선정했다. ‘비너스의 탄생’은 미술사를 논할 때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 시대를 대표하지도 선도하지도 못한 작품이라는 평이다. 르네상스 시대 작품 같다. 신고전주의라고 하는게 좋겠다. 미대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작품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상기하며 작품 감상을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장장 7시간 머물렀다.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세느강을 건너 튀를리 공원쪽으로 걸었다. 더이상 회복될 것 같지 않은 피로감이 밀려온다.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니 졸음이 쏟아진다.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싸이클 레이스가 열리는 중이라 한다. 파리는 늘 활기차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마네 드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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