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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Dec 26. 2023

몽 생 미셸! 비현실적 풍광 앞에서

건강할 때 꼭 가봐야 할 곳

 몽 생 미셸! 비현실적 풍광 앞에서

-건강할 때 꼭 가봐야 할 곳-


  ‘아! 저기 가고 싶다.’ 여행의 욕망을 강하게 자극하는 명소들이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몽 생 미셸도 그중 한 곳이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비현실적 모습이며,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궁금하다.      

 파리에서 400km 정도 떨어져 있어 서두르면 당일치기도 가능한 곳이다. 멀지 않은 곳에 코끼리 절벽 에트르타나 관광항구 옹플뢰르가 있어 1박 2일로 계획했다. 노르망디 지역의 광활한 들판과 예쁜 집들을 구경하며 가다 보면 초원 끝에 조그마한 삼각뿔, 몽 생 미셸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원에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넓은 갯벌은 몽 생 미셸을 더 돋보이게 한다.   

   

                                                                           양사진은 인스타그램 몽생미셸 노르망디에서

 몽 생 미셸은 화강암 암벽 위에 우뚝 솟아 있고 10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바위 주변은 조수 간만의 차가 빨라 만조 시에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 곳이라 무덤산(Mont Tombe)라 불렀다. 어떻게, 왜 그토록 신기하고 독특한 건축물이 생겨났을까?

“날 위해 수도원을 지어라. 그들이 찾아올 것이다”

무덤산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아브렁쉬(Abranche)에 있는 오베르 신부의 꿈에 미카엘 천사가 나타나 말했다. 오베르 신부의 반응이 없자 천사가 반복해서 나타났고, 세 번째에는 천사가 이마를 눌러 빛을 쏘았고 깨어보니 정말 상처가 있었다. 바다의 갯바위에 수도원을 짓는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몽 생 미셸은 708년에 초석을 올려졌다. 11세기에서 16세기까지 증축되어 대천사 성 미카엘에게 봉헌되었다. 수도원으로 지어졌으나 독특한 위치와 드넓은 갯벌에 우뚝 서 있는 구조 때문에 백년전쟁 때는 요새, 프랑스혁명 때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간조기에는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가기가 수월했고 만조기에는 요새와 감옥으로 완벽했다. 19세기부터 건물을 복원되기 시작했고, 197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몰과 일출을 편하게 감상하기 위해 몽 생 미셸과 최대한 가까운 호텔로 예약했다. 호텔만 있는 섹션에는(2km 이내) 투숙객만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고 주차장은 2.5km 정도에서 무료셔틀버스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가보기를 열망했던 장면을 언제든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두니 프랑스가 다 내 것인 것처럼 뿌듯했다.

 하루 두 번 만조 시에는 몽환적인 섬이 되고 간조 시에는 모래밭을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수위가 최고 14m까지 올라가는 만조 시에는 위험하다지만, 2015년에 건설된 공중 다리가 있어서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공중 다리를 거부하고 고운 모래를 밟으면 걸어 들어갔다. 걸어 들어갈수록 몽생미셸은 거무슬르름한 공기속에 휩싸이는데 예쁜 일몰은 쉽게 나타나 주지 않았다. 사춘기 소녀 볼처럼 하늘이 붉으래 하더니 서늘한 바람과 함께 금방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보러 나갔으나 아쉽게도 구름이 잔뜩 있어 해를 보지 못했다. 몽 생 미셸에 가까워질수록 지금 현실 맞나? 자꾸 재인식해보게 된다. 아슬아슬 바위 사이에 촘촘히 지어져 있는 건축물이 플라스틱이나 찰흙으로 만든 모형처럼 신기하다. 3개의 층 중에 맨 아래층은 농부와 어부들이 살았던 마을인데 성벽이 쌓아져 있어 요새로 사용되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고풍스러운 골목에 아기자기한 상점, 식당과 호텔도 있다. 호텔은 미리 예약하면 묵을 수 있다. 중세도시에서 하룻밤은 좀 특별한 경험이겠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으로 표현된 간판들이 눈에 띈다.

  

  맨 위층 서쪽 테라스에서 브르타뉴 해안과 노르망디 절벽해안을 감상할 수 있다. 1897년 세워진 성당 첨탑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미카엘 동상도 볼 수 있어서 몽 생미셸의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수도원 성당은 처음에 로마네스크 양식이었으나 백년전쟁 때 파괴되어 고딕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성당과 식당은 예상보다 굉장히 넓고 고풍스럽다. 수도사들의 기도와 묵상을 위한 공간인 수도원 회랑(성직자의 뜰)은 수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초록 잔디가 깔려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수도사들의 작업실이자 연구실이었던 기사(Knight’s Hall)의 방은 넓고 고딕양식 천장이 돋보인다. 바위 위에 지어져 비좁을거라 생각했는데 공간이 널찍하고 허술한 면이 보이지 않아 좀 놀라웠다.

몽 생 미셸 회랑
몽 생 미셸 성당과 식당
몽 생 미셸 기사(knight)의 방

 

 순례자처럼 갯벌을 걸어보니 만조 시에 최고 14m까지 수위가 높아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고 걸을만하다. 정신없 모래밭을 걷다가 갯벌 끝 수평선?을 보니 만조를 만나면 위험하다는 말이 실감이 나 서둘러 나왔다. 들어갈 때는 호텔에서 20분 정도 걸어갔지만 나올 때는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넓고 자주 운항해서 편리하다.

 몽 생 미셸 주변에서 자라는 풀은 염분과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을 흡수해서 이를 먹고 방목으로 자란 양의 고기(프레 살레 양고기 Agneau de pré salé)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미리 예약해 논 레스토랑에서 맛보았다. 갯벌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을 봐서 기분은 좀 별로였지만(양들에게 미안) 양고기는 감칠맛이 났고 부드러웠다.

 내 생애 몽 생 미셸을 가보다니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룬 기분이다. 겉모습만 보고도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지만 내부를 보고 나면 1000년 전에 어떻게 바다의 갯바위에 그런 완벽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바로 불가사의(Merveille)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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