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하면 패션이 먼저 떠오르고 밀라노 성당, 스포르차 가문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른다. 밀라노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으나 바르셀로나 여행 후 피렌체, 베네치아, 돌로미티를 여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베로나를 거쳐 밀라노 OUT으로 코스를 잡았다. 덕분에 밀라노 여행을 하게 됐고, 렌터카 사고로 피렌체에서 친퀘테레를 못 가는 바람에 밀라노에서 다녀왔다. 이래저래 밀라노는 이번 여행에 중요한 장소이고 기대보다 멋진 곳이다.
베로나에서 기차로 1시간 20분 만에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했다. 숙소가 역에서 가까운 곳이라 편한 맘으로 무빙워크를 타고 역사를 나오는데 갑자기 두 명의 젊은 여성(소녀)이 막으며 질문을 했다. ‘뭘 물어보는 거지?’ 생각하는 순간 Backpack에서 작은 크로스 Bag이 나오고 있었다. 소매치기가 위험하다 해서 작은 백을 Backpack에 넣고 케리어에 끼웠는데도 어느새 그곳에 손이 들어간 것이다. 어쩜 지퍼도 조용히 잘 여는지 놀라웠다. 옆 동반자가 소리 질러 빠져나오고 있는 Bag을 바로 빼앗고 소리 질렀다. 경비 직원이 왔지만 소녀들은 훔친 게 없다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너무 놀라서 온몸이 후들거렸다. 밀라노에서는 더욱 조심하며 크로스 백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밀라노에서도 역 주변 숙소에서 중심가에 있는 밀라노 대성당까지 그냥 걸었다. 밀라노는 런던, 파리, 마드리드에 이은 유럽 4대 경제 도시이며 토리노, 제노바와 함께 이탈리아 3대 산업도시이다. 밀라노의 역사는 기원전 590년경 켈트족에 의해 '메델라논'이란 이름의 마을을 세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서로마제국의 수도로서 정치적 중심지로 처음 주목받았으며, 12세기~16세기에는 밀라노공국의 수도였고,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문화도시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스포르차 가(La famiglia Sforzam, 15-16세기)이 밀라노를 거점으로 지배했다. 스포르차 가는 여러 예술가들을 밀라노로 초대하여 후원하는 정책도 펼쳤는데 대표적 예술가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밀라노의 운하시설인 나빌리오의 기능을 재설계하고 개선시켰고 최후의 만찬을 그려 남겼다. 덕분에 밀라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각상이 우뚝 서 있다. 최후의 만찬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Santa Maria delle Grazie)에 전시되어 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서 아쉽게도 못 보고 왔다.
밀라노는 12세기에 최상품의 서양 갑옷을 만들었고, 13-14세기에는 양털 무역, 15세기에는 비단 생산이 번성했다. 밀라노가 패션의 도시가 된 데는 과거의 역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밀라노는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유명 패션 및 명품 브랜드의 본사와 패션/디자인 박람회가 집중되어 있다. 1980년대에 밀라노의 몇몇 패션 샵들이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밀라노는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인정받게 되었다. 현재 프라다, 몽클레르, 발렌티노, 마르니, 아르마니,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에트로,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패션 업체들이 밀라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밀라노 대성당은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전면 파사드와 하늘을 찌르는 듯이 뾰족하고 수많은 탑, 그리고 그 앞의 광장이 인상적이다. 넓은 광장은 성당을 더 돋보이게 한다.
대성당은 14세기에 초석을 놓은 뒤 600년 가까운 공사 기간 끝에 20세기에 완공되었다. 고딕양식 성당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도 하다. 정면 파사드는 고딕·르네상스·신고전주의 양식이 혼합되어 있어 아주 독창적인 형태이며 탑은 135개, 외부 벽면은 모두 3,159체의 성인들의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옥상에 올라가 조각상 사이를 걸어볼 수 있다.
성당 내부는 고딕양식으로 굉장히 웅장하며 묵직한 기둥 사이로 엄청나게 크고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피렌체나 베네치아와 베로나에서 봤던, 프레스코화가 많은 성당과는 많이 다르다. 성당 내부는 2015년 밀라노 엑스포 이후로 유료로 입장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있는 밀라노 왕궁(Palazzo Reale di Milano) 일부는 두오모 박물관이며 성당 내부와 연결해서 함께 관람했다.
박물관에서 성당 시공에서 완공까지 약 500년에 가까운 대성당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수 세기에 걸친 조각상, 스테인드글라스, 테라코타, 회화 등이 굉장히 많다. 성당 외관의 나무 미니어처가 있으며 성당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성당 앞 광장에는 늘 여행자가 많다. 갖은 품도 잡고 뛰기도 하고... 다양하게 사진 찍으며 여행의 기쁨을 만끽했다.
성당 앞쪽에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이며 개선문 모양으로 웅장한 출입구로 많은 여행자들이 오갔다. 갤러리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를 기념하여 1865-1877년 주세페 멘고니(Giuseppe Mengoni)가 완공했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과거에 쇼핑몰 개념이 없었던 시절, 거리의 로드샵을 실내에 구현하고 싶어서 아케이드 양식으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쇼핑센터로 쇼핑몰의 시초이다.
개선문으로 들어가니 화려함에 어리둥절했고, 양쪽 들어찬 명품 Shop의 브랜드를 보며 주눅이 확 들었다. 아웃렛도 아닌데 ‘명품은 쳐다보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되뇌고 정신줄을 잡았다. 바닥과 천장만 봐도 재밌었다. 길이 200m와 100m의 회랑이 교차하며 십자로 중앙에 커다란 유리 돔이 있고 그 아래에는 4대륙(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을 상징하는 여신들의 프레스코화가 있다. 바닥에 놓인 모자이크도 화려하다. 피렌체의 백합, 로마의 늑대, 밀라노의 십자가, 토리노의 황소 등 4개 도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중간에 우묵한 곳을 발뒤꿈치를 대고 한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어서 교차로 중심은 여행자로 늘 붐빈다.
밀라노의 또 다른 상징, 스포르체스코 성이 있다. 밀라노 외곽에 있어도 성까지 걷고 걸었다. 스포르체스코 성 정문 시계답인 필라레테 탑이 멀리서도 보였다. 빨간 벽돌로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성은 16세기와 17세기 사이 유럽의 주요 군사 요새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밀라노 공국의 초창기 공작가였던 비스콘티 가문의 성이었고 15세기에 스포르차 가문이 확장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가 제작에 참여한 밀라노 대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과 스포르체스코 성 미술관, 악기 박물관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참여한 건축물이라니... 박물관에는 들어가지 않고 겉모습을 보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밀라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이탈리아 단 하나의 스타벅스 매장이다. 커피, 에스프레소에 진심인 이탈리아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시애틀과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계 3번째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다. 일단 매장의 규모가 엄청나고 1층 천장에 로스팅하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로스팅하는 과정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2층에는 커피와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신선한 원두를 사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 커피 한잔과 티라미수만 먹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별기대하지 않았었다. 2박 3일 머물며 기차로 친퀘테레 가고 비행기 시간 기다리며 밀라노 대성당 보려고 가볍게 생각했다. 밀라노는 생각보다 멋진 도시였다. 일단 대성당이 기대보다 훨씬 크고 스테인드글라스가 멋있었다. 광장에서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에서 명품의 중심을 걸어보았다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아 맘껏 능력을 펼쳤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피렌체를 떠나 밀라노에 머물렀던 곳이라는 점도 뭔가 가슴을 묵직하게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