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에선 늘 즐겁다.
Paris,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게으름 피우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Paris에 있는 동안 친구 집에 묵는데 그 친구가 하루 전에 한국에 들어갔다. 사례는 했지만, 살인적인 파리의 호텔비에 비하면 껌값이다. 운이 좋다. 굉장히 편안한 파리의 아침이다. 노르망디 여행을 마쳤고, 남프랑스 여행을 앞두고 니스행 TGV 출발시각이 오후 6시이다. Paris에 6번째 오는 거라~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아서 상당히 여유가 있다. 여행의 최고의 묘미가 여유라지만 Paris에서는 한시도 헛되이 보내면 안 될 것 같다. Paris에서 끼인 날, 어디 갈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3개 코스인 몽마르트르(Montmartre)로 갔다. 10시가 안 된 시간이라 공기는 상쾌하고 여행자들은 별로 없다. 급하게 방문했던 전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이다. 파리 전경은 시원하게 보이고 사크레쾨르 성당은 더욱 성스러워 보인다.
어디서든 보통 시내의 전경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몽마르트르는 공짜로 파리 시내를 실컷 볼 수 있어서 좋다. 19세기에 지어진, 높이가 거의 비슷한 Paris 건물들 사이에 몽파르나스 빌딩이 유난히 눈에 띈다.
몽마르트르는 18세기까지는 해도 채석장이 있던, 파리의 외곽지역이었다. 1860년에 파리에 합병되었다. 풍차가 30여 개 정도 있어서 곡물을 빻아 파리에 팔았다고 한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많은 예술가가 몰려들어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했다. 고흐, 고갱, 쇠라, 르누아르 등 인상파, 입체파의 발상지이다. 예술가들이 모여서 술 마시는 Bar가 즐비했고, 노래와 춤을 추는 술집인 카바레도 최초로 등장했다. 지금도 여전히 볼 수 있는 빨간 풍차가 있는 물랭루즈(Moulins Rouge)도 1889년에 오픈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사크레쾨르 대성당( Basilique du Sacré-Cœur, 聖心, 예수의 거룩한 마음)은 1919년에 완공되었다. 그리스도교 박해시대(272년)에 생 드니(Saint Denis)와 제자 2명이 순교한 곳으로 수녀원이 있었으며 현재도 그 일부인 성 피에르 성당이 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14세기에 지어진 노트르담 성당보다 굉장히 신형 건축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로마네스크에 비잔틴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당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입구 양옆에 잔다르크와 루이 9세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천장 돔이 눈에 띄고 예수님이 양팔을 벌리고 환영하는 듯한 천장화에서 사크레쾨르, 聖心이 느껴진다. 성당에서 나오니 엄청난 인파가 계속 올라온다. 텅 비어있던 계단도 파리의 전경을 즐기며 앉아 있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성당 근처에 있는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을 가지 않고서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 광장에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이나 미술 작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과거 예술가들이 몰려들어서 많은 명작이 탄생했던 곳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광장이 가장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했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파리 특유의 모습이다.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분위기는 좋다. 마카롱 집에 들러 알록달록 마카롱도 샀다. 파리의 마카롱을 먹어보면 우리나라 마카롱은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몽마르트르의 다른 명소, 사랑해 벽이나 고흐 살았던 아파트 등은 pass 하고 언덕을 걸어 내려오며 여전히 남아 있는 풍차와 물랭루즈를 보고 간단한 파리여행을 마무리했다. 파리에서 끼인 시간, 가까운 몽마르트르에 잘 다녀왔다. 맘 편하고 여유로웠다.
니스행 TGV 타러 리옹역(Gare de Lyon)에 갔다. TGV 예약을 프랑스 레일 패스를 산 후 예약비만 내고 했는데 수많은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다. 알고 보니 금요일 오후 좌석만 예약할 수 있었다. 금액은 패스 없이 티켓 사는 것의 반값이다. 파리에서 니스까지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 TGV는 6시간 걸리는데 공항이 멀고 미리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결국은 별 차이 없다. TGV에서 프랑스 풍광을 즐기며 6시간이라는 여유는 더할나위 없이 달콤하다. 2층 칸에서 보이는 넓은 들판과 예쁜 마을을 한시도 놓치는 게 아까워 6시간 동안 졸지도 못했다. 식당 칸에서 스낵이나 커피, 와인도 마실 수 있다. 서서히 붉어지는 하늘이 남프랑스를 달리고 있다고 알려준다. Paris에서는 저녁 10가 넘어도 해가 남아있고 밝았으니까. TGV는 파리에서 마르세이유까지는 고속으로 가고 다음 니스까지는 해안이라 좀 느리게 간다. 엑상프로방스를 지날 때 처음이지만 척 봐도 눈에 띄는 산을 발견할 수 있다. 폴 세잔느가 20년 동안 그렸던 생 빅투와르 산이다. 다른 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작 엑상프로방스 도시에서는 그 산을 보지 못했다. 여행 중에 기차타고 가는 시간 또한 너무나도 훌륭한 여행이다. 계속 즐겁고, 모두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