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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Dec 20. 2023

이게 여행이지! 프랑스 에트르타

자연이 만든 거대한 작품

 이게 여행이지! 프랑스 에트르타

-자연이 만든 거대한 작품-


 바람과 바다가 코끼리 가족을 탄생시켰다. 수 만 년 동안 입 맞추고 사랑으로 어루만져준 덕분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서쪽으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 노르망디 지역 에트르타에 있는 코끼리 바위 절벽이다. 바다를 향해 코를 박고 서서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 모으고 있다.  


 차창으로 광활한 들판과 노란 파도가 출렁이는 해바라기밭이 빠르게 지나가고 그 사이사이에 나무와 집들이 예쁜 장식품처럼 서있다. 파란 하늘 아래 몽실몽실 떠 있는 흰 구름과 지평선이 함께 달린다. 

 

 자그마한 마을을 통과하면 바로 짙푸른 바다가 환영 인사를 건넨다. 노르망디가 ‘북쪽에서 온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프랑스를 침략해 온 노르만족이 형성한 마을이다.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와악!’ 소리가 날 정도로 근사한 코끼리 절벽이 턱 버티고 있다.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보았던 비현실적으로 멋진 모습이다. 

바다를 보고 서서 왼쪽이 아발(Falaise d’Aval) 절벽이고 오른쪽이 아몽(Falaise d’Amont) 절벽이다. 5년 전 3월에 갔을 때는 짙은 안개 때문에 코끼리 절벽을 눈앞에 두고도 전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7월이라 맑은 날씨 덕분에 사방이 눈이 부시다. 바늘을 의미하는 Aiguille는 절벽에서 떨어져 코끼리 가족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늠름해 보인다. 높이가 55m나 된다. 엄마 코끼리가 버티고 서있는 아발 절벽 위에 초록 잔디 양탄자가 깔려있고 그 위로 알록달록 여행자들이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발 절벽 올라가는 길
Manneporte 아빠 코끼리 절벽

 완만한 초록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면 어느새 엄마 코끼리 등에 서 있게 된다.  마을 앞 해변에서는 보지 못했던, 웅장한 아빠 코끼리와 해변이 있는 Manneporte도 볼 수 있다. 엄마 코끼리가 숨겨둔 에트르타에서 가장 큰 절벽이다. 영국을 향해 펼쳐있는 에메랄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하얀 절벽을 만끽하다 보면 눈썹 모양 해변 너머 아몽절벽과 아기코끼리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아발 절벽에 서서

 에트르타는 19C 중반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해변 마을이었다. 산업혁명으로 기차가 등장하고 파리 사람들은 하루 나들이로 에트르타 해변에 다녀갔다. 프랑스인들이 즐겼던 최초의 해변이다. 화가들도 멋진 코끼리와 출렁이는 바다를 화폭에 담았고 소설가도 영감을 받았다. 

 외젠 들라크루아, 야수파 마티스, 외장파 풍경화가 외젠 부댕, 사실주의 구스타브 쿠르베, 인상주의 클로드 모네 등이 화폭에 담아냈다. 그중 쿠르베와 모네의 그림들이 머리에 오래 남는다. 보이지 않은 것은 그리지 않는다는 쿠르베는 에트르타를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화폭에 담아 놓았고 모네는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절벽과 바다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 화가가 추구하는 화풍에 따라 같은 장소지만 다르게 표현한 작품들은 에트르타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클로드 모네, 에트르타 절벽의 일몰 1882-3               에트르타 만포르트, 1883-5


구스타브 쿠르베, 폭풍 후 에트르타 절벽, 1870                                                                  1869

 알퐁스 카, 모리스 르블랑, 빅토르 위고 등 많은 작가도 에트르타를 사랑했다. 특히 소설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코끼리가 코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라 했으며 소설 ‘여자의 일생’의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해변을 따라 아기코끼리가 있는 아몽 절벽 쪽으로 걸었다. 까만 현무암과 하얀 몽돌에 파도가 끝없이 몰려오고 여름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은 햇빛 아래 몸을 맡기고 있다. 아몽 언덕은 계단을 따라 15분 정도면 오를 수 있고 엄마 코끼리가 있는 아발 언덕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이다. 에트르타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시간이 없는 여행자들은 아발 언덕만 올라가기도 한다. 에트르타 마을과 해변 엄마 코끼리 절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트르타 해변에서
아몽 언덕

장난감을 세워 놓았나 착각이 들 정도로 작고 귀여운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예배당이 눈에 띈다. 바다로 나간 어부들의 아내가 남편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던 곳이다. 당시는 수리 중이기도 했지만 개인 소유가 내부에는 들어갈 볼 수 없다고 한다. 예상과는 달리 얇고 날카로운 바위로 형성된 아기코끼리 절벽도 가까이 볼 수 있다. 에트르타 정원에서 프랑스식 정원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도 있다. 

 에트르타는 양쪽 언덕, 해변과 마을을 산책하고 식사까지 한다면 하루만 머물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두 번의 방문 다 급하게 둘러보고 왔지만 구석구석 산책도 하고 몽돌해변에 누워 노르망디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자연이 빚어놓은 근사한 작품, 파리 미술관에서 본 작품 속 장소 에트르타는 ‘이게 프랑스 여행이지’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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